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vs KAIST, 뇌연구원 유치경쟁
인천시 vs 대전시 지자체간 자존심 대결도 관심
서울대와 KAIST가 본격적인 ‘한국뇌연구원(가칭)’ 유치경쟁에 돌입했다. 두 대학이 각각 협력기관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뇌연구원 유치를 공식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먼저 움직인 건 KAIST로 지난해 9월 뇌연구원 유치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대가 지난달 16일 인천시, 가천의과학대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더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서울대는 가천의과학대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뇌영상장비와 인천 송도구역 기반시설이 서울대 연구인력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 뇌연구원유치추진위 권준수 교수(정신과학교실)는 "우리의 강점은 맨파워(manpower)"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지난 2001년 뇌과학협동과정을 개설해 뇌과학 분야의 젊은 연구인력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며 "이들의 연구수준도 국내 최고"라고 말했다.
협력기관인 가천의과학대 뇌과학연구소는 뇌영상분야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의 세계적 권위자 조장희 박사가 이끌고 있다. 또한 서울대는 인천 송도지구 첨단의료복합단지내 입주 중이거나 입주 예정인 외국계 의료업체들과 연계해 뇌질환 치료제 등을 상품화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KAIST는 지난 14일 대전시, 한국생명공학연구소, 서울아산병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SK(주) 등 5개 협력기관과 MOU를 체결하며 공식적으로 뇌연구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
KAIST 뇌연구원설립추진위 김대수 교수(생명과학과)는 “신경과학분야와 뇌공학분야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라며 “뇌과학은 융합학문”임을 강조했다.
KAIST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영장류센터가 각종 질병에 대한 연구성과를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밖에 한국표준과학연구소의 뇌영상장비, SK(주)의 신약개발기술, 서울아산병원의 의료지원 등 기능분담을 통해 융합 연구를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인천시와 대전시의 지자체간 자존심 대결도 관심거리다.
인천시는 송도 첨단의료복합단지내 3만 3000㎡(약 1만평)를 뇌연구원 부지로 제공하기로 했다. 뇌연구원을 유치할 경우 부지제공 및 건축비 지원뿐만 아니라 연구원 운영비까지 일부 지원할 계획이다. 송도는 수도권이라는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쉽게 오갈 수 있는 지역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대전시는 대덕연구개발특구내에 5만 2000㎡(약 1만 6000평)의 부지제공을 검토 중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예산지원에 있어 우리가 인천시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덕특구가 주변 환경상 융합과학을 하는데 최적지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전지역에 첨단의료시설이 없는 것이 약점이다. KAIST가 서울아산병원과 손잡은 것도 바로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대-인천시, KAIST-대전시의 양자 대결구도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도 뇌연구원 유치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은 상태지만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과 컨소시엄 구성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는 현재 조성 중인 대구 테크노폴리스 내에 뇌연구원 부지를 마련할 계획이다.
대구시의 뇌연구원 유치 움직임에 대해 KAIST 관계자는 “주경쟁자는 물론 서울대지만, 대구지역의 정치력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뇌연구원 설립은 국내 뇌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뇌연구 융합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이다. 뇌연구원이 설립될 경우 뇌질환 환자 급증에 따른 신약개발, 의료기기 개발 등 장기적인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부는 오는 2월 중으로 추진계획안을 확정, 유치기관 선정을 5월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