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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한 왕비의 전생 이야기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어느 사제의 집에 태어났다. 그가 성년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사제관이 되었다. 왕은 왕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왕비여,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말해보시오.” 그러자 왕비가 말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대왕께서 다른 여자를 보고 욕심을 내지 않는 것뿐이옵니다.” 왕은 다른 소원을 말해 보라고 했으나 왕비는 다른 청을 모두 거절하고 그것만이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왕은 부득이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그 약속 때문에 왕은그 후로 1만6천 명이나 되는 아름다운 무희들 가운데 한 여자에게도 애욕의 찬 눈길을 보낼 수가 없었다. 그때 국경에 난리가 일어났다. 국경 경비대들이 적과 대적해서 싸웠으나 힘이 부족하여 도저히 도적을 격퇴할 수가 없었다. 경비대는 왕에게 급서(急書)를 보내 구원을 청하였다. 왕은 친히 군대를 모아 출정을 서두르고 왕비에게 말했다. “왕비여, 나는 국경으로 가게 되었소. 전쟁이란 그 승패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법이오. 그런 곳에서는 여자를 보호하기 어려우니 왕비는 궁에 남아 있기 바라오.” 그러나 왕비는 왕의 말을 듣지 않았다. “대왕님, 저는 여기 남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왕이 두세 번 달래어 남아 있기를 청하자 왕비가 말했다. “그러면 왕께서는 1유순을 갈 때마다 안부를 알리는 사람을 한 사람씩 보내 주십시오.” 왕은 승낙하고 보살 사제관에게 성을 맡기고는 군사를 거느리고 떠났다. 그리고 1유순을 갈 때마다 한 사람씩 왕비에게 보내어 왕이 안전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너는 가서 내가 무사하다는 것을 전하고 왕비의 안부를 묻고 돌아오너라.” 왕의 명령을 받고 궁성에 돌아온 사자는 왕비에게 왕의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왕비는 사자에게 물었다. “왕은 그대를 왜 보냈는가?” “왕비님의 안부를 묻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침실로 올라오너라.” 왕비는 왕의 사자와 정을 통하였다. 왕은 32유순의 길을 가는 동안 32인의 사자를 왕비에게 보냈다. 왕비는 그때마다 그 사신과 사음을 행하였다. 왕은 국경을 진압한 후 백성들을 격려하고 돌아오면서 또 32인의 사자를 보냈고, 왕비는 또 그들과 사음을 행하였다. 왕이 돌아와 개선군의 진영에 머무르면서 보살에게 편지를 보내어 왕을 맞을 준비를 시켰다. 보살은 성 안의 준비를 마치고 왕비의 거처를 찾아갔다. 왕비는 보살의 훌륭한 풍채를 보자 욕망을 자제할 수가 없어서 말했다. “바라문님, 이 침대로 들어오십시오.” 그러자 보살이 말했다. “왕비님, 무슨 말씀입니까? 왕은 존엄하시고 소인은 죄를 두려워합니다. 그런 일은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64인의 신하들은 한 사람도 왕을 존중하지 않았고, 또 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대는 왕을 존중하고 죄를 두려워하는가?” “왕비님, 그들도 저처럼 생각했다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해서는 안 될 일을 알기 때문에 어지러운 행동은 않습니다.” “무슨 쓸데없는 잔소리를 지껄이고 있는가? 만일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당장 네 목을 베겠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이 한 생에 목을 베이고 다른 백천 생에서도 백천 번 목을 베이더라도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왕비는 보살에게 두고 보자고 위협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온몸에 손톱자국을 내고 손과 발에 기름을 바르고 더러운 옷을 입은 채 누워 하녀를 불렀다. “대왕님이 와서 나를 찾거든 아프다고 아뢰어라.” 드디어 보살은 왕을 맞으러 나갔다. 왕은 행렬을 정돈하여 궁 안으로 들어갔다. 궁으로 들어갔으나 왕비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왕이 하녀에게 물었다. 하녀는 왕비가 앓아 누워 있다고 말했다. 왕은 침실로 들어가 왕비의 등을 어루만지며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왕비는 잠자코 있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대왕님, 살아오셨군요. 저 같은 여자도 왕을 섬길 수 있을까요?” “그게 무슨 말이오?” “대왕님의 명령으로 이 성을 지키기 위해 남아있던 사제가 거실을 돌아본다고 하고 또 제게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위협하고 때리고 욕심을 채웠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마치 불속에 던져진 소금이나 사탕처럼 벌벌 떨면서 침실을 나왔다. 그는 문지기와 하인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가서 저 사제를 붙잡아 뒷짐 지워 묶고, 사형수처럼 끌고 나와 처형장으로 데리고 가서 목을 베어라.” 군사들이 왕의 명령을 받고 달려가 사제를 묶고 사형 집행을 하기 위해 북을 쳤다. 그때 보살은 생각했다. ‘왕은 확실히 저 악독한 왕비의 간계에 빠져 나를 죽이려는구나. 나는 오늘 내 힘으로 나 자신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사제는 군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나를 죽이려는 것은 좋으나 내가 대왕님을 만나 본 후에 죽여라.” “왜 왕을 만나려 하는가?” “나는 대왕님의 신하로 많은 일을 하였다. 때문에 많은 보물들을 숨겨 놓았다. 대왕님의 재산을 내가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대왕님을 만나지 못하면 그 많은 재산을 숨겨 놓은 곳을 모르기 때문에 대왕님은 재산을 잃게 된다. 내가 그 재산이 있는 곳을 말한 후에 당신들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들은 곧 보살을 왕 앞에 끌고 갔다. 왕은 그를 보자 크게 소리쳤다. “이 바라문아 , 너는 내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느냐? 왜 그런 짓을 했느냐?” “대왕님, 저는 바라문족으로 태어나 아직까지 개미 한 마리도 죽인 일이 없고, 풀잎 하나라도 주지 않은 것을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애욕의 눈길로 남의 아내를 바라본 적도 없었고, 농담으로나마 거짓말을 한 적도 없으며, 풀잎 끝에 맺힌 이슬만큼의 술도 마셔 본 적이 없습니다.(뜨끔 !^^) 저는 죄 없는 사람입니다. 저 미련한 왕비가 애욕에 빠져 제 손을 잡았고, 제게 거절당하자 저를 위협하고 자신의 악행까지 제게 말한 후에 두고 보자고 하면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제게는 죄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편지를 가지고 온 64인이야말로 죄인입니다. 저들을 불러 왕비가 시키는 대로 했는지 안 했는지 물어보십시오.” 왕은 보살의 말을 듣고 그들 64명을 결박 지어 묶고 왕비를 불러내어 문초를 시작했다. “왕비가 너희와 음란 행위를 했느냐?” 왕이 묻자 그들은 모두 잘못을 시인했다. “이들의 목을 당장 베어라!” 왕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보살이 다시 나섰다. “대왕님, 저들은 잘못이 없습니다. 왕비가 자신의 욕망을 채우게 했으므로 저들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용서해 주셔야 합니다. 사실 여자의 음욕이란 만족이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여자의 천성으로 그 음욕은 여자에게 필연적으로 붙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들을 용서해 주셔야 합니다.” 보살은 갖가지 말로 왕을 달래었다. 그리하여 그들 64명과 왕비를 놓아주고 그들에게 집까지 주어 편히 살게 한 후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왕님, 우매한 자의 사실 무근한 말로 현자가 묶였으나 진리에 맞는 현자의 말에 묶였던 자들이 풀려났습니다. 이처럼 우매한 자는 묶이지 않을 사람까지 묶이게 만들고, 현자는 묶인 자들까지 놓아 주는 것입니다.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은 제가 세속에 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가정을 버리겠습니다. 제 출가를 용서해 주십시오.” 보살은 출가의 승낙을 얻고 눈물을 흘리는 친족들에게 많은 재산을 나누어 주고 집을 떠나 선인 생활에 들어가 설산에서 살았다. 그는 신통과 해탈의 성과를 얻고 죽어서 범천 세계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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