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복음묵상
(마태10,37-42)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오늘은 연중 제13주일이자 교황주일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교황주일을 맞이하여 언제나 우리에게 주님의 대리자로서 참된 사도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서 함께 기도했으면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제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십자가가 우선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짊어진 주님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보면 예수님께서 제 십자가를 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왜 주님께서는 그렇게 각자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라고 하셨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결정적으로 십자가를 짊어진 모습은 바로 예수님을 가장 닮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곧 그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모습이 바로 십자가를 짊어진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무거운 십자가를 원하지 않습니다. 십자가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고통을 겪게 되는 모든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져 있는 십자가를 저버리지 않고 기꺼이 사랑으로 짊어지고 나아갈 때 그때 비로소 구원을 향한 여정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곧 십자가는 우리의 구원의 표징이자 천국의 열쇠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구원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지 부활의 영광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몸소 그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아가시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계산할 때 쓰는 더하기와 곱하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하기의 모양이 십자가입니다. 곧 그렇게 십자가는 우리에게 사랑을 더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십자가를 등에 짊어지게 되면 곱하기 모양이 됩니다. 곧 사랑이 곱하기가 되어 더 큰 사랑이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계산할 때 만원에 만원을 더하면 이만 원입니다. 그러나 만원에 만원을 곱하면 1억이 됩니다. 어쩌면 그렇게 우리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을 따라나선다는 것은 세상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일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 말씀에 이렇게 전합니다.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여기서 ‘나 때문에’는 바로 ‘주님 때문에’입니다. 사실 우리가 주님의 제자임을 자처하면서도 주님 때문에 살아가지 않고 주님이 아닌 ‘다른 것 때문에’ 살아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우리는 ‘주님으로 인해서’ 세상에 존재하고, ‘주님으로 인해서’ 세상을 살아가고, ‘주님으로 인해서’ 모든 것을 누리고, ‘주님으로 인해서’ 구원을 받고, ‘주님으로 인해서’ 영원한 생명을 이루어 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님 때문에’가 아니라 ‘다른 것 때문에’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셨던 것처럼 우리도 역시 자신에게 놓여져 있는 십자가를 진정 사랑으로 짊어지고 그분을 따라나설 때 그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는 참된 구원을 얻게 될 것이고, 천국의 영원한 행복으로 나아가게 될 것을 믿습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