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간현암은 지난 5월 27일에 아내를 따라 한번 가봤었습니다. 두번째 체험이었는데 첫 체험을 했었던 선운산 투구바위 앞은 서늘한 기운이 돌며 무서운 느낌이라면 간현암은 건너편 유원지에서 들려오는 색소폰 동호회의 음악소리, 섬강에서 노는 가족들이 보여 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선운산 바위가 까칠했다면 간현암은 바위가 비교적 보들보들했습니다. 5월에 저는 세 번 정도 젤 쉬운 코스를 올라갔다 내려와서 윤명선배님이 주신 맥주를 마시며 선배들이 멀티를 올라가는 모습을 구경을 했더랬습니다. 바로 그 코스를 제가 올라가게 될 줄은 그땐 미처 알지 못했었는데...
1.산행대상지
원주시 간현암벽공원
2.날짜 및 인원, 기상
9월 9일 토요일 / 교육생 7명 + 유선생님 + 다수의 선배님들 / 오전 안개 오후 더움
3.출발 및 집결지 - 교통편 (소요시간) - 접근로 (소요시간)
저는 아내와 저녁에 춘천에 가야해서 따로 출발했습니다.
차가 제법 막혀 7시 50분 출발 9시 40분경 도착
어프로치 - 주차하고 화장실 들렸다가 다리 건너가는 5분정도
4.등반루트 (소요시간) /난이도(루트 개념도)
오전 - 단피치 등반 4개 후 점심
저희 교육생들이 오른 루트는 5.6~5.9 정도의 루트들로 간현암에서 인기가 없어서인지 루트 정보를 구하지 못하였습니다.
오후 - 멀티피치 <어제보다 좋은날> 1p-5.6 / 2p-5.10b / 3p-5.10b
멀티피치가 처음이고 서치해본 간현암 루트 정보는 사진이 너무 작아서 제가 어디를 등반한 건지 알기가 어려웠으나 유튜브에 어떤 분이 액션캠을 달고 등반하는 영상으로 확인 결과 제가 오른 루트는 <어제보다 좋은날> 루트가 아닌가 하고 80프로 정도 확신합니다. 명찬, 진규, 한구형님 그리고 저까지 교육생 4명이 여기를 올랐습니다.
다른 교육생들은 제가 올랐던 루트 양 옆으로 왼쪽 멀티코스를 명숙씨와 상혁이형, 오른쪽 멀티코스를 동하형님이 올랐는데요. 제가 오른게 아니라서 루트명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어제보다 좋은날> 양 옆이니 한 번 찾아보시죠^^
등반 이후에 루트와 난이도를 찾아보게 된 건 등반 당시에는 무지한 교육생으로서 살아남는데 급급하여 복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여러 등반정보들을 통해 나의 등반을 더 잘 기억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하지만 별반 차이는 없는 것 같네요
5.소요장비목록, 계절에 따른 의류 목록.
각종 등반장비, 아직 여름. 겉옷은 필요없었습니다.
6.식단
등반으로 저하될지 모를 입맛을 고려한 눈물나게 매운 고추김밥, 포도, 사과
2리터 얼음물, 1리터 물통, 500미리 물 두병
7.등반 내용에 대한 기록 및 감상(반성)
오전 단피치 4회, 명찬씨와 파트너. 지난번 경험이 있어 2주차 선인봉에서처럼 머리속이 하얗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홀드와 발자리를 고민해가며 정신없이 하다보니 명숙씨가 네 번 다 했잖아요 라고 얘기해줘서 등반을 하려고 매듭을 짓고 빌레이를 준비하던 명찬씨와 저는 다섯번째 등반을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명숙씨 땡큐! 자일을 풀고 고개를 들어보니 다들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차량 정체로 인해 시작시간이 늦어 오전 등반은 비교적 금방 끝났던 것 같습니다.
오후 멀티피치 연습, 땅 위에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멀티 시스템 연습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후등빌레이를 볼 때, 오토블럭이 되는 하강기 설치법을 배웠는데 이게 좀 어려워서 계속 헷갈렸고 그리벨 잠금카라비너의 조작이 어려워 많이 답답했습니다.
멀티피치 실전 돌입, <어제보다 좋은 날>, 1피치, 어랏 쑥쑥 올라갔습니다. 오전 연습의 효과인가 하고 생각했으나 후기를 쓰려고 보니 난이도가 낮은거였더군요. 생전 처음 확보줄을 걸어봅니다. 발가락에 통증이 와 신발을 벗고 싶었지만 다시 신지 못할까 무서워 참기로 합니다. 후등빌레이를 보고 뒤로는 한구형님이 등반을 합니다. 빠른 속도로 올라오셔서 자리를 비켜줘야하는데 자리가 좁습니다. 5명이 1피치 확보지점에 모여있으니 북적북적하군요.
<어제보다 좋은 날> 2피치, 2피치는 시꺼먼 바위가 툭 튀어나온게 위압적입니다. 지난번 간현에 왔을 때, 다들 애를 먹던 그 구간입니다. 친절하신 선배님들이 퀵드로우를 남겨놓으셔서 잡고 땡겨서 크럭스를 통과합니다. 어디를 잡아야할지 도저히 보이지 않았는데 퀵이 없었더라면 큰일날 뻔했습니다. 2피치 확보지점 지웅형님이 가방에서 익숙한 물병을 꺼냅니다. 우리가 얼려온 2리터 생수통. 너무 시원했습니다. 목을 축이고 뒷사람을 위한 후등빌레이를 준비합니다.
<어제보다 좋은 날> 3피치, 출발하려고 위를 쳐다보니 바위에 가려 앞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완료~? 출바알?을 몇 번이나 외치고 확인한 후에야 출발을 했습니다. 산에서는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큰소리로 외쳐줘야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3피치는 요상했습니다. 지난번 왔을 때 선배들이 길이 없는 왼쪽으로 자꾸 넘어가서 윤명선배님이 오른쪽으로 가야돼 외쳐주던 바로 그 구간이었습니다. 막상 내가 올라보니 왼쪽으로 자꾸 올라가고 싶더군요. 위에서 오른쪽으로 가야된다고 얘기해주셔서 아 그랬지 하고 오른쪽으로 넘어가서 다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좀더 올라가다가 크럭스를 만납니다. 여기서 추락을 두 번하는데 한번은 펜들럼?을 먹고 빙글돌아 왼쪽으로 넘어가다 정강이가 까지고 순간 식은땀을 한바가지 흘렸습니다. 눈 앞에 매달린 퀵을 잡고 올라가보려 하지만 위에서 들려오는 허능무 선배님의 한마디. 퀵을 잡으면 밸런스가 깨져서 더 안될걸. 잠깐만 쉴게요라고 하고 주변을 매의 눈으로 째려보니 저 위에 손으로 잡을 홀드가 보이는데 내 팔이 짧아서 닿을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올라갈 손쪽 발을 올리고 팔을 올린다. 암장에서 배웠던 것을 기억해냈지만 밸런스가 잡히지 않아 고전을 하다 어찌어찌 올라갔습니다. 정상이 보이자 다시 힘을 내 꾸역꾸역 올라 첫 멀티피치 완등을 했습니다.
하강, 하강 순서를 기다리는데 옆에 한구형님이 명찬씨 빌레이를 보고 있습니다. 8자하강기로 후등 빌레이를 보시느라 허벅지로 자일을 한번 더 지탱해가며 힘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허선배님이 힘을 합쳐 영차 영차 명찬씨를 끌어올립니다. 아마 명찬씨가 내가 잡고 고민했던 그 퀵 쯤이었던거 같은데 상아씨가 하강하며 퀵을 회수해가버립니다. 명찬씨 눈 앞에 동아줄과 같았을 퀵드로우였을텐데ㅎㅎ. 드디어 제 하강순서가 와서 하강을 하려하는데 너무 무섭습니다. 손 놓으면 죽는거야. 죽지 않으려 하도 세게 잡았더니 잘 안내려가고 꿀렁꿀렁합니다. 조금 내려왔는데 3피치 중간에 매달려 울상을 짓고 있는 명찬씨와 마주칩니다. 나도 아까 저랬겠지. 짠한 마음이 들지만 일단은 내가 살아야 합니다. 꿀렁꿀렁 하강을 계속해가며 내려갑니다. 아래에서 손을 길게 잡으라는데 오른손을 조금 길게 잡으니 좀더 부드럽게 내려갑니다. 땅바닥에 닿은 순간. 아 살았다. 안도감과 함께 다리가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깜짝이야 하강기가 엄청 뜨겁습니다. 자일을 빨리 빼내야 하는데 이놈의 잠금비너는 조작이 어렵습니다ㅠㅠ 연습을 해야하나
하강 후, 암벽화를 벗고 나니 날아갈것만 같습니다. 아래를 보니 내려온 사람들은 벌써 가방까지 다 싸고 있습니다. 하네스를 벗고 나니 오늘도 살았다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 아직 내려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얼음이 녹지 않은 물통에 물을 넣어 멀티 앞으로 갑니다. 다들 너무 고생했습니다. 특히 교육생을 봐주기 위해 확보지점에서 장시간 고생해주신 선배님들과 유선생님 감사합니다.
해산, 주차장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춘천으로 떠난 저희는 삼겹살이 먹고 싶다는 아내의 의견을 따라 떠오르는 맛집이라는 삼겹살 집에 갔습니다. 오늘은 쏘맥으로 시작합니다. 잘 들어갑니다. 장인어른의 등반 입문기에 대해 들으며 술이 잘 들어갑니다. 돌아가는 길 할일이 태산이지만 어느새 다음 주 교육이 걱정이 됩니다. 숨은벽이라... 이름부터가 걱정이 됩니다.
첫댓글 생생한 정보 잘 읽었습니다. ^^
여러분들의 3주차 후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멀티에 대한 부담만 가중되는듯 하네요...;;
한번 빠진게 크리티컬 합니다.ㅠㅜ
아주 리얼리티 하게 후기를 잘쓰셔요^^
하강하는 자와 등반하는 자가 딱 마주쳤을때의 그 느낌..ㅋㅋㅋ 상상만 해도 너무 웃깁니다
서로의 맘은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있을터니 말여요..^^
땅을 밟을수있는 소소한 일들이 등반하는 우리들에겐 커다란 행복으로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계속 홧~~팅 입니다!!!!!!!!!!!
후기 너무 재밌습니다. 퀵드로가 사라졌던거였군요ㅋㅋ 죽을힘을 다해 올라갔습니다
역시 후기의 달인 입니다. ^^ 코스 왼쪽은 볼드락 오른쪽은 슬롯머신 이라네요. 둘다 2피치가 11a 네요. 제가 왜 2피치를 올려다 보고 바로 자유등반의 꿈을 접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가야할 길을 뻔히 알면서도 가면 고생일 길에 현혹되곤 하죠. 허선배님 덕분에 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군요.
인생도 뭐 비슷한 순간이 많은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