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은 지난 8일 A홍보대행사
사장에 대해 악의적인 내용을 담은 ‘찌라시(정보지)’를 만들어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효성그룹 홍보팀 B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B전무는 지난해 A홍보대행사 대표가 부하 직원에게 ‘성 상납’을 강요했다는 허위사실을 일부 기자 등에게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사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언론 홍보를 대행하고 있다. B
전무가 인터넷 매체 기자에게 보낸 문건엔 “모 언론사 간부를 만난 자리에서 A사 사장이 부하 직원에게 ‘오라버니를 오늘 저녁에
한번 모셔라’라며 몸 로비를 강요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전무는 A4용지 1장 분량의 이 문건을 이메일
첨부파일 형태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A사 측은 지난해 10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경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B전무 등을 고소했었다. 찌라시 유포 배경은 효성가 갈등…차남 측 흠집내기 위한 것인 듯 대
기업 홍보팀 전무가 홍보대행사 대표를 음해하는 정보지를 유포했다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드문 일이다. 재계에선 이 일이 효성그룹
사태와 관련돼 있다고 보고 있다. A사 측도 효성가(家) 형제들 간의 갈등이 이 사건의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0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왼쪽), 조현준 효성 사장
효성가 갈등은 조현문 전 부사장이 조 회장과 조 사장에게 “기존 경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직언(直言)을 하면서 비롯됐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작년 2월 조 전 부사장은 7%에 달하는 효성 지분을
처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후 효성은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효성 측은 그 배경에 조 전 부사장의 제보가 있었다는 의심을 해왔다. 그
와중에 효성 측이 조 전 부사장의 홍보전략과 컨설팅을 맡은 A사 대표를 흠집내기 위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효성 측이 작년에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부부가 이혼했다’는 등의 근거 없는 소문을 흘렸는데, A사 대표에 대한
음해성 소문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효성그룹.
하지만 효성
측에서 흘러나온 소문은 대부분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조 전 부사장이나 A사 대표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내용”이라고 했다.
국세청 조사도 효성이 해외 현지 법인을 통해 수입 일부를 누락해 거액의 세금을 내지 않은 역외 탈세 혐의를 잡고 들어간 것이지,
특정 개인의 제보로 시작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서 한 일 아니다” 이
에 대해 B 전무는 지난달 검찰 조사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나도 언론사 관계자에게 이야기를 듣고 문건을
만들어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에게 보내준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벌인 일은 아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편 검찰은 9일 조석래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을 비롯한 그룹 임직원 5명을 탈세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조 회장
등은 2000년대 중반부터 1조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1000억원대 차명재산을 운영하고 차명계좌로 주식을 거래하면서 법인세와
양도세를 내지 않은 혐의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에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조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은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