

2014년 9월 17일
시내의 포시즌 호텔에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모였다. 모임을 주최한 영사관 측에서는 150명 정도 예상하였으나 180 여명이 참석하였다. 참전 용사들은 대부분이 80세가 넘어, 자녀들의 도움 없이 이곳에 올 수 없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참석 인원수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참석한 분들도 다수 있었다.
그들의 육신은 세월을 속일 수 없지만, 마음은 60년
전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가슴에는 자랑스러운 훈장을 달고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옛 동료들과 함께 옛 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80대 노인이 아닌 20대 청년이었다.

오늘의
사회는 영사관의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제러드 할비(Jarrad Harvey)가 담당했다. 시계바늘이 11시를 가리키자 제러드는 오신 분들을 환영하였고, 한국전쟁과 관련된 사진과 필름을 수집을 하고 있다는 안내도 했다. 본지
발행인이며 한국 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과 시드니 지부장을 맞고 있는 권순형 씨는 한국 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한국과의 우호 증진을 더욱 돈독히
하고자, 한국전 사진을 모아 사진책자를 발간하고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식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비디오 상영이 있었다. '기적을 보았는가', 반세기전
한국은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어 버리고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어느 누구도 미래나 내일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없었다. 사실 오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내일이란 사치스러운 단어였다. 전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 만큼 못사는 나라가 없었다. 삶이 너무
가혹했기에 누군가 목숨을 포기하더라도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세계
무역 12위 국가로 발돋움 했다. 세계 선진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류의 안정과 평화에 공헌을 하고 있다.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은 이제 통일의 기적을 위하여 함께 노력하고 있다.

이어서
참전용사 양광석씨가 자작시 '도라산 역에서'와 '자카란다'를 낭송하였다. 한국전쟁
후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 내에 있는 '도라산역'의 옛 추억을
기억하며 분단의 아픔을 같이했고, 호주의 봄을 수 놓는 보랏빛 '자카란다'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던 시였다. 조용남씨의 가야금 연주도 있었다.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심금을 울리는
가야금 소리는 한국의 멋을 한 것 뽐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양국의
국가를 연주하는 국민의례에 있은 후, 이휘진 시드니 총영사의 환영사가 있었다. "사람들은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은 언제나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은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남북통일을 위하여 계속하여 힘쓸 것이고, 개성공단을 통하여 경제적인
협력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초청인사인 NSW 주
보훈 장관인 도미넬로(Dominello)는 "이번
모임의 주제가 '한국은 영원히
감사한다(Korea is forever gratitude).'인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잠시 감사할 수는 있지만, 영원(Forever)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런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로 화답하여 총영사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장인
알렌 루이스(Allen Lewish)는 오늘 참석한 참전용사를 대신하여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총영사께
감사를 전했다. "시드니에만 한국인이 10만이 넘게
살고 있습니다. 다방면으로 협력하기를 바랍니다.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이제 더욱 힘을 합하여 미래를 향하여 전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한국전에서 돌아오지 못한 모든 분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한국정부가 호주 참전용사 92명에게 수여하는 '평화의
사도 메달과 증서'의 증정식이다. 총영사와 재향군인회 호주지회
회장인 김영신씨께서 메달과 증서를 수여했다.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나가 메달과 증서를
받는 장면은 한마디로 감동이었다. 이어진 문화 공연에는 우리나라 전통의 가야금 연주, 정겨운 가곡과 노래 그리고 부채춤과 소고춤을 선보여 참전 용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전 한인회장인 백낙윤씨 주관으로 '한호 간의 발전과 참전용사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건배가 있은 후 식사를 시작했다.

호주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 이어 2번째로 참전을 결정하여 우리나라를 위해 신속하게 해군 함정과 공군, 육군 병력을 파병한 나라이다. 파병규모는 경항공모함 HMAS, 시드니함을 비롯하여 해군 함정 13척, 육군 3개 대대, 공군 1개 전투비행대대 등 전쟁기간 동안 17,000여명이 참전하여 가평, 마령산, 사리원 전투 수많은 전장에서 용맹을 떨쳤다. 참전기간 동안 1,216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그 중 339명이 전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