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병창의 일인자이자 창극계의 명배우 오태석吳太石(1895~1953)은 일제강점기 타고난 목소리와 능숙한 발림*으로 청중들을 마음껏 울렸던 전설적인 소리꾼이다. 그가 공연하는 날이 곧 장날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청중들이 인산인해를 이뤄 당대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명인이다.
가야금 병창은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동시에 목소리도 내는 민속악의 한 갈래로 산조와 함께 발전의 길을 걸어왔다. 소리들은 단가短歌나 판소리 중의 한 대목 또는 민요 등을 가야금의 선율에 맞게 기악화하거나 가야금의 선율을 노래의 선율에 맞게 연주한다.
서울음반이 ‘불멸의 명음반’ 시리즈로 ‘정창렬 판소리 선집’에 이어 복각한 ‘명창 오태석 소리 선집’(1993)은 그가 음반에 취입한 것 중 대표적인 소리들을 묶어 내놓은 귀중한 음반이다. 구수하고 멋들어진 판소리의 성음을 가야금 병창에 얹어 소리하는 오태석 특유의 음악이 잘 나타나 있다. 오태석 명창의 예술적 작품들을 단편적으로 담은 음반이지만 그의 선경에 접한 소리들을 현재까지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방아타령’ ‘신연마지’ ‘기생점고’ ‘군노사령’ ‘농부가’ ‘초한가’ ‘박타령’ ‘돈타령’ ‘초로인생’ ‘심봉사 탄식’ ‘선인 따라가는데’ ‘심봉사 눈뜨는데’ 등 수록.
*발림
판소리에서 소리꾼이 소리의 극적인 전개를 돕기 위하여 소리의 가락이나 사설의 내용에 따라서 몸짓과 손짓으로 나타내는 동작. 과科·너름새·사체라고도 한다. 요즈음 판소리계에서 사체라고 흔히 부르는 ‘발림’이라는 명칭은 한말이나 일제 때부터 쓰인 듯하며, 조선 말기 고종 때까지는 너름새라는 말로 사용되었다. 신재효申在孝의 <광대가>에 의하면 근래 발림의 뜻으로 쓰인 너름새는 인물·사설辭說·득음得音과 함께 소리광대의 네 가지 필수 요건 가운데 하나로 언급하고 있다.
또 발림은 전통 민속놀이 춤에서의 특정한 춤사위를 뜻하기도 한다. 즉, 농악무 가운데 장구놀이에서 장구 연주자가 한 장단을 치고 춤추는 동작을 할 때의 춤사위, ‘송파산대놀이’에서 전복자락을 쥐고 활개를 폈다 내렸다 하는 춤사위, 경기·서도 지방의 ‘산타령’을 부를 때 소고를 치며 추는 춤 등을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