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5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육경기장에서 「심수봉 콘서트」가 열렸다. 두 시간 동안 熱唱(열창)한 심수봉씨가 『마지막 노래를 보내드리겠습니다』고 말하고 노래를 부르자 수백 명이 일어나 出口(출구) 쪽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출구가 많고 주차장이 넓어 빨리 나갈 이유가 없었다.
심수봉씨는 이 장면을 보면서 「저들이 내 노래를 지루하게 느끼면서 들었다」고 오해했을지 모른다. 그날 심씨는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그때 그 사람」, 「나는 여자이니까」 등을 정말 잘 불렀고 관중의 반응도 좋았다. 마지막 노래가 끝나자 앵콜 요청이 나왔고, 심씨는 두 곡을 더 불렀다. 마지막 노래인 줄 알고 먼저 일어서 나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앵콜 송을 들었다.
20년 전 파바로티가 이곳에서 공연했을 때는 노래를 부르는 그를 향해서 플래시를 터뜨리면서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았다. 주최 측에서 『제발 사진을 찍지 말아 주세요』라고 호소했고, 노래가 잠시 중단되었다.
지난 2월25일 국회 앞에서 있었던 李明博(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한 기업인은 이런 불평을 했다.
『李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 베토벤 교향곡 9번이 연주될 때 청중석에서 한 사람이 일어나면서 「야, 가자!」 하니까 주변 사람들의 3분의 1이 나가버렸다. 유세장에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연설을 한 뒤 빠져나가는 식이었다.
단상에서 각국의 축하사절들이 이걸 보고 한국인들을 어떻게 생각했겠는가? 李대통령은 선진화를 강조했지만 지도층의 예절이 이 정도라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의 없는 국민들이 一流국가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KTX 특실에서 만난 네 사람
지난 2월23일 밤 9시30분에 부산역을 출발한 KTX 특실에 올랐다. 출발하자마자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서 『실내에선 전화를 걸지 맙시다』고 호소하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동대구역에서 20세 전후의 여자 두 사람이 올라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한 여자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대전역까지 가는 동안 쉬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
내가 옆자리에 앉은 그녀의 친구한테 『좀 조용히 하라고 전해 달라』고 했다. 전화 말소리는 다소 약해졌지만 통화는 끊지 않았다. 열차에서는 객실 바깥으로 나가서 전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듯했다. 저 나이에 특실을 탈 정도면 수입이 많은 직장에 다니든지 父母(부모)가 부자일 것이다.
다행히 두 여자는 대전역에서 내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40代 후반으로 보이는 뚱뚱한 여성 두 사람이 탔다.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실내가 쩡쩡 울렸다. 그 큰 목소리로 휴대전화를 걸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데, 이건 완전히 교정 불능의 수준이었다. 聲帶(성대)가 어떻게 되었는지, 목소리를 작게 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목소리가 크다고 한 번도 경고를 받아 본 적이 없는 듯했다. 기고만장 그 자체였다. 야간열차여서 승객들은 대부분 잠을 자고 있었다. 두 여성의 목소리는 열차 객실 끝에서 끝까지 들렸다. 충고도 희망이 있을 때 하는 것이지, 저 수준이면 포기하는 것이 낫다. 다행히 두 여성은 천안역에서 내렸다.
이날의 문제적 인물 네 사람은 남한테 폐를 끼치고도 폐를 끼친다는 의식조차 없었다. 그런 어머니는 그런 20代 딸을 만들 것이다.
지난해 6월 후쿠오카의 하카타역에서 신칸센(新幹線)을 타고 혼슈의 남쪽 야마구치縣(현)의 아사에서 내려 나가토로 가는 支線(지선) 기차로 갈아탔다. 운전사 한 사람이 움직이는 한 輛(량)짜리 원맨 카였다. 승객은 거의가 통학하는 중학생들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들을 한 시간 동안 관찰해 보았다. 12명 중 책 읽는 학생이 8명, 조는 학생이 3명, 한두 명은 휴대전화기를 열고 이리저리 누르기만 했다. 한 시간 동안 지켜보아도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이야기도 조용조용하게 했다.
잠을 자는 학생도 단정하게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일본식 예절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현장이었다.
불법주차
지난해 12월 말 일요일 오후 경기도 안성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아내가 운전하는 승용차가 한남대교와 1호 터널을 지나 을지로로 진입하는 데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겨우 을지로로 들어섰으나 시청광장을 지나는 데 30분을 더 停滯(정체)했다.
교통체증의 원인은 서울시청 광장 주변의 不法(불법)주차였다. 광장에 마련된 스케이트장을 찾는 청소년들을 태우고 온 차들이 광장을 삥 둘러 두 車線(차선)을 차지한 채 서 있었다.
경찰이 이런 不法주차를 일시적으로 허용한 것인지, 아니면 집단 不法에 경찰이 손을 들고 말았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한심한 시민이고 경찰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면서 자녀들에게만 즐거움과 편안함을 선사하겠다는 마음 아닌가?
지난여름에 일본 시모노세키의 뒷골목을 한 시간 동안 걸어다녔다. 한국의 거리풍경과 다른 모습이 하나 있었다. 거리에 자동차를 세워놓은 모습이 하나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모든 집이 주차장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마당이나 건물 속을 주차장으로 내어놓고 있었다. 좁은 길임에도 마음 놓고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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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 앞 도로의 불법주차 차량들. | 『화장실에서 구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오피스텔 빌딩 복도 벽엔 이런 요지의 告知文(고지문)이 붙어 있다.
<밤중에 술에 취해서 고층의 창문을 열고 바깥으로 구토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구토물이 강한 酸性(산성)이고, 벽을 타고 내리면서 더럽힌 것은 청소하기도 어렵습니다. 부디 화장실에서 구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오피스빌딩 엘리베이터 안 스크린에는 이런 당부의 말씀이 나온다.
<문을 열고 깡통이나 병을 바깥으로 던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20층에서 아래로 물건을 던지는 것을 자제해 달라니? 금지해 달라고 해야 할 것을 어중간하게 표현한다. 교통방송을 들어보면 「통행금지」를 의미하는 데도 「통제」라고 말한다.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렇게 분명히 하는 것을 죄송스러워하는 당무자가 있는 한 행패 전문가를 막을 순 없다.
지난 6월 일본의 혼슈 남단 야마구치縣의 新야마구치역에서 하카타(후쿠오카)로 가는 新幹線 열차를 타자마자 화장실을 찾았다.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깨끗했다. 종착역에 가까이 왔으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지저분할 텐테 출발역인 것처럼 청결했다.
나는 KTX 열차를 자주 탄다. 특실 화장실도 출발해서 몇 정거장 지나면 지저분해진다. 승객들도 함부로 화장실을 이용하고 열차 관리자들도 청소를 소홀히 한다. 화장실이 그 모양이니 KTX 전체가 불결해 보인다.
일본의 新幹線보다 40년 늦게 개통했으면 모든 면에서 더 좋아야 한다. 定時 출발률이 더 높아야 하고 더 깨끗하고 더 편해야 한다. KTX는 7~10분 연발착이 보통이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같지 않다. 新幹線은 全구간의 1년분 연발착 시간을 다 모아도 한 시간이 되지 않을 것이다.
화장실을 깨끗이 유지하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종업원들의 정성, 서비스 정신의 문제다. 그러니 더 창피한 일이 아닌가? 할 수 있는 일을 게을러서 안하는 것이니 더 문제인 것이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KTX 특실을 이용하는 이들은 한국의 지도층일 것이다. 그들이 화장실을 깨끗이 이용할 줄 모른다면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 달러까지 올라도 一流국가가 될 수 없다.
여행을 많이 해보니 一流국가의 특징이 이렇게 잡힌다.
1. 화장실이 깨끗하다. 2. 사람들의 목소리가 작다(일본의 경우 텔레비전 뉴스 앵커들의 목소리가 특히 낮다). 3. 인물을 기리는 銅像(동상)과 기념관이 많다. 4. 사람들이 친절하면서도 절도가 있다. 5. 옷차림이 간소하다. 6. 일을 하는 모습이 즐겁게 보인다. 7. 보통국민들도 글을 잘 쓴다. 8. 경찰에 대드는 사람이 없고, 경찰도 듬직하고 친절하다.
선진국일수록 목소리가 낮다. 만원인 식당이 조용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침묵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댄다. 한국에선 목소리가 커야 제 몫을 찾아먹는 경우가 많다. 銃器(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미국에서 한국식으로 고함을 치다가는 총격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의 유적지에 가 보면 幕府(막부) 시절의 무사가 다이묘(大名)라고 불리는 領主(영주)한테 보고하는 장면을 모형으로 再現(재현)한 것을 보게 된다. 부하도 칼을 차고 보고하고 영주도 칼을 차고 보고받는다.
「이런 관계에선 허위보고가 어렵겠구나, 상관이라도 부하에게 함부로 인간적 모독을 주어선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악수와 같은 公衆(공중) 예절의 상당부분은 무장한 사회에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는 몸짓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영국·독일·일본 등 무사, 騎士(기사) 지배, 즉 군사문화가 지배했던 나라에서 공중도덕이 성숙해진 것이다.
잊을 수 없는 일본 택시 기사
1975년 4월 어느 날 저녁 일본을 혼자서 여행하던 나는 유명한 해안 휴양지 아다미(熱海) 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린 나는 근처 여관에 들었다. 저녁을 먹을 겸 도시 구경에 나섰다. 택시를 타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여관으로 돌아가려는데 「아차」했다. 여관 이름을 기억해 두지 않았던 것이다. 명함이나 성냥갑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우선 택시를 잡아 탔다.
『아다미에 여관이 몇 개 있습니까』
『400개입니다』
택시로 400개를 전부 뒤지다간 날이 샐 것 같았다. 택시 운전자에게 여관을 잊어버렸다고 했더니 그는 흔쾌히 말했다.
『같이 찾아봅시다. 그런데 역으로 돌아가서 거꾸로 내려옵시다』
택시기사는 역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오면서 골목을 누볐다. 여관마다 들렀다.
『비슷하지 않습니까』
『아닌데요』
『혹시 바다가 보였습니까』
『기억이 안 나요』
이런 식으로 한 시간 정도 헤맨 끝에 눈에 익은 한 여관 앞에 닿았다. 내 여관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몰아 쉬었다. 택시 기사도 『야, 참 잘 되었습니다』면서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요금도 더 요구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
나는 첫 일본여행에서 만났던 이 택시 기사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만큼 일본 홍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그 택시 기사가 나에게 베풀어 준 好意(호의)는 몇 배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회사와 오랫동안 거래해 온 한 기업인은 『나는 일본이라면 세 단어가 생각 난다』고 말했다. 정직, 청결, 친절. 평소 생활이 청결하니 정직하고 친절한 것이다. 청결은 남에 대한 배려다. 친절의 표현이 청결이다. 청결하지 않은 음식점이 친절할 수는 없다. 청결은 형식이고 정직은 내용이다.
지난 1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 근방의 新치도세 공항에서 있었던 일이다. 4박5일 동안 尙美會(상미회) 여행단을 태우고 다녔던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30代의 말없는 사나이였다. 눈이 쏟아지는 고속도로를 그렇게 부드럽게 달릴 수 없었다. 불평 한마디 없이 暴雪(폭설)과 한파 속 장거리 운전을 해준 것이 고마워 여행객들이 헤어질 때 박수를 쳤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헤어졌던 운전사가 뛰어오더니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줄을 서 있는 尙美會 여행단을 찾았다.
버스를 주차장으로 몰고 가서 정리하다가 손님이 놓고 내린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운전사는 한 30분간 차를 몰고 가 車內(차내) 청소를 하다가 분실물을 발견하자마자 다시 달려온 듯했다. 그가 내어놓은 것은 돋보기 안경이었다.
그때까지도 안경 주인은 버스에 놓고 내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2년 전 이탈리아 여행에서 한 여성이 버스 안에 막 구입한 화장품 세트를 놓고 내렸다. 버스 회사에 연락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한 평범한 일본인 운전기사의 정직과 친절은 수십 명의 한국인을 감동시켰다. 이런 친절이 국가경쟁력이다. 안경을 찾은 한국인은 자주 일본을 찾을 것이고, 화장품을 잃은 한국인은 이탈리아에 대한 險談(험담)을 열심히 하고 다닐 것이다.
일본 교수 부부의 친절
2004년 5월22일 나는 일행 19명과 함께 일본 가고시마에 있었다. 현직 일본인 교수 부부가 하루 종일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오후 늦게 그는 우리 일행을 가고시마 시내에 데려다 주었다. 우리는 전세 버스에서 내리면서 두 시간 후에 버스가 그곳으로 오게 한 뒤 시내 구경에 나섰다. 일본인 교수 부부와는 작별 인사를 했다.
오후 6시 우리는 내렸던 장소로 돌아와 버스를 기다렸다. 그때 두 시간 전에 헤어졌던 교수 부부가 다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교수 부부는 우리 일행이 시내에서 길을 잃지 않고 빠짐없이 재집합 장소에 모였는지를 확인한 다음에 歸家(귀가)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교수 부부는 일부러 두 시간 동안 시내에 머물러 있다가 점검차 다시 들른 것이었다. 부부는 다시 헤어지면서 과자가 든 봉투를 선물로 주었다. 車中(차중)에서 이 과자를 나눴더니 1인당 하나씩 정확하게 스무 개였다.
생전 처음 만난 사이이고 다시 볼 일 없는 외국인에 대한 친절과 배려가 습관화한 일본사람들이다. 알수록 무서워지는 사람들이다.
일본의 온천탕에 들어가면 시설이 간단한 데 놀란다. 샤워기가 앉은키와 같은 높이에 붙어 있어 서서 할 수 없다. 쪼그리고 앉아 몸에 먼저 비누칠을 한 다음 옆사람에게 물을 튀기지 않도록 조심조심 샤워기 물을 머리에 뿌린다.
욕탕으로 들어올 때는 호텔방에서 가져온 얇은 수건 하나만 휴대할 수 있다. 이 수건이 특이하다. 때를 미는 데도 쓰고 몸을 닦는 데도 쓴다. 아주 얇은 데도 흡수성이 좋고 빨리 마른다. 한국의 공중 목욕탕에 들어가보면 한 사람이 평균 석 장 이상의 수건을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일본 여행에서 돌아올 때는 하나에 200엔 하는 일본 목욕탕 수건을 몇 장 선물로 사와서 나눠 준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 집 목욕탕의 많은 수건들 가운데 일본 수건이 끝까지 남게 된다.
2003년 말 일본의 시고쿠(四國: 막부 시대에 네 개의 藩이 있었기에 그렇게 불린다)에 있는 古都(고도) 高知(고치)의 400년 된 淸酒(청주) 공장을 방문했을 때다. 우리 여행단은 공장 구경을 끝내고 공장 간부와 인사를 한 뒤 골목에 세워 둔 버스에 올랐다.
인사를 끝낸 공장 간부가 갑자기 버스 앞을 지나 골목 입구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다른 차가 골목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 주려고 그러는 것이었다.
차내에서 우리는 『한국 같으면 인사한 뒤 사무실로 돌아가 버렸을 터인데』라고 감탄했다.
보수가 먼저 깨끗해져야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선 이후 차관으로 승진한 K씨와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식사 중에 『車가 있느냐』고 했더니 『공무원 생활 중에 처음으로 車가 나온다』고 했다. K차관은 강북의 허름한 빌라에서 약 20년째 살고 있다. 한 끼당 1만원 이상인 식사는 잘 하지 않는 사람이다.
오후 8시30분쯤 청진동 골목으로 나와서 헤어졌는데, K씨는 모범택시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으나 일반택시를 기다렸다가 타고 갔다. 자신의 관용차는 식사 전에 먼저 보냈다는 것이었다.
기업인들과 고관들 가운데는 저녁식사가 끝날 때까지 자가용 운전기사를 대기시켰다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식당에서 언제 나올지 모르는 주인을 마냥 기다리는 운전사들도 고역일 것이다.
80세를 훨씬 넘은 롯데의 辛格浩(신격호) 회장은 일본에 머물 때는 저녁 식사가 늦어지면 운전기사를 보내고 자신이 차를 몰고 歸家(귀가)한다고 한다.
보수세력이 나라의 주인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보수가 먼저 겸손해지고, 깨끗해지고, 그래야 용감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저녁에 운전기사를 일찍 퇴근시켜 주는 것도 작은 自淨(자정) 노력의 하나가 아닐까? 공자는 論語(논어)에서 『가난한 사람이 원한을 갖지 않는 것보다는 부자가 겸손해지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의 전화 예절
일본 前 총리 모리 요시로(森喜明)가 현직 때 일본 월간지 「文藝春秋(문예춘추)」와 인터뷰한 자리에서 자신의 전화 거는 방식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비서를 통해서 전화를 거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내가 전화번호를 직접 누르지요. 가끔 비서가 전화번호를 대신 눌러 주지만 상대방이 나오기 직전에 내가 전화기를 듭니다. 「총리께서 전화를 겁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은 안 됩니다.
제가 「모리입니다」라고 하면 상대방이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어느 모리 말씀입니까」하고 反問(반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총리대신 모리입니다」라고 말하기도 뭣하고 해서 「모리라고 하면 알 겁니다」라고 하지요. 그러면 「회사 이름을 말씀해 주시지 않으면 바꾸어 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교환수도 있어요. 그러면 제가 이러지요.
「회사 이름에 따라 연결해 줄 수도 있고 연결 안 해 줄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라고 따지면 그쪽이 당황하지요. 「어쨌든 연결시켜 준다면 귀하가 곤란할 일은 없을 거요」라고 달래지요. 「총리 모리입니다」란 말을 쓰지 않으려고 하니까 이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우리 집도 가끔 늦은 밤에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번호를 착각한 경우가 많다. 『번호가 틀렸습니다』라고 말해 주면 『어이쿠,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끊는 사람이 10명 중 한두 사람이다.
『나는 피시를 먹어야 해』
태국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식사 시간, 50代 남자가 스튜어디스를 향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나는 피시(fish)를 먹어야 해』
스튜어디스는 울상이 되어 사과했다.
『손님, 피시는 다 나가고 치킨만 남았습니다』
『그건 당신네들 사정이야 나는 꼭 피시를 먹어야 해』
『없는 걸 어떻게 합니까? 정말 죄송해요』
『난 무조건 피시를 먹어야 해. 치킨은 싫단 말이야』
그는 골프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피시를 달라』는 투정이 계속되자 옆자리에 앉았던 한 60代 남자가 말했다.
『저하고 바꿉시다. 제가 치킨을 먹을테니 이걸 드세요』
그는 아직 숟가락을 대지 않은 피시를 건네주었다. 그 50代는 인사 한마디 없이 피시를 받아 열심히 먹고 있었다.
1990년대 초 한국의 한 장관이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싱가포르行 여객기 1등석을 탔다. 싱가포르 항공이었다. 곧 눈에 익은 사람이 올랐다. 李光耀(이광요) 당시 싱가포르 총리였다. 그는 1등석 맨 앞자리에 앉았다. 1등석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앞에서 두 번째 줄로 친다. 그는 다른 승객들에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았다. 李총리 비서관이 한 자리 건너 옆에 앉았을 뿐이다. 총리는 비행 도중 일어나 몸을 푸는 운동을 하기도 했다.
식사 시간에 승무원들은 李光耀 총리를 맨 나중에 대접했다. 後食(후식)으로 케이크가 나왔다. 李光耀 총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다 나누어 주고 남은 마지막 케이크 조각을 먹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한국 장관이 승무원에게 물었다. 『당신네들의 총리를 그렇게 대접할 수 있느냐』고. 승무원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총리께서 그렇게 해주기를 원합니다. 왜냐하면 싱가포르 항공에서는 李 총리가 주인인데, 주인이 맨 나중에 대접을 받아야지요』
1988년 盧泰愚(노태우) 대통령을 만난 李光耀 총리는 싱가포르가 청결한 것은 시민 덕분이 아니라 청소부들이 매일 열심히 치우기 때문이라고 했다.
『거리를 깨끗하게 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랫동안 국민계몽운동을 전개했고, 학생들에게도 철저히 교육을 했지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싱가포르 화폐로 500달러(미화 200달러 상당)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광고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많은 벌금을 내는 사람은 없고, 단지 명목적인 액수만 납부하게 되지만 단속을 받는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데 효과가 있었습니다.
환경청 장관이 청소부들에게 거리 청소를 중단시켜 보았더니 온 거리가 하루 만에 지저분해졌습니다. 이것으로 보아 싱가포르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은 시민이 아니고 청소부들이 매일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기 때문이란 사실이 밝혀졌지요』
『감시자가 많아야 예절이 선다』
일본은 그렇지 않지만 독일·영국에선 시민들의 고발정신이 나라를 질서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영국인들은 불법을 보고도 지나치는 것은 공범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 독일회사에서 간부로 근무했던 P씨의 경험담이다.
독일의 한 도시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는데 한 승용차가 계속 따라왔다. 호텔 앞에 택시가 멈추니 그 승용차도 멈췄다. 운전사가 내려 다가오더니 택시 운전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횡단보도 신호를 위반했어요. 주의를 주려 했는데, 손님이 타고 있어 내릴 때까지 따라 온 거예요』
한국인들은 아는 사람들한테는 매우 친절하다. 친절이 지나쳐 過恭非禮(과공비례)일 경우가 허다하다. 집회에 참석해 보면 사회자가 內賓(내빈)을 소개하는 데 30분이 걸리기도 한다. 참석자의 반이 내빈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참석자로 소개 받은 뒤엔 곧 자리를 뜨는 이들도 많다.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무례와 아는 사람들끼리의 過恭非禮가 한국식 예절의 이중성이다. 주자학은 예절을 강조했지만 家門(가문)을 떠난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에 대해선 의외로 관심이 적었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나서서 국민예절을 강조하면 「그건 維新(유신)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라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예절 강조는 사소한 것이거나 민주주의에 反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1년 취임사에서 예절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예절이 공동체를 지속시키는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세력은 전통과 역사를 존중하므로 자연히 예절을 중시한다.
<우리를 단결시켜 온 것은 혈통이나 가문이나 토지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를 단결시키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각자의 출신 배경과 이해관계를 초월하게 하며, 미국 시민이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理想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원칙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모든 국민은 이 원칙들을 존중해야 하며 모든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은 이 이상들을 받아들여, 이 나라를 덜 미국적이 아니라 더 미국적인 나라로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예절과 용기와 동포애와 인격을 가지고 국민적 약속을 지켜나갈 것임을 새롭게 다짐합니다. 예절을 지키면서 원칙을 지키는 나라가 이상적인 미국입니다. 모든 사람이 서로 선의와 존경, 공정함과 용서를 가지고 대할 때 예절 바른 사회가 이룩됩니다>
한국에선 문민, 좌파 대통령들이 앞장서서 예절감각을 파괴했다. 대통령들의 의리 없고, 무식하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언행들과 일상적으로 접해 온 국민들은 그들을 비판하면서도 닮아 갔을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언행을 자연스럽게 행동의 한 기준으로 삼게 되는 젊은이들은 敎養語(교양어)와 예절 바른 행동을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인간의 집단 무의식은 그 사회의 담론이다. 한 사회가 쏟아 내는 말들, 대통령과 언론의 말들, 정치인과 지식인의 말들, 식탁에서 오고가는 말들이 인간의 무의식을 형성하고 이것이 행동으로 나타난다.
잔소리가 필요하다
한국 현대사 10명의 대통령 가운데 한국적 예절감각이 가장 투철했던 이가 李承晩·朴正熙였고, 가장 무례했던 이가 盧武鉉이었다. 朴正熙는 청와대 보일러공한테도 존칭을 썼다. 약속한 이발 시간이 늦을 것 같으면 회의 도중 이발사한테 달려와 『미안하다. 좀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이였다. 私信에선 절대로 대통령이라고 하지 않고 「朴正熙 拜」라고만 썼다. 盧武鉉 의원은 1989년 12월31일 국회에서 증언하러 나온 全斗煥 前 대통령 쪽을 향해서 명패를 던졌다.
한국인의 비뚤어진 예절감각은 이런 만행을 「민주화의 義擧」 정도로 귀엽게 보아 주었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이런 나라에서 교양과 예절을 강조하는 것은 激流(격류)에 돌멩이를 던져 둑을 쌓으려는 행동이 될지도 모른다. 국민들이 무례한 자는 응징을 당하고 교양인이 출세한다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잔소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중국 戰國시대의 管仲(관중)이 말했듯이 「곳간이 차면 사람은 결국 염치를 알게 된다」. 잔소리는 그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미니기사] 해외여행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이들은 독일인
2007년 세계에서 해외여행을 한 사람은 8억9800만 명이었다. 지난 57년간 해외여행객 수는 연간 6.5%씩 증가했다. 세계 각국이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약 7330억 달러다.
2020년에 가면 해외여행객 수가 16억 명에 달할 것이라 한다. 중국인 해외여행객은 약 1억 명에 달해 이 부문에서도 세계 1위가 될 것이다. 2007년에는 약 4090만 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위해 출국했다. 한국인은 1300만 명이 나갔다. 중국인 해외여행객의 약 71%는 홍콩과 마카오行이다.
세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나라는 프랑스로 연간 7910만 명이다. 두 번째는 스페인 5850만 명, 3위는 미국 5110만 명, 4위는 중국 4960만 명이었다(2006년 기준).
세계에서 관광 수입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857억 달러, 이어서 스페인 511억 달러, 프랑스 429억 달러, 이탈리아 381억 달러, 중국 339억 달러, 영국 337억 달러, 독일 328억 달러, 호주 178억 달러, 터키 169억 달러, 오스트리아가 167억 달러로 10위다.
해외여행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나라는 독일이다. 2004년 기준 독일인들은 710억 달러를 해외여행에 썼다. 2위는 미국으로 665억 달러, 3위는 영국 559억 달러, 일본 381억 달러, 프랑스 286억 달러, 이탈리아 205억 달러, 중국 191억 달러, 네덜란드 164억 달러, 캐나다 160억 달러, 러시아가 10위로 157억 달러를 썼다. 한국은 16위였다. ●
(趙甲濟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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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머리 좋은 사람들이 사기를 쳐서 먹고 살고 출세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데는 도리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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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情報시장엔 불량품, 즉 거짓말과 욕설이 너무 많이 유통된다. 시장에서 불량식품이 많이 유통되면 食中毒 사고가 많이 생긴다. 정보시장에서 거짓말과 욕설이 많이 유통되면 언어문란으로 도덕不感症이란 정신적 중독증을 앓게 된다.
거짓말과 욕설이 이렇게 많이 유통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불량품 제조, 판매자에 대한 응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상한 돼지고기를 팔아도, 오염된 우유를 만들어도, 거의 처벌당하지 않는 꼴이다.
우선 무엇이 거짓말이고 진실인지를 구분해주는 기관이 적다. 言論과 學界가 식품검사소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언론과 학계엔 좌경 이념의 붉은 색안경을 낀 이들이 너무 많다. 이들은 좌경세력이 만들어 퍼뜨리는 거짓말과 욕설에 대하여는 不可 판정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법적으로 응징해야 할 검찰과 법원에도 제대로 된 안경을 낀 사람들이 적다.
국민들도 일상 생활에서 거짓말과 욕설을 많이 한다. 선진국에선 '거짓말장이'란 이야기를 들으면 주먹을 날리든지 결투 신청을 하는데 한국에선 '거짓말장이'가 일상적인 농담이다.
불량식품이 많이 유통되면 건강식품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처럼 거짓말의 유통량이 많으면 진실의 유통량은 적을 뿐 아니라 진실이 거짓말로 의심을 받기도 한다. 이래저래 거짓말은 당당하게 하고 진실은 조심스럽게 발언하는 풍토가 조성된다.
거짓말에 분노하지 않는 국민들이 너무 많다. 자기 편, 자기 고향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면 '말솜씨가 좋다'고 한다. 선진국에선 거짓말을 하였다가 들통이 나면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데 한국에선 별개 문제이다.
모든 도덕률의 근본은 正直性이다. 이 人性의 바탕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교육으로도, 法治로도 질서를 잡을 수 없다.
한국인은 국민평균 IQ가 세계 1등이다. 그런데 사기사건 발생 건수도 인구비례로 1등이다. 거짓말이 너무 많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속이는 사람도 많고, 속는 사람도 많고, 속고 나서 정신을 차리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머리좋은 사람들이 남을 속여서 대통령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고 記者도 되고 학자도 되려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머리 좋은 사람들이, 사기를 쳐서 먹고 살고 출세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데는 도리가 없다.
팔리는 식품의 반이 불량품이라면 국민건강의 약화를 막을 수 없다. 정보시장에서 거짓말들을 가려내 제거하는 기능이 마비된 한국에선 국민들의 정신적 食中毒을 막을 방법이 없다.
汎국민적 거짓말 中毒症의 귀착점은 어디인가? 교양과 애국심과 예절이 무너지고, 그리하여 法과 질서가 무너지고, 종국에 가선 安保가 무너지는 사회이다. 한국의 미래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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