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1. 10. 8. 금요일. 오전부터 가는비가 내린다.
간밤 나는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아서 속이 불편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이유는 있었다. 다음날 오전 09 : 00.부터에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위-내시경을 받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위가 아프고, 목구멍으로는 게욱질이 난다. 21 : 30.에 자리에 누워서 굽어지는 등허리를 폈다. 눈을 감고는... 23 : 30.에서야 눈을 억지로 붙였다.
눈 뜨니 07 : 30. 다행이다. 그래도 일찍 일어났기에 오늘 종합검진에 지각은 하지 않을 터. 간밤에 샤워를 했는데도 오늘 아침에도 또 했다. 내 몸에서 노인네 냄새가 날까 싶기에. 아침밥을 굶은 채 아내와 함께 서울 송파대로에 있는 '한솔병원'으로 갔다. 오래 전부터 이용했던 병원이라서 눈 감고 갈 수 있는 곳.
기본적인 검사를 받았다. 몸무게, 키, 청력, 시력, 혈압, 채혈을 했고... 윗옷을 벗고 병원복 상의를 입고는 내과에 들렀다. 옆으로 누워 새우잠을 자는 것처럼 누운 상태에서.. 목구멍으로 긴 호수가 들어가면 나는 구역질을 웩웩 거렸다. 뱃속(위)이 짜르르 아프며, 뒤틀린다. 3 ~ 4분이 지난 뒤 다 끝냈다는 말을 듣고는 일어섰다. 눈물도 나오고 침도 겔겔거리고... 조금은 비틀거리면서 침대에서 내려왔다.
의사의 종합 소견이다. '치아는 아직 괜찮고, 위도 괜찮지만 짜고 매운 것을 덜 잡수세요.' 최종 결과는 15일 뒤에 핸드폰으로 문자가 뜬다고 한다. 아내는 나보다 한참이나 뒤에서야 끝났다.
병원 문을 밀고 나왔다. 아내는 아침밥 겸 점십밥을 먹자면서 도로변에 있는 '본죽' 가게에서 해물죽을 신청했다. 작은 식당이다. 그런데도 오토바이-배달맨이 무척이나 자주 들락거렸다. 해물죽을 주문한 지가 언제인데? 기다리는 게 지쳐서 나는 불불거렸다. 주문을 취소하고는 그냥 나가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아내가 다독거렸다. '좀 느긋하게 참아 봐요.' 하기사 그럴 게다. 장사를 하려면 배달이 먼저일 게다. 시간을 다퉈서 배송해야 하기에. 정말로 늦게서야 나온 죽을 떠먹었다. 아내가 말한다. '오늘은 내가 쏠게요. 재난지원금을 받았으니까요. 이웃 아파트단지에 사는 손녀 손자도 받았다고 하대요.'
나는 받지도 못했다. 정부는 일정한 액수의 재산소득이 있는 국민은 제외한다고 했다. 전국민 가운데 하위계층 88%한테는 재난지원금을 나눠주고, 상위계층 12%는 제외한다고 했다. 즉 세금 등을 아예 안 내거나 또는 적게 내는 사람한테는 재난지원금을 주고, 세금을 많이 내는 상위계층은 아예 주지도 않는다고 정부 당국자는 그간 숱하게 발표했다. 이에 반발하여 경기도(도지사 이재명)는 전 경기도민한테 나눠준다고 했다. 이에 부응해서 충청남도(도지사 양승조)도 전 도민한테 나눠준다고 9월 28일에 지침을 확정했다. 충청남도에서는 그간 제외되었던 상위계층 12%는 다음달 11월 1일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방에 주소지를 둔 나도 상위계층인가? * 중앙정부 당국자들은 슬기와 지혜가 부족한 찌질이 집단인가 보다. 세금을 많이 내는 국민도 우대해야만 앞으로도 세금을 더 많이, 탈없이 잘 거둘 게다. 세금은 많이 냈는데도 정부로부터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인식도 생길 게다.
주소지로서는 나는 촌것인 시골사람이고, 아내는 특별시민인 서울사람이다. 88% 하위계층에 속하는 아내가 재난지원금으로 오늘 한 턱을 낸다고 하니 오늘은 아내가 나보다 훨씬 부자인가 보다. 덕분에 해물죽 한 사발을 얻어먹었다.
아내는 작은 우산을 들었으나 나는 우산이 없었다. 아내는 '택시 타고 집으로 갑시다'라고 말했으나 나는 고개를 흔들고는 그냥 걸었다. 지갑의 두께가 얇은 나는 택시비가 아깝기에... 가을비가 조금씩 내리고.. 나는 빠르게 걸었다. 잠실지구 석촌호수 서호로 들어섰고, <송파나루공원> 안의 키 큰 나무 아래로 걸었다. 울창한 가로수 숲이기에 나뭇가지가 많았다. 빗방울은 덜 떨어졌다. 우람하게 큰 가로수 아래 산책로를 따라서 잠실아파트로 빠르게 향했다. 우산도 없는 늙은이가 그렇지 뭐 ... 모자를 깊게 눌러썼기에 머릿카락에는 빗방울을 직접 맞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다.
오늘 건강검진한 결과는 보름 뒤에 핸드폰으로 전송 통보된다고 하니 그때 가면 자세히 알 수 있겠다. 크게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년 봄에는 대장내시경(의료보험 비대상) 검사를 받아야겠다. 또 치과병원에서 치아 검사도 보다 세밀하게 받아야겠다. 술, 담배 등 건강을 해체는 식품을 즐겨하지 않더라도 이빨이 튼튼해야 먹고 마실 수 있다. 때로는 말을 거칠게 하려면 이빨이 보다 튼튼해야 할 게다. 사나운 짐승들은 화가 나면 주둥이를 크게 벌리고는 날카로운 이빨을 내보이면서 으르릉거리는 것처럼 가진 게 별로 없는 나는 표정이라도 그렇게 해야 할 게다. 체구도 중간치이고, 가진 것도 별로 없기에 그저 험상궂은 얼굴이라도 들이내밀어야 할 게다. 우선 먼저 이빨이 튼튼해야 한다. 말빨이 서려면...
한솔병원 근처에 있는 <본죽식당>. 그 작은 실내에는 여러 종류의 외국 화초가 있었다. 적절한 크기의 화분 속에 든 다육식물들의 종류는 대체로 내 아파트 안에도 있다. 아파트 안에서는 식물의 성장세가 아주 불량해서 크기와 굵기는 자잘하다. 이에 비하여 가게 안 유리창 곁에 있는 식물들은 키와 굵기가 제법 컸다. 그만큼 식물을 잘 가꾼다는 뜻. 나야 뭐.. 건달농사꾼, 엉터리농사꾼, 사이비농사꾼이다. 식물을 좋아한다면서도 사실은 외국식물, 특히나 다육식물 재배에는 늘 실패한다. 수돗물이나 잔뜩 부어주기에...
귀가하다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차도 위에 떨어진 '굴참나무' 열매 4개를 주웠다. 내가 줍지 않으면 차와 오토바이 바퀴, 사람들의 신발에 다 으깨어질 터. 오는 11월 초순에 시향시제를 지내려고 시골로 내려갈 때 굴참나무 열매-상수리를 지참한 뒤 산으로 올라가야겠다. 설마하니 열매 몇 개가 무거워서 내 등허리가 더욱 낮게 굽어지겠냐? 이들이 운이 좋아서 싹이 트고 자란다면 30년 뒤에는 아름드리 나무로 올곧게 자라고, 엄청나게 큰 가지들은 길게 뼏쳐서 하늘을 가릴 게다. 낙엽이 많이도 떨어지고, 그 낙엽들이 썩으면서 땅은 거름지고, 또 나무가지에 매달린 많은 잎사귀들은 서해 바다로 날아오는 중국발 대기오염도 걸려낼 게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서해안의 공기는 더욱 맑아질터.
지난해 2월부터 신종 바이러스인 <코로나19>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오늘 병원에 갈 때 입고 간 옷들을 벗으라고 하기에 벗었고, 아내가 이들을 세탁기 안에 집어넣고는 세탁했다. 외출했다가 귀가하면 방역에 힘써야 할 터. 더군다나 우리 내외는 노인환자가 들락거리는 종합병원에 다녀왔으니 더욱 그렇다.
은근히 지친다. 무사히 건강검진을 마쳤던 오늘. 오후에는 가는비가 그쳤으면 싶다. 바깥으로 나가고 싶기에.
2021. 10. 8. 금요일. 나중에 보탠다. 단숨에 썼으니.. 오탈자도 많을 터. |
첫댓글 정기검진 하셨군요 ^^
해 넘기려하면 다들 몰려서
북적이고 난리던데요
지금 잘 하셨습니다 ~~
예.
그냥 형식적이더라도 검진해야겠지요.
특별히 아픈 곳은 없기에... 나이 든 탓으로 무릎연골이 많이 달아서...
아마도 중장년 때 도보여행을 많이 한 탓/
나이가 많아지면 병원에 가서 의사, 약사들을 먹여살려야 합니다.
ㅎㅎ상위12% 그러니까 시골에 짭짤한 땅이 있으시단 말씀이지요
시골 산고라당에 있는 땅..
그거 무슨 가치가 있어요?
수십 년동안 가 보지도 않는 산말랭이...
그거.. 세금이나 낼 뿐...
지존 님은 실속파.
지존 님은 날마다 글 다다닥하면서 잘 쓰시대요.
그거 조금씩 향상시켜서.. 나중에 책으로 발간하세요.
그런 뒤에... 저도 한 권만 주시면 꾸벅 꾸벅할 게요.
글맛이 아주 좋으니까요.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건져올린 내용이기에 독자한테는 감명을 주니까요.
댓글 고맙습니다.
위나 대장 내시경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불편하고 두려울 것입니다~~
저도 그렇더라구요~~~
두달전에 예약해 놓았던 대장내시경을 맹장수술 하느라 못받아서
다음달로 다시 예약해 놓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한짐 입니다~~~
예...
그거 미리서부터 겁을 내며 걱정을 하지요.
막상 닥쳐서 일을 치루고 나면 '별것도 아니었네'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예약을 하셨다고 하니... 검진 잘 받으시고는 활짝 웃기 바랍니다.
잘하셨네요 걸으신거 ㅎ
할건 다하시니 건강하시겠어요 ㅡ
댓글 고맙습니다.
이제는... 제게 남은 시간 가운데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지요.
무릎이 조금 아프더라도 꾸준히 걸어야겠습니다.
햇살도 맑고 밝고, 가을바람도 시원하고.. 살아 있다는 게 정말로 행복하거든요.
눈으로 바라보고.... 흔들거리는 바람소리도 듣고...
더욱 건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부동반으로 건강검진 다녀오신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그래도 특별히 아픈 곳이나 지병이 없으신 것만도
축복입니다.
건강 잘 지키셔서 오래오래 사십시오.
댓글 고맙습니다.
안 아프면 그게 돈 버는 것이지요.
큰 병은 없고요. 당뇨가 조금 있지만서도 까짓것이지요.
먹을거리 조금 줄이면 되니까요.
서서히 늙어가기에... 그게 신의 뜻이겠지요.
아쉽다면 보다 젊었을 때 더 많이 돌아다녔더라면... 하지요.
이제는 욕심을 접고요. 그냥 세상에 빚 덜 졌으면 하고요.
정말로 아름다운 세상이니까요.
건강하기를 바라는게
우리의 희망이지만...
때론 ㅎㅎ
암튼 모두 건강하세요....
댓글
고맙습니다.
그래요. 모두가 다 건강하면... 세상이 더욱 신나고 밝고 발전하겠지요.
웃음이 가득 찬 세상을 희망합니다.
잘하셨어요 결과도 괜찮을 겁니다
나이드니 소화력이 약해져서 입으로는 당겨도 소화 걱정에
자제 하게 되니 그것도 스트레스지요
치아도 꼭 보셔야 합니다
요즘 자식들 건강식품 사 보내는 돈으로 부모님 치아 해드리라 광고 하잖아요
그 말이 맞아요 부실한 치아로 건강식품만 잔뜩 먹으면 뭐해요
모쪼록 스트레스 푸시고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지면에서나마 뵐 수 있지 않겠어요 ..
운선작가님...
댓글이 정말로 예쁘군요.
저도 운선작가님의 뵙고 싶지요.
우선 지면에서...
오늘도 서울 송파구 잠실나루역 인근에 있는 서울책보고 책방에 들렀지요.
이런저런 책을 보려고요. 역 앞에는 먹을거리 장수가 많대요. 군고구마, 찐빵, 호떡 등... 그런데.. 그런데 자꾸만 눈길이 가도...
그거 하나도 사 먹지 못하고 지나가야 하다니.. 당뇨병을 오래 앓기에 단맛이 나는 음식물/과일 등을 자제해야 하지요.
주머니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맛있는 거 사서 먹지도 못하다니.. 서러웁대요.
저.. 건강에 더욱 힘쓸 게요.
운선 작가님의 글을 더 읽으려면..
작가님이 글이 수수해서 감동을 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