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개를 넘어 4일째입니다.
아이들을 깨우려 숙소로 올라가니
아직은 낮설지만 익숙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아이들이 참 고맙습니다.
세상을 살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해 주어야 하는지 모르는
우리 어른들 때문에
세상에서 헤매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그럼에도 잘 커주어서 고마운 거고요.
이렇게 조금씩 들살이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교사들도,
아이들도!
지난 며칠간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받아들였으니,
이제는 세상에 좋은 것을 내 놓아야지요.
그것이 발도르프 학교의 존재이유 아닐까요?
아직 어리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우리가 배운 방식으로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로
세상에 좋은 것을 창조합니다.
어떻게?
창조는 신과 같이, 작업은 노예같이!
한 2시간 반쯤 아이들이 모래사장에
멋진 마을을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아이들의 예술품을 보며 구경과 감탄을..!
어제 길을 걷던 날,
우연히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다가
아이들이 인사를 하니 거기 선생님이 물으셨어요. 어디서 왔냐고.
아이들이 발도르프 학교에서 왔다하니
선생님이 놀라시며 그 유명한 곳에서 왔냐 하셨다던데
저는 찬사보다는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냥 어떻게 내 자식 행복하게 잘 자라는가에 대한 고민을 넘어
세상에 선한 것을 주는 발도르프 교육의 이상을
자의식 없이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 .
그것도 아이들에 맞게, 아이들의 방법으로. . .
물이 들어오면 사라질 작품이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경탄을 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싶네요.
점심 먹고 마지막 물놀이, 그리고 저녁과 장기자랑 준비.
학교에서부터 다들 모여서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던지...
간단한(정말?) 레크리에이션 후,
장기자랑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자리를 옮겨
부모님이 보내주신 편지 듣기.
살짝쿵 슬퍼지고
누군가가
꽤 많이
그리워지는 시간.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잘 몰랐던 소중함을 알게 된,
언젠가 펼쳐보면
그립고 소중한
시간들이었기를. . .
첫댓글 드디어! 금요일이네요
선생님들 모두 고생많으셨어요
이번 들살이가 이렇게 아이들 마음 한켠에 자리잡아 아이들만의 방법으로 한번씩 꺼내어 읽혀지길 바래요 ^^
언젠가 꺼내어 볼
소중한 보석이었길
기도해 봅니다.
소중한 시간이 아이들의 기억과 삶에 남고 나누어질 생각을 하니 참말로 뭉클하네요.. 잊지못할 추억! 남겨주신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삶에 남을
잊지못할 추억은
교사회들이
남았는걸요.
4박5일 소중한 시간을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4박 5일을 온전히
애들과 보낼 수 있도록
소중한 시간을 허락해 주신,
부모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와아..
가지런한 신발, 모래성들,
노을에서 뛰노는, 촛불을 든 아이들
모두가 정말 아름다운 예술이네요!
다녀오신 선생님들의 상기된 얼굴에서도 얼마나 귀한 시간들이었는지 느껴졌습니다^^
내년엔 함께해요~~
오자마자 엄마, 하고 안기더니 어제밤 11시경 보낸 텔레파시 받았냐고 묻는 단오^^ 늘 지나던 1층 입구 벽들을 한참 보더니 카메라를 달래서 사진을 찍습니다. 하교길 하늘도, 삼인산도.. 선생님이 올려주신 들살이 후기 속 사진들이 생각나더라구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새로운 시선이 생겨난 걸까요?
다정한 말과 웃음 속에서 얼핏 조 엄마였던 시윤이 누나 닮은 미소가 스쳐보이고^^ 지우 형이 어찌나 대단한지 크림도 없이 우유를 휘저어 파스타를 만들었다며, 태휘형 시욱이형은 현대미술 작품 같은 근사한 모래성을 만들었다며 감탄하는데, 아! 정말 귀한 시간이었구나 생각했어요. 나는 아이에게 집에서 이런 시간들을 만들어주고 있나 반성도 하고요.
4박5일간 아이들과 함께하면서도 아름다운 사진들과 정신 번쩍 들게 하는 말씀(바보걸음 같은..!)으로 후기 전해주신 장승규선생님, 충만한 시간이 될 수 있게 애써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깊고 깊은 감사 드립니다♥️
아이가 집에가서 엄마에게 소근소근 하루 이야기를 이야기하듯, 이렇게 있었던, 그리고 느꼈던 이야기를 해 주시니 저 역시 얼마나 감사한지요..
부모님과 아이가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이 참 필요하다 싶어요. 3학년 논의 벼가 매일 볼 때는 몰랐는데, 일주일 동안 엄청 컸더라고요. 부모님들께도 그런 시간을 드려야 하겠구나 싶었어요. 매일 붙어 있어야 하지만, 잠시 떨어져 있다가 다시 새롭게 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요.
이렇게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시듯, 단오가 들살이를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