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저무는 강변에 새 한 마리 물비늘 위로 낮게 날고철길을 따라 떠난 그 날의 기차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사람들이 모두 떠난 역사의 한 모서리에서 헛된 기다림만 안고쓴 소주를 마시던 사내는 괜스레 억지 기침을 해댄다.떠난 사람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았다. 기억을 버리고,급기야는 추억을 잃어버렸다. 귀찮은 일이라면서……기억 하나 붙잡으려 한다는 것은 너무 허약하고부당해 보였다. 억울하다고 말해지도록.억울했다. 삶이 온통 누명이라는 걸 증명할 길 없어 억울했다.그 부서진 가슴 위로 동생의 친구를 사랑하다 자살한 누이가 지나갔다.새하얀 이빨을 가리며 수줍게 웃던 그 누이.그가 떠나간 자리에 전설처럼 노란 민들레 피고또 다른 누이는 흑발에 그 꽃을 꺾어 꽂았다.하늘이 한 뼘쯤 낮아진 날기차는 떠나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끊임없이 돌아오는 기차는 이미 그 날의 기차가 아니다.사람들은 너무나도 눈치가 빤하고 대록거리는 눈들은 더 이상 지난 시간들을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돌아올 때는 머리에 노란 나비 한 마리 붙이고 오마고 집을 떠났다가 정말로 나비 같은 혼령이 되어 날아와 한나절을 머물다다시 뒷산 너머 수풀 속으로 영원히 날아가버린 오빠와 뒤따라가며 눈물 훔치던 오빠의 여자도이제는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다.오빠가 부르던 하모니카의 애절한 곡조는 뜸북새 소리와 함께 사라졌고 노란 민들레꽃은 시들다 못해 머리칼에 엉겨 붙어 말라버렸다.이제, 눈물 훔치던 오빠의 여자도 돌아오지 않는 날저녁 강안개는 흩뿌려지고 강변로를 달리는 차량들은 매연을 뿜어 아무도 노래하지 않는 추억을 부식시킨다.빈 역사에서 억지 기침을 해대던 사내도 떠나고 임지훈의 노래를 메들리로 부르던 강촌역 윌 카페의 무명가수도 끝내는 기타를 부수고 떠났다.한 줌 추억일랑 버려두고, 이제는 떠나야 한다.헛된 기다림만 남기고 떠나간 기차는 오늘도 돌아오지 않으므로. 온통 누명뿐인 삶에 다시 돌아올 일 없으므로.♧
첫댓글
그러니요
떠나는 기차는 다시 그선로위에 반복을 해야
철로선이 빛이 날것인데
기차는 떠난다...
그 선로위엔 녹쓸겠어요
@행운
새벽에 이미지들이 참 멋지다 하는 생각이
지금 다시 보니 설악의 풍경이군요
역시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