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6월13일 [인천]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도중에 얼른 타협하여라. - 조명연 마태오 신부

[김대성(스테파노)]

2013년 6월 13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

제1독서 2코린 3,15─4,1.3-6

형제 여러분, 오늘날까지도 모세의 율법을 읽을 때마다 이스라엘 자손들의 15 마음에는 너울이 덮여 있습니다. 16 그러나 주님께 돌아서기만 하면 그 너울은 치워집니다. 17 주님은 영이십니다. 그리고 주님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습니다.
18 우리는 모두 너울을 벗은 얼굴로 주님의 영광을 거울로 보듯 어렴풋이 바라보면서, 더욱더 영광스럽게 그분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갑니다. 이는 영이신 주님께서 이루시는 일입니다.
4,1 이렇게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입어 이 직분을 맡고 있으므로 낙심하지 않습니다. 3 우리의 복음이 가려져 있다 하여도 멸망할 자들에게만 가려져 있을 뿐입니다. 4 그들의 경우, 이 세상의 신이 불신자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여, 하느님의 모상이신 그리스도의 영광을 선포하는 복음의 빛을 보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5 우리가 선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선포하고, 우리 자신은 예수님을 위한 여러분의 종으로 선포합니다. 6 “어둠 속에서 빛이 비추어라.” 하고 이르신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을 비추시어,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나타난 하느님의 영광을 알아보는 빛을 주셨습니다.

복음 마태 5,20ㄴ-2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0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21 “‘살인해서는 안 된다. 살인한 자는 재판에 넘겨진다.’고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22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
23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24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
25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도중에 얼른 타협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고소한 자가 너를 재판관에게 넘기고 재판관은 너를 형리에게 넘겨, 네가 감옥에 갇힐 것이다. 26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네가 마지막 한 닢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요 며칠 상당히 더웠습니다. 아직 그렇게 더울 때가 아닌 것 같은데, 한 여름 날씨처럼 푹푹 찌는 열기에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았지요. 저 역시 방에 있는데 저절로 땀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선풍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바로 ‘리모컨’입니다. 약간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버튼 조작으로 편하게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리모컨이 분명히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수많은 버튼을 가지고 있는 텔레비전 리모컨과 달리 선풍기 리모컨은 매우 간단합니다. 채널을 바꿀 필요도 없고, 단지 전원을 켜고 끄는 정도 그리고 또 있다면 풍량 조절과 회전을 시킬 수 있다는 것뿐이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리모컨을 찾고 있는 저였습니다. 직접 선풍기로 가서 그곳에 붙어 있는 버튼을 눌러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고 없이 단순히 버튼 몇 번으로 원하는 바를 얻으려는 편리함만 찾고 있습니다.

물론 편리함을 찾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문명의 이기를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는 것이 현명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편리함만을 추구하다보니 인간관계 안에서도 편리함을 내세울 때가 많더라는 것입니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나쁜 상황을 만들어낼 것 같은 대화는 아예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용서와 화해를 해야 하는 순간에서도 대화하는 것이 싫다고 아예 만나려고 하지 않지요. 어쩌면 인간관계를 편안하게 버튼 몇 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리모컨이 있다면 아마 서로들 사겠다고 난리를 치지 않을까요?

그러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리모컨 버튼 몇 번의 동작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진정한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가는 수고를 통해서만 진정으로 화해하고 일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들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이웃들과의 관계가 나의 구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시지요.

이웃과의 관계는 곧 나의 구원과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곧바로 그 형제와 화해하고 예물을 바치라고 말씀하시지요. 문제는 화해하고 용서하는 것을 어려워하면서 그냥 무시하고 피하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화해와 용서는 나의 이웃만을 위한 행동이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내 자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이 점을 기억하면서 혹시라도 멀리하고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이를 편하게 해결할 리모컨을 찾기보다는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를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화해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의 그 누구보다 중요한 ‘나’는 꼭 구원받아야 하니까요.

나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삶을 삶답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정성을 다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다(톨스토이).

혹시 이런 리모컨을 찾고 계십니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인터넷에서 본 감동적인 글을 보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여섯 단어는 ‘내가 정말 잘못했다는 사실을 나는 인정합니다.’ 라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다섯 단어는 ‘당신은 정말 훌륭한 일을 했습니다.’ 라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네 단어는 ‘당신은 이걸 어떻게 생각하나요?’ 라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세 단어는 ‘당신에게 이것을 부탁드립니다.’ 라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두 단어는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우리" 라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은 한 단어는 "나" 라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텐데, 점점 가장 중요하지 않은 단어만 내세우고 강조하는 우리들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나보다 우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 서로에게 감사와 사랑을 주려고 노력하는 사회가 될 때 진정으로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세상이 바로 주님께서 말씀하신 이미 왔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느님 나라임을 잊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