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바람이 부는 날은
별들은 갈대로 쓸리고 있었다.
강가에서 머리카락을 날리는
아름다운 사람아.
달이 높이 뜬 날은
별들은 손을 호호 불고 있었다.
얼어붙은 강을 보며 고개 숙인
아름다운 사람아.(박재삼)
아! 지금 우리 시대에 이런 아름다운 사람, 찾아볼 수 있을까? 바람 부는 날 강가에 서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바람에 쓸리는 갈대를 끝없이 바라보는 그런 사람 어디 있을까? 달이 높이 뜬 날, 두 손을 호호 불며 얼어붙은 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런 사람 어디 있을까? 우리 시대 사람들이 선망하고 우러러보는 사람들 면면을 보면, 그저 인간의 향기가 다 증발된 빤질빤질한 자본주의적 인간성만이 먼저 보일 뿐이다. 돌아보니 내 젊은 시절에 곳곳에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다 사라진 인간의 땅은 사막처럼 메마른 땅이다.
박재삼 선생님과는 단 한 번의 개인적 만남의 인연이 있다. 대학 시절 자주 드나들던 공간시낭독 모임이 끝나고 어느 날 함께 맥주를 마시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선생님은 중풍이 와 말이 어눌하였다. 술자리에서 선생님이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줄줄 낭송하자, 내가 윤동주 시인이 해방 후에도 살아남았다면 우리 현대시가 크게 달라졌지 않았을까 여쭈니, 선생님은 윤동주 시인은 그 시대에 딱 어울리는 시인이라고 말씀하셨다. 아! 지금 돌아보니 내 인생에 적지 않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음을 새삼 알겠구나. 내 서가에 여러 권 꽂혀있는 박재삼 선생님의 시집을 다시 읽으니 아름다운 사람, 박재삼 선생님이 오늘따라 참 그립다.(수연)
https://youtu.be/9SI464D0H0Y 나윤선 <아름다운 사람> 코드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