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가 계획한 '체험의 숲 입구 → 숲체험원 → 삼마치 → 옹달샘 → 너와집 → 헬기장 → 로프 → 거북바위 → 오음산 → 기정골(사기전골) → 창봉저수지 → 창봉리 → 사루봉 휴게소'의 9km 구간을 5시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1
오음산[五音山]
높이: 929.6m
위치: 강원도 횡성군
삼마치에서 오음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벌목된 곳이 많고, 굴곡이 심하며 정상 가까이 가면 급경사로 오르게 되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상 직전에 정상으로 착각하기 쉬운 곳이 두 군데 있고, 이곳을 지나면 토산 봉우리에 화강석 삼각점이 박혀 있는 곳에 닿는데 이곳이 정상이다.
정상에서 동쪽 능선을 따라 5분가량 내려가면 안부에 갈림길이 있는데 이 지점에서 남쪽 골을 따라 내려간다. 정상에서는 북쪽 계곡 길을 거쳐 원운리로 가는 코스와 어둔리로 내려가는 코스도 있다.
오음산의 남쪽 면에는 산새들이 유난히 많고, 사기전골 계곡에는 팥배나무들이 무성해 5월 중순, 꽃이 만발할 때는 진동하는 향기가 온 산야를 덮는다.
사기전골 계곡은 이리저리 지그재그로 흘러내려 늘어실마을까지 가는 데는 열두 번을 건너야 하는데, 도중에 경관이 제일 좋은 곳은 6번째 건너는 계곡 주변으로 계곡, 바위 등이 어우러져 경치가 좋다. - 한국의 산하
2024년 황금의 추석 연휴 이틀 차인 9월 15일 일요일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안내산악회의 한강기맥 종주 산행 중 5구간인 '오음산~만대산~응곡산~덕구산'의 23km 코스 산행에 따라나선다. 애초 대간, 정맥, 지맥, 기맥 종주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천고지 산행, 종료한 한국의 산하 인기 100, 산림청 100, 까만 소 100, 와중에 다섯 산이 남은 산악 잡지 100까지 오르다 보니, 몇 개 구간만 별도로 달리면 백두대간을 하나로 이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해서 연결 산행이라는 타이틀 하에 대간 종주팀과 함께 해 결과적으로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하지만, 다른 맥 종주는 여전히 관심 밖이다. 혹시, 오지 산행을 열심히 하다 보니, 몇 구간만 달리면 맥이 하나로 이어진다면, 변덕이 심한 인간이라, 백두대간 연결 산행처럼 할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한강기맥 산행에 따라나서는 건 그 구간에 있는 오음산에 오르기 위해서다. 오음산은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일정 게시판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산행으로 내 호기심을 자극해, 신청까지 했으나, 성원을 채우지 못해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한 산행이다.
성원을 채우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잊고 있을 인간이 아니라, 대중교통으로 다녀올 수 있는지 연구 끝에 여러 방법을 찾아 계획까지 세웠다. 그리고 갈만한 산이 없을 때 가기 위해 뒤로 미뤄 놨다. 그러다, 여느 때처럼 안내산악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가격으로 승부하는 산악회에서 한강기맥 종주를 격주 일요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기맥 상에 있는 산 중 기회가 없어 못 간 산의 목록을 뽑아 몇 구간에 속하는지 확인했다. 이후, 그 구간 산행이 공지될 때마다 신청했다. 해서 오음산의 5구간, 운무산의 7구간(?), 보래산의 9구간, 호령봉의 10구간 등 총 10구간 중 4개 구간 산행을 신청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로 이번 일요일 오음산에 오른다. 사실 오음산만의 9km 구간을 달리기 위해 한강기맥 23km를 달릴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으나, 최근 오지 산행이 10km가 넘는 산행이 거의 없고, 다른 산행 같으면 무박으로 달릴 23km를 당일로 달리는 것도 도전이라, 강행하기로 했다.
인간이 간사하다고 평소에는 중소 안내산악회의 산행 소요 시간의 무계획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막상 기맥 종주 같이 예측이 안 되는 산행에는 그게 산행을 신청하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한 것도 있다. 와중에 처음 공지에는 없었으나, 한강기맥 5구간 중 오음산이 목표인 사람에게는 무의미한 구간을 빼 버린 삼마치에서 시작하는 B 코스도 인솔 대장의 권한으로 추가돼 더욱 마음에 든다. 대기업 안내산악회에 비해 확실히 대장의 권한이 강한 게 장점일 때도 단점일 때도 있다. 결국 동행자의 상태에 달렸단 얘기다. 어쨌든 하루 전 오음산과 가까운 아미산의 산악날씨에 의하면, 종일 흐리고, 기온은 23℃~26℃, 바람은 4㎧~5㎧로 목요일의 진주 집현산행에 비하면 다소 시원할 거로 예상되나, 습도가 높아 후덥지근한 건 여전할 전망이라 물을 많이 준비한다. 그리고 장시간 산행에 필요한 체력을 위해 오랜만에 연서시장표 김밥을 준비한다. 물론 배낭은 최대한 가벼운 슬링백과 물가방 시스템에 등산화를 신고 간다.
2 - 1
알람을 예약한 5시 10분보다 이른 4시 반경 기상해 밤사이 변동 사항이 있는지 확인했다. 무슨 급한 일이 생겼는지 전혀 환급되지 않음에도 취소한 산꾼이 한 명 있어, 인솔 대장 포함 기존 33명에서 32명이 한강기맥 5구간 산행에 나선다. 그리고 당일 오음산은 날씨는 종일 구름이 많이 낀 흐리는 등 하루 전 아미산 산악날씨와 큰 차이가 없다. 초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좋음'이라, 전망대가 있고, 날만 좋다면 조망은 좋을 듯하다. 그걸 확인한 후 늘 그렇듯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6시 정각 준비한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구산역 버스정류장에서 연신내행 차를 타고 연서시장으로 갔다. 그리고 소위 마약 김밥이라 불리는 김밥을 사 주머니에 넣고, 연신내역으로 내려갔다. 신사역 구내 가게가 일요일 늦게 영업을 시작하는 것도 있지만, 빨라도 6시 30분까지 달려야 하는 산행이라, 양이 좀 많은 김밥이 필요했다. 와중에 날머리에는 늦은 점심이나 하산주를 즐길 식당도 없다.
6시 18분 오금행 열차를 타고 6시 50분경 신사역 승차장에 내려, 화장실에 들른 후 산악회 전세버스가 정차하는 5번 출구로 나가기 위해 그 방향으로 가며,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 김밥을 파는 즉석 빵집은 아직이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출구로 나가, 주변의 썰렁함에 약간 놀랐다. 산악회 전세버스가 정차하는 부근에 등산객이 한 명도 안보이다. 등산객은 그렇다 치고. 아예 인적이 없어, 혹시 내가 시간이나 날짜를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어, 바로 산악회 카페에서 확인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게, 맞다. 해서 버스 정차 지역 부근으로 가며 주변을 유심히 살펴봤다. 버스 정류장 등 여기저기 사각지대에서 기다리고 있는 산꾼이 보인다. 그리고 거의 비슷한 시각에 버스가 도착하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산꾼이 쏟아져 나온다. 애초 배낭은 짐칸에 넣고, 슬링백만 들고 차에 탈 생각이었으나,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 일단 배낭을 멘 채 버스에 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배낭을 아래에 둬도, 불편함을 느낄 수 없어, 그대로 두기로 했다.
예정보다 몇 분 늦게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피곤했는지 바로 잠이 들어 잠결에 잠실역에서 나머지 승객이 탔다는 걸 알아차리고 계속 자, 버스의 실내등이 들어와 깼다. 가평 휴게소다. 그런데, 추석 연휴 이튿날답게 대형 버스 주차장도 승용차가 차지해 버스는 휴게소 끝 출구 직전에 세워야 했다. 그래봐야 달랑 두 대의 버스로 둘 다 산악회 전세버스지만. 한마디로 주차 전쟁이다. 어쨌든 차에서 내려, 먼저 식당으로 가 물 한 모금하고, 화장실에 들른 후 바로 버스로 돌아왔다. 휴식이 끝나고 출발한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한강기맥 5구간은 어려운 산행이라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기맥 종주를 제대로 하는 맥꾼을 위한 4코스 종점이었던 상창고개에서 시작하는 A 코스는 23km가 넘는 거리라 소요 시간을 9시간 책정했다고 했다. 예상대로다. 그리고 그게 힘든 산꾼을 위해 3km가량 단축해, 공지에는 없는 삼마치에서 시작하는 B 코스, 아예 맥 종주에는 관심 없는 등산객을 위한 어둔리에서 시작하는 C 코스를 차례대로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고 다시 취침 상태로 들어간 버스가 열심히 달려,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실내등이 들어오고, 기사와 인솔 대장이 도로상에서 들머리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달려, 예정보다 34분 늦은 9시 34분 상창고개에 도착했다. 그런데, 거기서 생각보다 많은 맥꾼이 내려 놀랐다. 얼핏 보기에 20명이 넘어 보였다. A 코스 맥꾼을 상창고개에 내려준 버스는 B 코스 들머리인 삼마치로 가기 위해 유턴해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는데, 기사나 인솔 대장이나 위치를 모르고, 내비게이션도 명확하지 않은 듯했다. 다만, 왔던 길로 돌아가다가 왼쪽 산으로 올라가는 도로가 있는데, 그 도로로 올라가는 게 맞는 거 같아 두 번째 유턴해 그곳으로 향해 가, 9시 53분 도착했다. 인솔 대장 얘기로는 왕복 2차선 도로라고 했는데, 급경사의 편도 1차선이고, 기사가 버스는 못 올라간다고 버티는 바람에, B 코스 산꾼이 걸어서 800m 거리의 삼마치까지 올라가기로 하고 거기서 내렸다. 그런데, 나를 포함 달랑 셋이다. 인솔 대장 포함 나머지는 C 코스란 얘기다.
2 - 2
위치야 어떻게 됐던, 내린 지점의 고도를 확인했다. 삼마치는 아니나, 급조된 들머리의 높이는 314m~346m, 별 의미는 없으나, 이번 산행 최고봉인 오음산 정상이 929m, 고로 고도차는 583m~615m로 꽤 차이가 난다. 물론 애초 계획이었던 삼마치에서 고도차도 확인해 볼 생각이다. 그렇게 고도차를 확인하는 사이 같이 내린 두 노년의 산꾼은 아스팔트 급경사로 벌써 저만큼 앞서갔다. 그들의 뒤를 따라, 100여 미터를 올라가자, 도로가 바뀌어 깜짝 놀랐다. 4차선도 가능한 꽤 넓은 왕복 2차선의 아스팔트 포장도로다! 와중에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도 있다. 2차선 도로가 있어야 한다고 했던 인솔 대장이 맞았다. 과거에는 왕복 2차선의 국도가 삼마치를 넘었으나, 최근(?) 왕복 4차선의 터널이 뚫리면서, 왕복 2차선 중 상행 1차선은 없애고 하행 1차선만 삼마치 '국민의 숲' 진입로로 남겨 놓은 듯하다. 말인즉 버스가 1차선 구간만 100여 미터 올라오면 그다음은 이제는 4차선 같은 편도 2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라는 거다. 반대편은 하행 1차선만 남겨놓고, 진입은 못 하고 나가는 것만 할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어쨌던 기사나 인솔 대장이나 초행이라는 거다!
10시 2분 삼마치 표지석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고갯마루는 많이 남았는데, 여기에 표지석을 둔 건 '유아숲체험원' 때문인 듯했다. 그런데, 표지석에는 '삼마치고개'라 음각했다. 말인즉 '삼마고개고개'다! 아니 '삼마치치'? 유아숲을 구경할 건 아니고, 그 앞의 표지석과 명패만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위로 오르자, 아직 고갯마루까지는 많이 남은 듯한데, 삼거리로 보이는 곳에 등산객이 타고 온 승용차로 보이는 차량 몇 대가 주차해 있는 게 보이고, 두 노년의 산꾼은 거기서 좌회전했다. 삼마치는 능선을 자른 고갯마루를 얘기하는 거고, 잘린 능선이 한강기맥이다. 고로 기맥 종주라면 잘린 부분에서 도로를 건너 능선으로 다시 올라갔을 거다. 하지만, 도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잘린 부분이 거의 낭떠러지 수준이라, 능선에서 많이 떨어진 곳에 맥을 잇는 등산로를 만드는 일이 한국 산에서는 비일비재하다. 그럼 당연히 그 아래에서 좌회전하는 게 이상할 게 없다. 그럼, 상창고개에서 출발한 A 팀이 이 도로를 건너기 위해 내려오는 지점도 그 갈림길 부근에 있을 확률이 높아 오른쪽을 주시하며 그곳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있기는 있는데, 아무리 봐도 기맥용이 아니라, 국민의 숲 산책 코스로, 기맥 등산로는 더 위에 있을 듯했다. 해서 고갯마루까지 올라, 도로를 가로지르는 기맥 종주 등산로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10시 7분 등산로 입구로 보이는 임도 갈림길에 도착하자, 기맥 종주가 목표가 아니라, 오음산이 목표라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좌회전했다. 복장은 심마니인데, 자전거에 바람을 넣고 있어 정체가 모호한 차주를 지나쳐 역시 임도를 따라 50여 미터를 가자, 오른쪽 위로 향하는 등산로 갈림길이 있어, 당연히 오른쪽 위로 진입했다. 여기가 삼마치는 아니나, 고갯마루와 높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지점이라, 삼마치라 여기고 고도를 확인했다. 401m~427m로 우리가 차에서 내린 곳과 100m가량의 고도차가 난다. 말인즉 예정대로 삼마치에서 시작했으면, 올리지 않아도 되는 100m를 수직으로 올렸고, 거리로는 1.3km를 계획보다 더 왔다. 시간으로는 14분! 이래서 안내산악회는 인솔 대장이나, 기사 둘 중 하나는 경험이 풍부해야 승객이 쓸데없는 체력 소모를 안 한다. 어찌 되었던 이제부터 본격적이 산행의 시작으로 현재 시각 12시 8분이다.
오음산 등산 시작이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오르며 보니, 왼쪽에 옹달샘이 보이고, 앞에는 유물 수준의 건물이 있어 일단 옹달샘 맛은, 건물의 정체를 확인한 후 보기로고 하고, 계속 갔다. 다 쓰러져 가는 너와집으로 과거 삶의 흔적을 보여 주기 위해 지은 건지, 과거 사람이 살았던 실제 너와집인지는 확인이 안 된다. 다만, 바로 아래 옹달샘이 있는 거로 봐서는 실제 사람이 살았던 건물이 아닐까? 건물의 정체를 확인하고,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걸음을 돌려 조금 아래에 있는 옹달샘으로 가니, 맑은 물이 흐른다. 당연히 그 맛을 봐야 하는데, 지난 8월 대기업 안내산악회 예미산행에 참여했다가 배낭을 분실하는 바람에 컵도 같이 잃어버려[산행기], 물을 떠 마실 게 없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인간이 아니고, 다행히, 옹달샘이 깊지 않아, 엎드려 입을 대고 빨아들였다. 그렇게 옹달샘 맛을 본 후 다시 너와집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 등산로가 어딘지 둘러봤다. 좌회전, 우회전 둘 다 인적이 있다. 하지만, 왼쪽이 지자체에서 신경 쓴 등산로라는 게 확실해 보여, 좌회전해 올라갔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고, 오음산으로 오르는 중 제대로 가고 있는지 두 등산 앱으로 확인했다. 예상대로 산경표는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기맥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고 있고, 삼마치는 더 올라가야 했다. 그리고 산길샘의 네이버 지도는 기맥이 아예 없으니, 등산로로 제대로 가고 있다. 순간, 기맥을 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뒤로 돌아왔던 길로 5m 정도 내려가다가, 기맥이 아니라 오음산이 목표라는 걸 깨닫고 다시 되돌아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10시 21분 기맥으로 보이는 능선에 올라, 먼저 오른쪽에서 오는 길을 확인했다. 맞다 저게 삼마치에서 올라오는 기맥이다. 해서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웃통을 벗어 부치고 뛰어내려오는 산꾼(?), 마라토너(?)가 인사하고 내가 올라온 등산로로 내려가, 잠깐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통나무를 엮여 만든 다리 건너,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겼다. 오음산까지 남은 거리는 2.6km, 당연히 한강기맥에 관한 정보는 없다.
끝으로, 앱으로 기맥에 올라선 걸 확인한 후, 그 기맥을 따라 본격적인 오음산행을 하는데, 가면서 느낀 게 의외로 등산로가 좋은 게,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이 찾는 산인 듯했다. 그런데, 초반부터 급경사는 어쩔 수 없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깔딱을 올라, 10시 34분경 앱의 지도에서 확인한 오음산행의 주요 이정표 중 하나인 헬기장에 도착했다. 그 헬기장을 지나자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다가 다시 급경사 깔딱이다. 정상까지 계속 이런 식이라, 그나마 숨 둘릴 여유는 주는 산이다. 그리고 10시 45분경 무명의 봉우리에 올라서자, 울창한 숲사이로 구름에 가린 봉우리가 보인다. 느낌상 오음산이다. 해서 일단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하자, 이제는 급경사라는 말로는 부족한 깔딱이라, 길 양옆에 나무를 박고 밧줄을 연결해 잡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홍천에서 꽤 신경 쓴 산이다. 물론 밧줄은 무시하고 순전히 체력에 의지해 그 깔딱을 올라가는데, 중간에 갈림길 이정표다. 당연히 직진은 오음산으로 0.63km 남았다. 그리고 좌회전은 원터로 2.0km! 말인즉 원터에서 올라오는 길이 있다. 그것도 삼마치보다 0.2km 짧다. 삼마치가 고개에서 시작하는데, 원터는 그렇지 못하니, 그 2.0km는 지옥의 깔딱일 확률이 높지만!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는 동안 가쁜 숨을 고른 덕에 조금은 편하게 다시 길을 재촉해, 꽤 오른 듯해, 남은 거리와 올려야 할 높이가 알고 싶어 지도를 봤다. 오음산까지 높이는 150m 내외, 거리로는 600m가 채 안 되는 듯하다. 해서 힘을 내 다시 깔딱을 오르자, 뒤에서 산꾼이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B 코스로 시작한 산꾼은 나를 포함 셋에 불과하고, 나를 제외한 둘은 앞에서 가고 있으니, 상창고개에서 시작한 A 코스 맥꾼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는 얘기다. 놀라운 사람들이다. 어쨌든 동료를 부르는 고함에 고무돼, 남은 힘을 다해 깔딱을 오르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끝이 보이고 등산로는 능선을 따라 좌회전해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 지점에 앞선 두 일행이 무언가 얘기를 나무며 쉬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길을 재촉한다. 그런데, 채 50m도 안 되어 보이는 능선까지 1분이 넘게 걸려, 도착해 보니, 이정표다. 갈림길은 아니고, 예상대로 좌회전하면 오음산 정상인데, 남은 거리는 0.8km로 거리가 늘었다. 반대편은 '등산로 없음' 그런데, 남은 거리 0.8km는 비바람에 시달려 지워진 걸 산꾼이 매직으로 기록한 거라, 보통 이정표의 도상 거리가 아니라, 실제 거리를 표기한 듯하다. 그럼, 아래 이정표와 부합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된다.
산행에 지치면 힘을 얻기 위해 수시로 확인하는 게 지도라, 좌회전 정상을 향해 가며 수시로 확인했다. 가끔은 지도를 확인한다는 핑계로 가던 길을 멈추고 숨을 고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해서 지도를 캡처한 이미지가 많은 산행은 그만큼 많이 쉬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그래봐야 1분이 채 안 되지만! 와중에 앞서가던 두 등산객을 추월하며 보니, 함께 내린 우리 일행이 아니고, 아래 임도 갈림길에 주차한 승용차를 타고 온 등산객으로 보인다. 그리고 역시 밧줄이 설치된 정상 마지막 깔딱으로 보이는 곳에서 위를 보니, 왼쪽은 암릉이다. 그리고 밧줄이 설치된 정규 등산로가 아닌 그 암릉을 타는 재미가 좋을 듯해, 정규 등산로를 버리고 암릉으로 올랐다. 의지하고 있던 나무가 부러지는 바람에 위험한 상황을 맞기도 하고 일행인, 뒤에서 쫓아오던 A 코스 맥꾼에게 결국 추월당했다. 고로 C 코스 선수들을 빼면 내 앞에는 이제 세 명이 있다. 어쨌든 암릉으로 올라 다시 정규 등산로로 올라서자, 오른쪽 소나무 사이로 봉우리와 능선이 보인다. 그런데,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걸 알지만, 앞에 보이는 저 봉우리가 아무래도 정상처럼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산행 후 결과적인 얘기로, 예상이 맞았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는 오음산 정상이다. 우리가 정상이라 알고 있는 봉우리는 군부대에 상봉을 넘겨주고 그 대안으로 정상이 된 중봉이다. 11시 25분 울창한 소나무 숲속이나 그나마 오음산에서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암봉에서 내려가, 다시 길을 재촉하다가, 정상이 멀지 않아 보여, 앱을 확인했다. 맞다! 코 앞이라, 그 지점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11시 30분 A팀 선두가 기다리는 오음산 정상에 도착했다. 얼마 안 되어 보는 거리를 오르는데, 2분 25초가 걸렸다. 그리고 먼저 도착한 A팀 선두가 내가 도착하는 걸 보고 산악회인지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앓은 소리를 하더니, 인증을 부탁한다. 그렇게 둘이 서로의 인증을 찍어 줬다. 그리고 맥꾼답게 그가 먼저 출발한 이후 허기도 지고 갈증도 나, 물가방에서 오이 한 조각을 꺼내 먹으며, 오늘 산행의 목표인 오음산 정상에서 내려갔다. 이제부터는 내게는 부록 같은 산행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라, 무조건 날머리인 화방고개까지는 가야 한다. 그것도 마감인 6시 30분 전에!
오음산 정상에서 내려와, 한강기맥 주요 고개 중 하나인 작은삼마치를 목표로 가다, 11시 40분 고개에 도착해 보니, 갈림길 이정표와 나무에 매달린 명패가 보여, 서둘러 가까이 다가갔다. 관리를 하지 않는 이정표에서는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으나, '반바지'가 만들어 나무에 매단 '한강기맥, 배넘이재, 845m' 명패가 여기가 배너미 고개라는 걸 알려준다. 그런데, 배를 넘긴 걸까, 배가 넘어간 걸까? 넘기는 거야 물과는 무관하나, 넘어가는 건 물이 여기까지 찼던 시절이 있다는 얘기다! 생각보다 대홍수에 관한 전설이 서려 있는 지명이 한국 산에 많은데, 여기도 그중 하나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봉우리를 향해 올라, 11시 43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역시 관리가 되지 않는 이정표로 방향 지시 중 하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리고 우회전은 '하산', 진행 방향을 가리키는 방향 지시에는 '정상(군사지역), 0.3km'라 적혀 있다. 말인즉 오음산의 정상은 300m를 더 가야 하고 군사지역이라는 거다. 아까 소나무 숲속 전망대에서 본 봉우리가 정상이 맞다. 그리고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 때 정상은 군부대 철책을 따라가면 된다고 했는데, 좀 전의 정상에는 군과 관련된 어떠한 시설도 없어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럼, 인솔 대장은 오음산의 정상이 바뀌기 전에 다녀간 건가?
울창한 잡목 숲을 뚫고 물이 흘러 미끄러운 바위를 오르다가 미끄러지기도 하며 봉우리를 향해 가니, 곳곳에 철근이 박혀 있는 게, 부대가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11시 50분 드디어 군부대 철책과 만나, 주변을 둘러보니, 철책을 따라 좌우 양쪽으로 길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기맥은 오른쪽이라 생각해 당연히 우회전해 철책을 따라갔다. 실수다! 왼쪽으로 길이 있는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오른쪽과 비슷한 길이 있을 거로 생각된다. 그럼, 그게 기맥 길이다! 어쨌든 철책을 따라가는 게 쉽지 않다. 와중에 중간중간 윤형철조망이 길을 막고 있고, 아차 하면 아래로 미끄러지는 급경사의 위험 구간도 있다. 당연히 그런 구간에서는 철책을 잡고 가야 했다. 이래서 네이버 지도에는 한강기맥이 없는 걸 거다. 와중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기록으로도 남기며 가, 군부대를 다 지나고 나자, 여유가 생기고 배도 고파, 지난 단양 삼태산행 때 먹다가 남은 육포를 씹으며 갔다. 그렇게 고개를 향해 내려가는데, 앞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고, 앞서 갔던 A팀 선두가 이정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사과를 먹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하나 권한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묻는다.
사거리로, 진행 방향 직진은 '어둔리 5.7km', 좌회전은 '등산로(군부대)', 우회전은 '등산로(삼마치)'다. 어둔리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어둔리로 가야 할 거 같아 어둔리로 가는 맞지 않는지 되물었다. 그리고 폰을 꺼내 앱의 지도를 봤다. 산경표는 한강기맥에서 이미 오래전에 이탈한 거로 나온다. 군부대 철책을 따라 내려올 때 지도를 확인하지 않은 게 큰 실수다. 그런데, 네이버 지도는 등산로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거로 나오지만, 네이버 지도를 자세히 보면, 미처 인지하지 못한 사거리를 지났다. 그리고 거기서 좌회전하면 산경표의 한강기맥이다. 그런데, 확신이 없다. 그리고 어둔리가 어딘지 모르니 직진이 맞아 보인다. 그렇게 둘이 설왕설래하고 있는데, A팀 선수 3명이 도착해서 길을 잘 아는 듯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이라, 그중 선두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가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는 동안, 다른 둘은 자신 있게 직진해서 어둔리로 간다. 그런데, 나를 포함 남은 셋은 다른 건 몰라도 앞선 산악회 리본이 군부대를 가리키고 있어, 최종 군부대 방향으로 좌회전해야 한다고 결론짓고, 좌회전했다. 그사이 남아있던 A팀 선수가 어둔리 방향으로 간 두 명을, 목청을 다해 불렀다. 오음산 정상 전에 들었던 고함이 아마 같은 이유로 동료를 부르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결국 군부대를 끼고 돌아, 12시 4분경 군부대 앞 포장도로에 도착했다. 작전도다! 당연히 거기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앱의 지도를 봤다. 맞다. 한강기맥으로 돌아가고 있어, 자신 있게 부대 정문을 향해 가다가 오른쪽으로 이번 산행 처음인 조망터에 도착해 가던 길을 멈추고 경치를 감상하고 그걸 기록으로도 남겼다. 물론 그사이 세 명은 계속 갔다. 분명 네 명이어야 하는데, 한 명이 안 보이는 건 어둔리 방향으로 너무 멀리 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듯했다. 12시 8분 정문 앞에 도착해, 혹시 한강기맥으로 보이는 옆의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지와 혹시 부대를 끼고 우회전했으니, 좌회전해 오는 길이 있는지도 찾아봤으나, 발견을 못 했다. 해서 앱의 지도를 봤다. 몇 미터의 오차는 있으나, 지금 한강기맥 상에 있는 거로 나온다. 말인즉 부대로 들어가는 작전도가 한강기맥이다. 해서 그 시멘트 포장도로로 아래로 내려갔다. 물론 왼쪽의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지 확인하며! 그렇게 내려가 12시 15분 능선과 도로가 겹치는 지점에서 숲으로 들어가는 산악회 리본을 발견하고, 숲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등산로가 있다.
일단 작전도를 떠나, 기맥으로 올라가자, 등산로는 명확한데, 그래도 가끔 보이던 산악회 리본이 전혀 보이지 않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애초 네이버 지도에는 한강기맥이나, 군사용 도로는 나오지 않으니 참고도 못 하고 전적으로 산경표에 의지해 가야 했다. 그렇게 가다가, 갑자기 길이 급경사 하산로로 바뀐다. 하산이라, 가금 울창한 숲 사이로 조망도 트여 그걸 기록으로 남기며 가다가, 세한 느낌이 들어 주변의 산세를 살펴봤다. 느낌상 계속 내려가면 안 된다. 해서 앱의 지도로 확인했다. 기맥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미처 인지하지 못한 갈림길에서 우회전해야 하는데, 좌회전했다. 해서 발걸음을 돌려, 경사가 급해 미끄러지기도 하며 내려온 급경사를 이번에는 거꾸로 올라, 12시 31분 문제의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나마 판단이 빨라, 생각보다 알바가 짧았다. 그리고 맥을 따라가는 산행은 다른 건 보지 말고, 무조건 산경표만 믿고 따라가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그리고, 12시 33분 작전도가 보이는 곳에 도착해, 도로로 내려갔다. 애초 오음산이 목적이지 기맥에는 관심도 없었던 내가 굳이 기맥을 따라가려고 애를 쓰다가 안 해도 좋은 알바를 했다. 정작 맥꾼들은 그렇게 철저하게 기맥으로 가야 한다는 의식이 없는데!
다른 때보다 자주 혹시 기맥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앱의 지도를 확인하며, 다시 작전도로 아래로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이다. 혹시 우리 일행이 내려갔다가, 길이 틀렸다는 걸 알고, 되돌아오는 걸 수도 있어 유심히 관찰하며 가는데, 그가 먼저 산악회인지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빠르다고 감탄하더니, 자기는 기맥 연결을 위해 거꾸로 올라오는 중이란다. 몇 마디 나누고 서로 힘내라고 격려한 후, 지도와 거꾸로 도는 일행으로 제대로 가고 있음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리고, 여유가 생겨, 배낭에서 연서시장표 김밥을 꺼내, 먹으며 작은삼마치를 향해 작전도를 내려갔다. 물론 기맥을 따라가는 작전도가 계속될 수는 없어, 왼쪽 능선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는지 살피는 걸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12시 54분 오지 산행으로 유명한 두 산악회의 리본이 달린 들머리에 도착해, 혹시 몰라 지도도 확인했다. 그렇게 다시 기맥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수시로 지도를 확인하며 작은삼마치로 향하다가, 왜 막았는지 알 수 없는 '위험 출입 금지' 금줄을 넘어, 1시 33분경 군사용은 아니고 역시 용도를 알 수 없는 철책을 만나 그걸 따라갔다. 차량 소음이 요란한 거로 봐서, 터널을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앱을 확인했다. 그 용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래가 중앙고속도로 삼마치터널이다.
1시 42분 철책이 아래로 내려간다. 어디로 보나 작은삼마치가 멀지 않아 보이는데, 혹시 철책이 작은삼마치로 내려가는 게 아닐지 생각하며 철책을 따라가는데, 저 아래로 조금 열린 문이 보인다. 산속에 있는 문이 있는 철책이라면, ASF일 확률이 높다. 아래로 내려가 문으로 접근해 보니, 역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안내문이 보인다. 고로 철책 안이 작은삼마치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철책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과거 도로 좌우에는 탱크 저지선 낙석이 있고, 시멘트로 만든 위조 탱크도 보인다. 탱크 저지선 낙석이야 지금은 쉽게 볼 수 없으나, 과거에는 수없이 본 거라 새삼스러운 것도 없지만, 시멘트로 만든 위조 탱크는 처음이고, 이끼와 수풀이 뒤덮고 있어, 마치 오래된 유적처럼 보여, 유심히 살펴보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어쨌든 과거에는 전략 요충지였는데, 지금은 버려진 곳이다. 문제는 기맥도 그렇다는 거다. 말인즉 반대편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안 보인다. 해서 기맥을 잘라 길을 내면서 낭떠러지로 변한 고갯마루도 가 봤다. 오르기에는 너무 가파르다. 지도로 보면, 당연히 기맥은 여기다. 하지만, 지도가 등산로를 표시하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다.
앞서간 A, B 팀 다섯에, 작은삼마치가 들머리인 C팀의 인적을 찾았다. 과거 도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듯해 내려가 봤다. 역시 길은 없다. 몇 번 길을 찾아, 위아래로 돌아다니다가 결국 못 찾고, 그나마 경사가 완만해 보이는 곳으로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능선으로 향하는 길을 만나, 기맥 합류 갈림길로 가는데, 아래에서 길을 찾는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정황상 A팀으로 서넛은 되는 듯하다. 그리고 1시 57분 기맥에 합류해 그걸 따라 위로 가며,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앱의 지도로 확인했다. 정확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두 번의 알바를 했다. 분위기로 봐서는 늦었다고 버리고 갈 산악회는 아니나, 그렇다고 마감보다 늦는 건 좋지 않아, 이제부터는 알바를 하면 안 된다. 말인즉 시간이 촉박하다. 해서 지금까지보다 더 자주 지도를 확인하며 갔다. 그리고 2시 14분경 앞서가던 세 명이 쉬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러자, 군부대 갈림길에서 사과를 권했던 산꾼이 다시 사과를 권해 이번에는 사양하지 않고 받아먹었다. 평소보다 많은 물을 준비했으나, 후덥지근한 날씨에 물도 부족하고, 체력도 많이 떨어져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셋이 떠난 후에도 사과를 먹으며, 휴식 후 다시 길을 재촉해, 2시 49분 지도에 만대산으로 표기된 봉우리에 도착했다. 지도에는 북진하는 한강기맥에 만대산이 두 개로 그 중 첫 번째다. 정상석은 바라지도 않았으나, 하다못해 우리의 '준·희'와 다른 맥꾼이 만들어 매단 만대산 명패를 찾으려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뭘 찍으려고 설치한 건지 감이 안 오는 센서 카메라를 발견했다. 그 외에는 어떠한 인공물도 없어, 그저 지도로 여기가 만대산이라고 확인하고 다음 만대산을 향해 바로 떠났다. 봉우리에 올랐으니, 다음에 오르기 위해서는 고개로 내려가는 게 당연해 내려가다가, 2시 52분 만만치 않은 험로를 만났다. 당연히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가려다, 바위에서 떨어질 뻔했다. 무사히 아래로 내려와 길을 재촉하자, 전면 울창한 숲속에 녹색의 봉우리 실루엣이 보인다. 두 번째 만대산? 일단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막상 올라서 보니, 만대산이 아닌 암봉 전망대다. 이번 산행 처음으로 제대로 된 조망을 보여주는 전망대. 그런데, 지치고 시간도 없어, 그걸 감상할 여유가 없어 바로 내려가다가, 바위에 부딪혀 무릎을 다치고 오른쪽 새끼손가락 인대도 놀랐듯 했다. 그게 다 최근에 내린 비로 미끄러운 덕분이다.
두 번의 위험을 넘기고, 두 번째 만대산을 향해 길을 재촉하는데, 앞서가던 B팀 선수가 알바할 구간은 아니고, 급한 일을 해결하고 등산로로 올라오는 게 보인다. 그 과정에서 그를 추월했다. 고로 A, B 팀원 중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넷에 불과하다. 고로 최소 20명 이상이 뒤에 있어, 위안이 됐다. 산행 후 확인한 건 정확하게 12명이다. 어쨌든 3시 25분 두 번째 만대산 깔딱을 오르다가 정상이 멀지 않아 보이는 곳에서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3시 26분 온갖 산악회의 리본 외에는 어떠한 표지도 없는 두 번째 만대산 정상에 도착했다. 조금 앞선 A팀 두 선두는 그 산악회 리본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으나, 그러고 싶지는 않아, 리본만 기록으로 남겼다. 한강기맥 5구간 4개의 주요 산 중 오음산과 만대산 두 개에 올랐다. 남은 두 개는 응곡산과 덕구산이다. 남은 거리는 모른다. 산길샘의 알려준 거리를 토대로 7~8km 정도 남았을 거로 추측할 뿐이다. 어쨌든 길을 재촉해, 3시 45분 임도에 도착해, 역시 쉬고 있는 두 선두 옆에 퍼질러 앉아, 물가방에서 남은 오이 한 조각을 꺼내 먹었다. 나만 물이 부족한 게 아니라, 모두 비슷한 처지라, 물을 최대한 아껴야 했다.
휴식이 끝나고, 두 선두가 출발하는 걸 지켜보다, 그 뒤를 따라, 임도를 건너, 절단된 능선의 반대편으로 가 희미한 인적을 따라 능선으로 올라갔다. 올랐다고 표현했으나, 임도에서 불과 4m~5m에 불과한 높이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응곡산 직전까지 거의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와중에 전망도 좋아 이번 산행 최고의 힐링 구간이다. 당연히 응곡산을 오르는 능선은 깔딱이라, 완만한 능선을 달리며 비축한 체력을 다 써서 올라, 4시 50분 '응곡산, 해발 603.7M, 새마포 산악회' 명패가 나무에 매달린 정상에 도착했다. 이번 산행에서 오른 수많은 봉우리 중 정상 표지가 있는 두 번째 봉우리다. 물론 몇 개나 더 있는지는 화방재에 도착해 봐야 알 수 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바로 마지막 산인 덕구산으로 향했다. 한강기맥인 능선을 따라가다, 5시 2분 다시 철책을 만났다. 군부대 철책, ASF 철책 등은 이미 만났는데, 설치한 지 얼마 안 된 철책으로, 용도에 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 해서 처음에는 철책을 넘을 생각으로 다른 산꾼이 넘은 흔적을 찾으러 철책을 따라 좌우를 둘러봤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철책을 넘은 흔적은 없고, 대신 C팀의 인솔 대장이 매단 거로 보이는 산악회 리본을 발견했다. 그 리본은 철책을 따라,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신호다. 해서 시키는 대로 철책을 우회해 5시 11분 문이 있는 반대편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철책 때문에 도움도 받았지만, 그것 때문에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도, 용도에 관한 안내가 없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정황상 사유지 보호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 철책을 떠나, 덕구산으로 향해, 5시 30분경 갈림길 정상에 도착해, 어디로 가야 할지 주변을 둘러보다가, 오른쪽 길 나무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을 발견했다. 결과적인 얘기로, 철책에서부터는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화방재 직전 마지막 갈림길까지는 인솔 대장이 매단 산악회 리본 덕을 크게 봤다. 물론 앱의 지도로 검증한 후, 산악회 리본이 가리키는 능선을 따라가다, 다시 군부대 철책을 따라올라, 5시 58분 역시 오랜 과거의 유물처럼 보이는, 이번 산행 주요 이정표 중 하나인 산불 감시탑에 도착했다.
6시 1분 또 다른 주요 이정표 중 하나인 폐헬기장에 도착해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해, 6시 7분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전면의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의 실루엣이 덕구산이길 바라며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남은 체력을 다 쏟아부으며 올랐으나, 덕구산이 아니다. 그걸 확인한 후 정상의 쓰러진 나무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내가 산행 중 몸을 가누지 못해 앉은 건 몇 년 만에 처음인 듯하다. 현재 시각 6시 16분, 마감인 6시 반까지는 고작 14분이 남아, 쉬면서 인솔 대장에게 시간 내 도착이 힘들 거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6시 30분 정상이 멀지 않아 보이는 지점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6시 31분 나무에 ‘반바지’가 만들어 매단 '한강기맥, 덕구산, 656m' 명패가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물론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가쁜 숨을 가라앉히며 낙조를 사진에 담고, 지도를 확인했다. 이후 한강기맥 네 개의 주요 산 중 마지막 산에 오른 감회에 젖어 정상을 떠나기 전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다, 넓적한 돌에 덕구산이라 쓴 앞선 산꾼이 만들어 세운 정상석을 발견해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6시 33분 날머리인 화방고개로 출발했다.
덕구산에서 화방고개까지는 길어야 1km 조금 더 될 거로 생각하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자, 어느 순간부터는 왼쪽 아래로 마을을 보며 갔다. 저 마을에서 올라가면 날머리인 화방고개다. 고로 저 마을로 내려가, 지나가는 산악회 버스를 잡아타도 된다. 하지만, 산악회 버스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어쨌든 마을이 보이자, 날머리가 멀지 않았다. 해서 콧노래를 부르며 갔는데, 능선은 마을을 크게 돌뿐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고, 기복도 많아, 혼을 쏙 빼놓았다. 와중에 6시 40분이 지나자, 바로 앞 몇 미터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그래도 날머리가 가깝다고 위로하며 달리다시피 가, 7시 7분경 마을로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갈림길에 도착했다.
뭐 그렇다고 정규 등산로가 있는 건 아니고, 비슷한 처지에 있던 산꾼이 탈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길인 듯했다. 거기서 잠깐 고민하다가,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갈 데까지 가 보자는 심정으로 핸드폰의 손전등 앱을 기동하고,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향해 올랐다. 잘 보이지 않는 잡목과 수풀 사이로 난 길을 찾으며 가다, 철책을 만나 그걸 따라가자, 오른쪽에서 차량과 사람의 소음 들린다. 다 왔다. 그런데, 바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 길이 없어, 계속 수풀 사이의 길로 고갯마루를 향해 가니, 숲속에 농막이 있고, 그 오른쪽에 어두워서 희미하게 보이는 아스팔트 2차선 도로다. 그 도로에 들어서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3
7시 23분 드디어 날머리인 화방고개에 도착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차량이 많이 다니는 왕복 2차선 도로다. 해서 드러눕고 싶은 심정을 억지로 누르고 버스가 있는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자, 마중 나온 인솔 대장이 별명을 물은 후, 약수터는 왼쪽에 있으니 가서 씻으란다. 해서 지친 몸으로 버스를 향해 가는데, 생각보다 일행이 많다. 응? 중탈자가 이렇게 많았나? 나중에 확인한 결과 총 32명 중 14명이 A, 셋이 B, 나머지가 C였다. 말인즉 C 코스를 달린 산꾼이 15명으로 제일 많았다. A 코스가 20명이 넘을 거라는 건 내가 착각이다. 어쨌든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긴 오른쪽의 약수터에는, 나보다 조금 앞선 A 코스 두 맥꾼이 거의 다 씻은 상태라, 물이 나오는 약수터는 비어 있다. 해서 일단 플라스틱 바가지 가득 약수를 받아 단숨에 들이켜자, 살 거 같았다. 그리고 한 번 더 받아 마시고, 내 상태를 보니 씻을 상황이 아니라, 그대로 버스로 갔다. 그리고 배낭에 슬링백과 물가방을 집어넣은 후 슬리퍼와 비닐봉지를 들고 다시 약수터로 갔다.
씻은 후 뒷정리 중인 두 맥꾼이 의자에 올려놓은 랜턴에 의지해 역시 약수터 의자에 앉아 먼저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고, 밀봉한 후 슬리퍼를 신고 약수로 갔다. 그리고 다시 한 바가지의 물을 들이켜고, 먼저 발을 씻은 후 세수하면서, 제 시간에 도착한 일행이 있는지 두 맥꾼에게 물어봤다. 예상대로 A 코스 선두 둘이다. 물론 C는 열외! 이후 등산화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 버스로 돌아가는데, 종아리가 시려서 걷기가 힘들다. 그래도 억지로 차에 타 비닐봉지를 의자 밑에 넣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춥다! 그건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다. 해서 배낭에서 바람막이와 넥워머를 꺼내 입었다. 이후 나머지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와중에 다리에 쥐가 나, 자리에서 일어나 고양이를 불러 그걸 잡은 후 최대한 편하게 다리를 뻗기 위해 배낭을 정리하다가, 등산화가 든 봉지를 넣을 수 있을 거 같아 넣어봤다. 무리 없이 들어간다. 그렇게 짐을 줄이고, 산악회에서 준비한 수박 한 조각을 먹자, 그나마 허기와 갈증이 가신다. 와중에 대장이 권한 빨갱이와 맥주는 마실 상태가 아니라 거절했다.
인솔 대장 얘기대로 6시간 넘자 어두워지기 시작해 7시가 넘어서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해서 인솔 대장과 먼저 도착한 일행이 랜턴으로 후미에 우리가 있는 위치를 알려줬다. 가끔 기사가 경적을 울리기도 하고. 그 도움인지는 모르겠지만, A 코스와 B 코스의 후미가 속속 도착해 8시 13분, 두 산꾼이 승용차를 타고 아래 마을에서 올라오는 거로 사고 없이 모두 도착했다. 끝의 두 산꾼은, 내가 고민했던 날머리 직전 갈림길에서 마을로 가, 동네 주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듯했다. 이후 10분가량 씻고 뒷정리하고, 8시 26분경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이 산악회는, 공지는 가이드일 뿐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게 신조라고 열변을 토했다. 어차피 그걸 잘 아는 산꾼들이 이용하는 산악회다. 고로 코스 계획이 잘못되었다는 얘기도 할 수 없다! 어쨌든 추석 황금연휴답게 막힘없이 서울로 진입한 버스는 먼저 잠실역에 승객을 내려주고 10시 11분경, 아침에 출발한 신사역에 도착했다. 기사와 대장에게 고맙다고 인사 후 집으로 가기 위해 역으로 가는데, 두 시간 전과는 달리 몸이 가볍다! 다리도 멀쩡한 게 지금 다시 달릴 수도 있을 듯했다. 왜 그럴까? 어쨌든 11시가 조금 못 된 시간에 집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 일요일 산행 후 자고 일어난 아침에 왼쪽 발가락 부위가 아파 내려다보니, 네 번째 발가락이 약간 부은 듯해 가족에게 물어보니 확실히 발가락뿐만 아니라, 왼발 앞부분이 부었다는 거다. 그 부분이 아픈 곳이다. 그런데, 원인을 알 수가 없어. 일단 휴일이 끝난 후 병원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화요일 발가락에 무언가 낀듯해 네 번째 발가락을 보니, 진드기다. 얼마나 꽉 물었는지 엄청난 힘을 주고야 발에서 떼어 놓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방에 약수터에서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돌아다니다 물린 듯하다. 그런데, 왜 당시에는 몰랐을까? 너무 지쳐 감각이 둔해진 건가? 어쨌든 산에서 맨발로 다니는 건 주의해야 할 듯하다. 특히 어두운 밤에!
안내산악회 한강기맥 종주팀의 5구간 산행 계획 중 B 코스인 '삼마치 → 오음산 → 작은삼마치 → 만대산 → 517봉 → 응곡산 → 산불감시탑 → 덕구산 → 화방고개'의 24.66km(산길샘) 능선을 9시간 32분 동안 달렸다. 이동 8시간 31분, 휴식 1시간 1분!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상창고개에서 화방고개까지 23km 구간을 당일 산행으로 진행하는 건 무리다. 산악회의 소요 시간 기준이 전문가가 아닌 중급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9시간은 삼마치에서 화방고개까지도 시간 내 마감이 쉽지 않다. 그리고 당일 산행 9시간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코스를 둘로 나눌 접속지 선정이 어려워 그랬다는 건 이해하나, 그럼 무박 산행으로 진행해야 했다. 그나마 다들 전문가 수준의 산꾼들이라 사고가 없었던 게 산악회를 살렸다. 말인즉 코스 계획이 잘못된 산행이다. 참고로 대기업 안내산악회는 상창고개~화방고개 구간을 ‘작은삼마치’를 기준으로 두 구간으로 진행했다.
추석답지 않은 불볕더위 아래 오지 23km 산행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산행으로, 10월 1일 예정된 지리산 성중종주는 당일 날씨를 보고 강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버스에서 충분히 쉬고 나니, 금방 체력이 회복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 후라, 지금까지는 사전에 없었던 충분한 휴식을 추가하면, 무박 성중종주도 어렵지 않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듯하다.
날이 흐려 제대로 된 조망을 즐기지 못한 게 아쉬운 오음산행으로, 한강기맥 종주야 왈가왈부할 종류의 산행이 아니고, 홍천 오음산은 등산을 좋아하는 등산객이라면 한 번은 정상에 서 봐야 할 산이다.
※ 이틀간 진드기에게 헌혈한 이후 ※
추석에 진드기를 제거하고 점심, 저녁 2회 항생제 복용 후 상태가 좋아져, 병원에 가기로 한 건 잊어버리고, 9월 19일 목요일 역시 폭염지옥의 남덕유산행을 다녀왔다[산행기]. 그럼에도 아무런 증상이 없어, 그렇게 진드기에게 흡혈 당한 건 잊혔다. 그러다, 9월 22일 일요일 마누라와 함께 해파랑길 37구간 우중 트레킹을 다녀왔다. 우중이고 도보 여행이라, 당연히 맨발에 아큐아 슈즈를 신었다. 그리고 귀가 후 다시 왼발이 아픈 듯했으나, 증상이 심한 건 아니라,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에 왼발이 가려워 견딜 수가 없어, '빨간약'은 진드기에게 물린 상처에, '버물리'는 발등 간지러운 부분에 바르고, 약국에서 항생제를 사다 복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가려운 부분의 피부색이 변하는 걸 발견하고 바로 피부과로 달려갔다. 그 결과 엉덩이 주사 한 방(요즘은 서서 맞나?), 5일 치 약, 연고 하나를 처방받았다. 물론 5일 후 재 방문 지시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