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낮으니 장기 투자 유인 줄어
짧은 주도주 교체·증시 변동성 확대 유발
SK하이닉스(1,420,000원 ▼ 2,000 -0.14%) 주가는 지난 7일 분기배당을 발표한 이후 연이틀 하락했다. 분기 배당금이 지난해와 같은 375원에 그치자 실망 매물이 쏟아진 탓이다. 기존 주주환원 계획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1500원을 배당할 계획이다. 추후 특별배당이 합쳐지더라도 주가가 140만원을 넘어선 상황이라, 연간 배당액이 전년의 10배로 늘어난들 시가배당률은 1%대에 불과할 전망이다.
SK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SK텔레콤(85,000원 ▼ 3,200 -3.63%) 역시 낮은 배당에 발목이 잡혔다. SK텔레콤 주가는 최근 데이터센터 사업 호재로 급등하자 배당수익률이 3%대로 뚝 떨어진 것이 부담이 됐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오르면서 시가배당률이 떨어졌다"며 "고배당 매력에 투자했던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 변동폭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 주가 상승 따라가지 못하는 상장사 배당 정책
우리 증시가 AI 열풍에 올라탄 반도체주의 약진에 힘입어 올 상반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 랠리를 펼쳤지만, 여전히 낮은 배당(주주환원) 때문에 고질적인 저평가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뉴스1
주가가 꾸준히 오르려면 장기 투자층이 두터워야 하는데, 국내 증시는 배당성향이 낮아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단기 투자가 주를 이룬다. 이는 주도주가 짧은 주기로 교체되고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조선·화학·정유 업종이 증시 상승을 주도한 이른바 '차화정 열풍' 이후 우리 증시는 바이오, 이차전지에 이어 지난해 초 조·방·원(조선·방산·원전), 올해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잦은 주도주 교체를 경험했다. 이 때마다 주가 지수는 반짝 상승했다가 다시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사이클이 반복됐다.
한 중형 증권사 대표는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장기적으로 우상향 추세를 그리는 것인데, 이는 장기 투자자가 두텁게 기반을 다져주는 가운데 성장성이 부각돼야 가능하다"며 "배당 수준이 낮은 우리 주식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국내 성장 산업이 부족하고 기업 경쟁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기업 이익 증가가 곧바로 배당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지 못해, 주가가 오른 뒤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투자 자금은 새로운 주도주로 옮겨가는 후진적인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반도체 업종에 앞선 주도주였던 조방원 대표주 역시 주가가 크게 오른 이후 배당수익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1,152,000원 ▲ 55,000 5.01%)의 경우 지난해 1주당 7000원을 배당했는데, 당시 주가 기준 시가배당률이 0.7%에 불과했다. 조선·원전 대표주인 HD한국조선해양(404,000원 ▲ 5,500 1.38%)과 한국전력공사의 시가배당률 역시 각각 3% 수준이다.
반면 해외 경쟁사들은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꾸준히 주가를 부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경쟁하는 미국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6월 2026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12월 9일부터 주주 환원을 확대하고, 초과현금(excess cash)의 100%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통상 3~5년 내 주주 환원을 확대하겠다며 구체성이 떨어지는 계획을 발표하는 국내 상장사와 비교하면 마이크론의 주주 환원 계획은 구체적이고 즉각적이었다.
◇ 반도체 주도주 지위 되찾을 열쇠 '획기적인 배당 확대'
최근 'AI 고점론' 여파로 큰 폭의 조정을 거친 반도체주가 다시 주도주 지위를 되찾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파격적인 주주 환원책 발표가 꼽힌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조만간 발표되는 삼성전자 주주환원 규모가 최소 100조원에서 최대 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기존 주주환원 규모(9조8000억원) 대비 10배 이상 큰 규모"라며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은 주가 재평가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강화가 절실하지만, 정부 정책은 미완에 그쳤다는 평가다.
지난해 고배당 기업의 배당소득에 최대 30% 분리과세하는 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다만 당초 시장과 국회에서 최고세율 25%안이 논의된 걸 고려하면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반 투자자의 장기 투자를 끌어낼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정책 역시 오락가락 행보로 불신을 키웠다.
장기 투자를 위해 ISA 비과세 한도 상향과 국내투자형 ISA 도입 기대가 거론됐지만, 정부는 오히려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일반 ISA 계약기간을 최초 3년, 최대 5년으로 제한했다. 5년마다 손익을 정산하게 되면서 절세금 재투자를 통한 복리 효과가 사라지게 됐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7일 ISA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