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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겨리의 논생물이야기 3탄, 늦반딧불이를 소개하게 된 아이쿱 논습지조사단원 이현정입니다. 꾸벅^^ 경남 봉하에서 5년째 논을 조사하다보니 어렸을 적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반딧불이를 만나는 행운을 누리고 있는데요~ 몇 년째 논바닥만 파다 보니 얼굴이 까매져서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 저는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차도녀랍니다. 뭐, 중요한 건 아니고요~ 아무튼 저 혼자만 행운을 누리기는 좀 아쉬워 조합원 여러분에게도 나누어 드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 코너를 맡게 되었답니다. 여러분들도 이맘때쯤, 해가 지고 어둑할 무렵, 봉하의 논 주변을 어슬렁거리다보면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빛의 마술사, 늦반딧불이들과 마주치게 될테니 놀라지 마셔요. 그럼 늦반딧불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우리나라의 반딧불이
반딧불이는 세계적으로는 약 1,900여 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8종이 있대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반딧불이들은 대부분 멸종되거나 보기 힘들고 현재는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이렇게 3종만 남아 있어요. 애반딧불이와 운문산반딧불이는 5월 말부터 관찰되기 시작해 초여름까지 볼 수 있지만 늦반딧불이는 셋 중 가장 늦게 나온답니다. 9월 초부터 관찰되기 시작해 10월 정도까지 볼 수 있어요. 그리고 크기도 셋 중 가장 커요. 수컷이 약 17mm, 암컷이 약 30mm 정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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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반딧불이 암컷
가을밤의 로맨티스트
늦반딧불이는 다른 반딧불이와 달리 깜빡이는 형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빛을 냅니다. 해가 진 후 1시간 정도만 빛을 내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늦반딧불이를 찾기 힘들어요. 반딧불이가 이렇게 빛을 내는 이유는 모두가 알다시피 짝을 찾기 위해서랍니다. 이성을 찾기 위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빛을 사용한다니 낭만적이지 않나요? 늦반딧불이의 암컷은 시력도 좋지 않고 날개도 퇴화되어 날 수 없어요. 암컷이 풀숲에서 불빛을 보내면 수컷이 여러 개의 불빛 중 마음에 드는 불빛 주변으로 날아가 빙빙 돌면서 신호를 보내요.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서로 불빛으로 교신을 하는데 불빛이 점점 강해지다 서서히 약해져요. 수컷은 암컷이 내는 불빛을 찾기 위해 시력도 더 좋아야 하고 높이 날아야 하지요. 하지만 암컷이 거절하면 다른 암컷을 찾아 날아가야 해요. 사람이나 반딧불이나 짝을 찾는 일은 만만치 않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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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중인 늦반딧불이
빛의 연금술사
반딧불이가 만드는 불빛은 루시페린이란 물질의 반응으로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면서 빛을 내는데,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어른벌레 뿐 아니라 알, 애벌레, 번데기까지 불빛을 낸답니다. 반딧불이의 불빛은 에너지 효율이 높아요. 몸 속에 특수한 장치가 있어 에너지를 열로 소비하지 않고 모두 빛으로 바꿀 수 있거든요. 예전에 많이 사용했던 백열등 같은 경우에는 에너지 효율이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기술이 발달해서 최근에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조명기구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 부분에서 만큼은 인간이 반딧불이를 따라가기는 어려울 듯 하네요. 이만하면 반딧불이를 빛의 연금술사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죠?
늦반딧불이의 한살이
늦반딧불이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알아볼까요? 늦반딧불이는 애벌레 시기를 2년 정도 보내고 어른 반딧불이가 되는데 성충이 되고 난 후에는 열흘 정도 밖에 못산다고 해요. 우리가 상상했던 아름다운 빛을 내는 반딧불이와 달리 이 아이가 반딧불이가 된다니 늦반딧불이 애벌레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성충과 다르게 생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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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반딧불이 애벌레 수컷 늦반딧불이 애벌레 암컷
늦반딧불이 애벌레는 달팽이를 잡아 먹는 뛰어난 사냥꾼이랍니다. 머리에 있는 독침을 이용해 달팽이를 찔러 잡습니다. 늦반딧불이는 오염되지 않은 논 근처나 밭, 산기슭 주변의 어둡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사는데 성충이 되면 입이 퇴화해 거의 먹지 않고 이슬 정도만 먹습니다. 환경지표종이기도 한데, 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주변환경이 오염되지 않고 양호하다는 뜻입니다. 반딧불이가 점점 사라져가는 이유도 농약 살포로 인한 먹이 감소가 큰 원인인데요. 우리가 봉하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주변의 논이 모두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이에요. 논이 쌀만 생산하는 것 같지만 반딧불이처럼 다양한 생물이 살 수 있게 하는 생물다양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거죠. 우리가 농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수 만 가지가 있겠지만 반딧불이의 빛의 향연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픈 일이잖아요.
<반딧불이 관찰시 유의사항>
불빛을 비추거나 큰 소리로 떠들면 안돼요.(반딧불이가 놀라서 나오지 않아요.)
한 사람당 한 마리만 잡아요.(많이 잡으면 내년에 반딧불이를 볼 수 없어요.)
현장에서 관찰한 반딧불이는 꼭 놓아주고 가요.(집으로 가지고 가도 살 수 없고 반딧불이가 점점 줄어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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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학교 중 반딧불이 체험
글. 이현정 / 아이쿱 논습지조사단, 김해iCOOP생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