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인수봉계곡단풍
가을, 한문으로는 秋(추)입니다.
벼화(禾)와 불화(火)가 하나가 되어 가을 秋(추)랍니다.
서울 화곡동의 화자가 바로 벼 화이지요.
제 주제에 감히 파자(破字)를 할 실력은 없지만
가을이라는 한자어 秋에 눈을 못 떼는 게 어디 저 뿐이겠나요.
여름 보다도 가을의 한자어에 불 火가 붙음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나이다.
가을은 어찌보면 여름 이상으로 뜨거운 계절이라고
날씨가 아닌 마음의 온도가 이 계절에는 불과 같은 게, 아니 그리 하는 때가 아닌지요.
북한산 자락의 단풍을 보며 걸으며 내내 秋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리하여 추심(秋心)에 취했구요.
또한 그 만은 절벽 중에 숨은벽이란 이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구요.
밖으로 노출된 숨은벽. 그리고 눈에 보이는 암벽에서 숨은 그 무엇도요.
40대 초였나 봅니다.
시를 쓰시는 선배가 저보고 추남이 되어 보라며 빙그레 웃음을 던진 적이 있답니다.
가을 남자(秋男)가 돼 보란 소리였지요.ㅎ
저도 "춘남보다는 추남이면 좋겠다."고 했구요.
점점 가을이 짙어(秋色)갑니다.
가을남자, 또 가을여자(秋女)도 되어 이 가을을 짙게 지내 보심은 어떨지요.
지는 낙엽까지도,
바람에 뒹구는 잎새까지도 눈길 그윽히 주는 가을이기를 ~
당신의 가을이 지날 때 나의 가을은 위대했노라고도요~
이 절경을 보기 위해 숨을 헐떡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감탄사를 연발하더군요.
11시15분 사기막골 입구에서 인수봉 백운대 그리고 그 사이의 숨은벽을 봅니다.
역광으로 마치 흑백 사진 같습니다.
그로부터 5시간 후인 4시10분에 하산하여 그 자리에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육안으로는 단풍이 희미하게 나마 보였으나 사진에서는 그리 실감이 나지를 않는 군요.
선조 임금 때라고 하던가요. 사기막골을 청담동이라고 하였답니다.
문인과 선비들이 즐겨 찾아 시를 짓고 풍류를 즐겼다고 합니다.
수행을 하는 구도자와 같은 마음으로 백운대 방향의 등산로를 오릅니다.
빨간 단풍을 눈요기하며 오릅니다.
마지막 깔딱 구간. 손발을 다 써도 힘이 듭니다.
이 정도의 발품 투자(?)야 이미 각오한 거구요.
긴 꼬리의 등산객으로 등산로는 완전 정체. 진도가 않나갑니다.
하여 살짝 우회하여 정체가 풀리면 가려고 쉴 곳을 찾습니다.
엎어진 김에 눕는다고 아예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식사전 다른 우회로를 찾다가 난이도 땜시 포기합니다.
그 사이 몇 장면을 담았구요.
여기서 꼭 밝힐 것은 실제 단풍 빛깔은 사진 보다 10배는 아름다웠다는 점.
식사 후 정체가 풀려 마당바위를 향해 가며
북쪽의 상장봉(출입통제)의 능선을 담았습니다.
이런 예기하면 않되히지만 1년에 한 번은 꼭 찾아가 1봉에서 9봉까지를 오릅니다.
속칭 '국공'에 걸릴 각오로 말입니다.
#국공->법정코스가아닌 비법정 구역 출입을 단속하는 국립공원관리원
상장봉 너머로 오봉과 도봉의 주봉들이 들어 옵니다.
다당바위 전 계단을 오르는 우리 님들.
피로한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드뎌 마당바위 도착. 마치 장터같은 분위기입니다. 점식식사를 하는 단체와 인증 샷하는 인파로 정신이 없습니다.
한참 올라와 뒤돌아 본 마당바위. 사진에 보이는 인원보다 카메라에 가려진 등산객이 더 많았답니다.
단풍은 백운대 위에서 부터 파랑새 능선따라 내려와, 그 자태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오메 단풍들겠네." 소리가 들립니다.
이미 단풍이 든 표정이던데...
인수봉 단풍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릅니다.
경사도가 높아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깁니다.
엄지를 켜 올림은 최고라는 표시인가요? 아님 저기 아름다운 단풍의 정경을 보라는 걸까요.
두 개 다 맞지요.
이렇게 가까이에서 단풍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떨림으로, 설레임으로 더듬더듬 가만가만 말하고 듣습니다.
이미 가슴 가득 단풍에 물들었을 거구요.
물든 단풍 고이 저미고 여미어 가져가구요.
지난해 보다는 자태가 그리 곱지 않고 많이 피지도 않았더군요.
해걸이는 하나 봅니다. 내년에 다시 오라는가 봅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낙엽을 봅니다.
물에 나무가지도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나뭇잎은 나무에서 떨어지고 나무와는 영영 떠러져 버립니다.
그래도 어쩌면은 영영 헤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나무와 잎은 서로 체온을 느끼며 살았기에 떠러져도 하냥 떨어짐은 아닐거예요.
우리네 사람도 그러한 관계가 어디 한둘이겠나요.
떠오르는 어느 한 사람 생각나면 깊은 호흡하고 불러 보시지요.
조용히 두 눈을 감구요.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게 더러는 있더군요.
살다 보면은 나이 들어 보면은요.
드디어, 긿을 잃기도 하고 오르막 내리막을 거듭하며 인수봉계곡을 벗어나
사기막골계곡에 접어 들었습니다.
군부댁 이전하고 일부 관리병만 남은 곳입니다.
군부대가 철수한 이 곳에 수영장을 만든다고 합니다.
수십년만에 시민의 품으로 유서 깊은 사기막골 계곡이 새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합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의 청담동(사기막골) 찬가를 도선님이 읽고 일행은 귀를 세웁니다.
발만 씻었나요. 마음도 닦았지요.
힘센 함대 한 척이 시루떡 바위와 씨름을 벌립니다.
그냥 무승부로 하겠습니다. ㅎ
바위에 붙은 붉은 담쟁이를 봐서라도요. 물론 일행은 함대님을 일방 응원했지만.
군부대 상징 표지석을 지납니다.
힘들게 올랐던 숨은벽 능선을 돌아 봅니다.
높이 그리고 멀리 돌아와 봅니다.
함께하신 분들
도선님 함대님 이청춘님(남성 회원)
산내음님 씽씽님 윤실비아님 별들님 남산벚꽃님 솔빛길님(여성)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국공'을 만나 당황하셨던 점 널리 양해를 구합니다.
진행자로서 미숙했던 점도 있으리라 봅니다.
이 또한 고개를 숙입니다.
다음 걷기에서 반갑게 맞겠습니다.
*
첫댓글 멋진곳 숨은벽을 넓은마당바위
해골바위 댕겨온 추억으로 보니
함께한듯 즐감하며 눈으로 걸음하며 미소지어봅니다.
제 눈도 마음도 예쁜단풍으로 물들었네요 수고많이하셨습니다. ^^
아이구~ 호수 지기님~ 집안일 땜시 함께 못하시어 엄청 아쉬우셨겠네요.
타이밍도 좋았구요 일행 모두가 덕을 많이 쌓으신 덕에 단풍 즐감했지요.
단풍이 한창인 북한산 정경도 더없이 좋지만, 사진 한 컷 한 컷마다 덧붙인 로따님 해설을 따라가다가 보니 깊은 가을 속에 노니는 듯싶네요. 수고 많으셨고요. 즐감했어요^^
숨은벽 단풍이 피크였던가 같습니다. 인수봉계곡 단풍은 완죤 독점했구요.
내년에는 함께하시기를...공지 전에 미리 귀띔해 드릴게요.
익히 글을 잘 쓰시는 것은 알고 있지만 ᆢ
서두에 중간중간에 ᆢ
참 감동 뭐 그리 감성글이 어디서 묻어 나온데요
'파자' 충분히 능력 실력 되십니다
북한산 인수봉 전경 직접 오르지는
못 했지만 마치 함께한 듯
멋진 사진들 해박한 해설로 충분히 대신 합니다
아쉬운 것은 10배나 더 고은 단풍색을 직접 체험하지 못 함이 ᆢ
함께한 여성님들 그 힘든 곳을 대단 하십니다
좋았겠어요
요 글 ᆢ참 참 좋아요
위에 서두는 더욱 ᆢ
숨은벽 능선은 밤골과 사기막골에서 북한산의 최고봉인 백운대를 오르는 코스지요.
단풍의 절경을 볼 수 있다는 마음에 힘든줄도 몰랐답니다.
울긋불긋 단풍에 마음을 빼았긴, 그래서도 좋은 날이었지요.
큰맘먹고 오른 숨은벽 ~
웬 인파인가요?
다들 똑같은 마음인가 봅니다
덕분에 단풍구경 실컷하고 다리운동도 엄청했네요
맛깔난 후기글 잘보고 갑니다
어디서 그런 저력이나셨나 했지요. 누구보다 가뿐히 걷는 모습을 지켜 보았답니다.
며칠간은, 아니 올 가을 내내 단풍의 자태에 취해 보셔요. 다음날 거뜬하셨겠지요?
정말 잊지 못할 인수봉 단풍 트레킹이었습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계곡따라 능선따라 형형색색의 단풍의 퍼레이드는 실로 장관이었지요.
고운 추억을 담으셨다니 기쁘네요. 내년에도 함~ 가보자구요.
읽고 그냥 가는건 예의가 아니라
인사드리고 갑니다.
숨은벽 단풍과 늘 한결같으신 로따님 수고하셨습니다.^^
아니... 뉘시던가요? 왕년에 북한산 일대를 주름 잡으시던 그 천처니님 아니신가요?
하시는 사업 잘 운영하시겠지요. 불원간 검단산길 안내 좀 부탁드릴게요.
올만에 숨은벽 로따님 리딩에 산행했네요 맛깔나는 글과함께 로따님후기로 하루여정을 다시즐감합니다 훤임들과 함께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로따님 수고많으셨어요 감사드립니다~^^
다른 일정을 과감히 포기하시고 달려오셨다면서요? 본전(?)은 찾으셨겠지요. ㅎ
올만에 산길 함께하시어 저도 보람있었습니다.또 졸지에 '국공'도 만나고...
한결 같으신 이같또로따님
아름다운 영상과 맛깔나는 해설에 취합니다 저도 예전에 디뎐던 숨은벽 떠오르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