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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7번 국도는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부산에서 출발해서 울산과 포항, 영덕과 울진을 거쳐 삼척과 동해시 그리고 강릉으로 가는 길은 한국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차별과 배제의 길이 되고 있습니다.
부산과 울산의 행정구역상 경계 지역인 울주군 서생면에는 세계 최대 핵발전 단지가 있습니다. 설계 수명 60년의 핵발전소들이 가동하고 있고, 건설되고 있습니다. ©️장영식
부산에서 출발하여 기장군과 울주군을 가는 길에는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고리와 신고리 핵발전소가 있는 곳의 반경 30킬로미터 내는 부울경 주민 약 382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울산의 중화학 공업단지가 있습니다. 이 길을 지나면 월성 핵발전소가 있고, 핵발전소에서 배출한 핵쓰레기를 보관하는 핵폐기장도 있습니다.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경계 지역인 삼척시 원덕읍에는 솔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가스공사가 약 200만 톤의 LNG 가스를 저장하는 탱크로 솔섬의 아름다운 풍경은 사라졌습니다. ©️장영식
포항을 지나 울진으로 가면 울진 핵발전소가 있습니다. 울진 핵발전소 바로 앞에는 초등학교와 주민들이 밀집해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울진을 지나면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과 마주합니다.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경계 지역입니다. 원덕읍에는 영국의 사진가인 마이클 케나가 촬영해서 알려진 아름다운 솔섬이 있었지만, 지금은 LNG 가스 저장 탱크들로 기형적인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시 삼척시장은 “그깟 소나무 몇 그루가 무슨 문제이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사라질 솔섬의 운명은 삼척 시민들의 반대로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예전의 모습을 되살릴 수는 없었습니다. 원덕읍 호산항에는 석탄 화력 발전소 2기가 상업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LNG 가스 저장탱크 사이로 원덕읍 호산항에 있는 석탄 화력 발전소 2기 모습. ©️장영식
삼척 시내 가까이 있는 맹방 해변에는 포스코가 석탄 화력 발전소 2기를 짓고 있습니다. 이 공사로 아름다운 맹방 해변은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고 있습니다. 항만과 방조제 공사로 해변이 침식되고, 금빛 백사장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맹방 해변은 빌보드 차트 1위를 질주하던 BTS의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의 앨범 재킷 촬영 장소이기도 합니다. 맹방 해변에는 고 지학순 주교의 소박한 별장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천주교 휴양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도 이곳을 즐겨 찾았고, 맹방 해변을 산책하며 하느님과 영적 대화를 나누던 곳이기도 합니다.
삼척의 맹방 해변은 아름답기가 이를 데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BTS의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의 앨범 재킷 촬영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맹방 해변은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장영식
삼척 시내에는 삼표시멘트(구 동양시멘트) 공장이 있습니다. 삼척 시청에서 반경 5킬로미터 내에는 이 모든 곳을 포함해서 동해시의 한라시멘트 공장과 쌍용양회 그리고 동해 석탄 화력 발전소가 포함됩니다. 동해 석탄 화력 발전소는 추암 해변에 있습니다. 한국의 시멘트 공장에는 전국의 산업 폐기물들이 대형 트럭으로 반입되고 있습니다. 산업 폐기물들이 독성 시멘트로 둔갑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합법이라는 사실에 놀랍습니다. 산업 쓰레기를 재활용한다는 의미로 포장되어 쓰레기 시멘트가 건설 현장으로 출하되고 있습니다. ‘새집 증후군’은 독성 시멘트가 원인입니다. 이 악성 산업 쓰레기들이 재생되는 과정에는 환경부 출신의 ‘관피아’들과 검경 출신의 ‘법피아’들 그리고 국회 권력이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있습니다. 이들이 쓰레기 시멘트의 합법화의 산실입니다. 물론 그 뒤에는 천박한 검은 자본이 있습니다.
전국의 산업 폐기물들이 시멘트 공장으로 향하고 있다. ©️장영식
동해시를 지나 강릉 안인 해변으로 가면 영동 화력 발전소가 있습니다. 영동 화력 발전소는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지금은 펠릿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동 화력 발전소 옆에는 호수가 있었지만, 영동 화력 발전소에서 배출한 석탄재로 호수를 매립하여 지금은 골프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안인역이 있는 영동 화력 발전소 옆에는 삼성물산에서 석탄 화력 발전소 2기를 짓고 있습니다. 이 공사로 안인사구 해변의 침식과 훼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인 염전해변은 이미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릉 경포대와 정동진 사이에서 석탄 화력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는 사실은 경악 그 자체입니다.
영동 화력 발전소의 모습. 굴뚝 뒤편으로 강릉 경포대의 모습이 선명하다. ©️장영식
삼척과 강릉의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에는 주민들의 동의나 공청회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되었습니다. 대기업들로 이루어진 민간기업이 발전사업의 길을 열어 준 것은 이명박 정부 때였습니다.
석탄 화력 발전소 반경 5킬로미터 지역은 법에서도 인정한 발암물질 피해지역입니다. 삼척 시민들은 석탄 화력 발전소뿐만 아니라 시멘트 공장이 가동하고 있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말하면서 석탄 화력 발전소를 짓는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강원도에서 석탄 화력 발전소를 짓는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지금 있는 석탄 화력 발전소를 폐기하기는커녕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를 지으면서 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탑을 통해서 수도권으로 흐른다. 이 전기를 위해 지역의 주민들과 자연생태계는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영식
강원도는 신울진 핵발전소와 삼척과 강릉에서 짓고 있는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동해안 초고압 송전탑’ 건설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밀양과 청도 송전탑 투쟁을 겪었으면서도 변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수도권 전기를 위해 7번 국도의 산하는 송전탑으로 빼곡합니다. 초고압 송전탑에 의한 전자파와 석탄 화력 발전소의 저탄장에서 날아온 탄가루 그리고 시멘트 공장에서 날아온 온갖 발암 물질들은 주민들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자연생태계는 복원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와 상맹방1리현안 대책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삼척우체국 앞에서 석탄 화력 발전소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핵산업계가 그토록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핵발전소를 한강 변에 짓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강 변에 핵발전소를 짓고, 석탄 화력 발전소를 짓는다면 장거리 송전선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주민과의 첨예한 갈등도 일어날 이유가 없습니다. 왜 수도권의 전기를 위해 지방과 지역 주민들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해야 할까요. 왜 전국의 자연생태계가 희생을 강요당해야 할까요.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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