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범경기도 막바지. 아직은 좀 이르지만 살짝 들춰 본 성적표. 도루 1위(4개), 타격 10위(3할4푼3리), 홈런 4위(2개), 타점 5위(10개). 타격 전 부문에서 해태 정성훈(22)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치고 달리고 넘기고' 한가지만 잘하기도 힘든데 뭐하나 빠지는게 없다. '호타준족'은 이럴때 쓰라고 생긴 말 같다.
요즘 타석에 들어선 그를 보면 투수들은 긴장하고 덕아웃에서는 은근한 기대를 한다. 최근 6경기 연속 안타행진에 지난 25일 광주 LG전에서는 2루타 포함 4타수 2안타로 타선을 이끌었다. 톱타자 타바레스가 나가면 뒤를 받쳤고 장성호-산토스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 앞에서는 빠른 발로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2번타자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것이라는 듯.
비교적 호리호리한 몸매에 앳된 얼굴. 지난해 119개의 안타를 만들어내며 맞히는 재주를 뽐냈지만 담장을 넘긴 것은 단 1개. 선배들의 단단한 몸이 그저 부러웠다. 하지만 그냥 부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는지 마음을 다잡고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지난 겨울을 보냈다. 그러자 방망이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이쯤되면 성급하지만 '20-20클럽' 가입 가능성도 흘러나올만 하다. 물론 본인은 어림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제2의 이종범'이라는 말이 처음 나올때만 해도 다들 "설마"했다. 그렇지만 아무에게나 '이종범'의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은 아니다. 요즘 그를 보면 "설마"보다 "역시"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김성한 감독도 "유격수 수비는 국내 최고수준"이라며 "이제 방망이에 무게까지 얹었으니 더 바랄게 없다"고 서슴없이 치켜 세운다.
정성훈이 야구공을 처음 잡은것은 광주 송정동초등학교 4학년때. 야구선수였던 두살 터울 형을 따라 운동장에 나갔다. 눈썰미 좋은 감독은 센스있어 보이는 꼬마를 놓치지 않았다. 유니폼을 입은 자기 모습이 멋지다며 으쓱대던 그 아이가 이제 호랑이 내야를 지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