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자녀들이나 개척교회 목회자 자녀들은 다 잘 된다고? 그런 말조차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우리 부부, 웬만해서는 따로 자는 일이 없는데 어제는 둘째가 우리 침대에서 대 자로 너무 곤하게 자고 있어 남편과 형제들 방에서 자게 되었다. 2층 침대를 한 층씩 차지하며 누웠는데 2층에 올라간 남편의 한 마디가 눈물이 핑 돌게 했다. ”우리 아들들 자는 환경이 이렇구나...“ 남편이 누운 2층은 첫째가 자는 공간이다. 천정과 맞닿았지만 창문을 통해 보는 바깥은 땅이다. 남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안 봐도 다 안다. 가장의 무게와 생각 속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을 거라는 것을. 며칠 전 옷을 사달라는 아이에게 우리의 형편과 상황을 말했더니 ”알겠어요. 우리 거지잖아요...“ 하고 끊어버리는 전화에 마음 깊이 생채기가 났다. 가끔 지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듣곤 한다. 선교사님 자녀들이나 개척교회 목회자 자녀들은 모두 잘 된다라고... 소망의 말이기에 감사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사실 위로가 되지 않는다. 희망 고문과도 같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감사로 다지고 메워논 고강도 마음에 균열이 생긴다. 그 틈을 타고 답답함과 무력함이 재가 되어 마음에 내려 앉는다.
예전 같으면 은혜의 먼지털이로 후후 털며 아무 일 아닌 양 살아가련만 오늘은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마음에 반응하는 중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상황과 환경에 감사로 적응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터널을 지나가는 터널이니 참으라고 하기엔 너무 미안하고 속상하다.
오늘은 그냥 이런 내 마음을 보듬어 주고 싶다. 코도 헐고, 입 안도 헐고, 입술도 네 곳이나 헐었으면서 괜찮은 척 씩씩한 척 하는 게 사치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오늘까지만 푸념하고 내일은 희망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 땅의 것이 나의 소망이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