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파별 모더니즘의 특성: 미래주의
권대근
문학박사, 대시대학원대학교 교수
미래주의는 그 이름이 시사하는 것처럼 20세기의 예술을 주도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명확한 이념과 방법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등장한 아방가르드 운동의 최초 형태이다. 1909년 미래주의 선언을 <피가로>지에 발표한 이 운동의 주도자 마리네티는 입체파의 영향을 받아 세계의 본질이 운동과 생명력에 있다고 파악하는 입장에서 현대 예술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조화, 비례, 통일과 같은 고전적 미학규범을 파괴하고 기하학적으로 고안된 언어형식을 통해 현대적 경험을 시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데 속력을 내어 달리는 자동차나 기관총 소리, 기계의 소음도 도입하고 전쟁이나 폭력, 모험 등의 원시적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쇠약해진 현대인의 미적 감수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현대의 역동적인 삶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예술의 완결된 구조를 창조하는 방법을 과감히 버리는 일뿐만 아니라 통사법의 해체, 단어들의 변형, 인쇄활자의 혼용, 자유어의 창조가 필요하며 속도와 운동의 상태를 묘사하기 위해 시공간의 동시 공존성을 나타내는 일원적 표현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에 저널리즘에서 미래파라는 용어가 새롭거나 괴상한 모든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 것도 그것이 대담하게 현대예술의 근원적 해방을 주장한데 다른 부산물이다.
그러나 미래주의는 전통에 대한 거부라는 점에서 아방가르드의 공통적 성질을 구현하지만 기계문명을 예찬하고 인류의 황금시대를 기대한 점에서 다른 운동과 차별성을 가진다. 그리고 이 점이 미래주의의 운명에, 그리고 문학적 양태에 특유한 현상을 유발했다. 미래주의에서 미래란 ‘관념화된 과거 또는 꿈꾸어진 미래라는 추상적이며 경직화된 모델에 정면으로 맞서는 무의식과 욕망의 힘들이 집결하는 장소였다. 이러한 ’미래‘의 지향은 열정적 충동과 완전한 자유를 위한 투쟁을 수반하는 것으로서 미래주의가 힘과 역동성을 지닌 미학이 되게 하는 요인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 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의 개입을 열어 놓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즉 미학적으로 미래주의는 시간 속에서 함께 일어나는 소리, 빛, 운동 등의 모든 것을 예술 작품 속에 함께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동시성의 미학을 가능하게 했다. 이것은 서로 대조되는 것들의 활력, 어조의 변화를 통해서 생동감과 힘을 얻게 하는 방법을 가능하게 하여 자유시의 개념을 추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기술문명의 찬양과 폭력예찬, 전쟁예찬 등의 논리는 파시즘과의 협력을 허용해 주는 운동의 내적 논리가 되었다. 곧 속도, 힘, 폭력의 찬양이 전재의 미화, 전재의 미학을 초래한 것이다. 미래주의의 주도자 마리네티 자신이 파시즘에 찬동함으로써 미래주의는 결정적 손상을 입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