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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거자(擧讐擧子)
원수를 추천할 수도 있고 아들을 추천할 수도 있다
擧 : 천거할 거(手/14)
讎 : 원수 수(言/16)
擧 : 천거할 거(手/14)
子 : 아들 자(子/0)
춘추시대(春秋時代) 진(晋)나라의 기해(祁奚)가 나이가 들어 물러가기를 요청하자. 임금은 그 뒤를 이을 사람을 추천(推薦)하라고 했다. 그러자 기해는 해호(解狐)라는 사람을 추천했다. 해호는 기해의 원수였다. 또 한 사람을 추천했는데. 자기 아들인 기오(祁午)를 추천했다. 그러나 당시 여론은 기해가 추천을 잘했다고 칭찬했다. 원수를 추천한 것은 사사로운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고. 그 아들을 추천했다 해서 당파를 짓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은 다 그 자리에 알맞은 인물이라고 백성들이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唐)나라에 제영(齊映)이라는 정승이 있었는데. 그 아우 제호(齊?)가 과거시험에 응시하자. 시험관들이 그 형의 권세를 보고 봐주었다는 혐의를 뒤집어쓰지 않기 위하여 미리 겁을 먹고 일부러 떨어뜨려 버렸다. 당시의 문학가 한유(韓愈)는 이것도 사사로움에 얽매인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나라를 위해서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여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여야 할 임무가 있다. 그래서 옛날부터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서 임금이 자신의 권위도 버리고 인재를 초빙하기 위해서 지극 정성을 다 바쳤다. 좋은 인재 한 사람을 잘 등용하면 나라가 번영하기도 하고. 잘못된 사람을 등용하여 나라를 망친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나라를 맡은 통치권자는 인재 등용 때문에 늘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후대로 와서는 나라를 위해서 인재를 등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재 등용을 자신의 권한으로 생각하여 어떤 자리에 누구를 앉히든 다른 사람이 간섭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장관을 임명할 때는 헌법에 정해진 원칙에 의하면 국무총리가 제청을 해야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집행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그 임명된 사람이 그 자리에 적합한 전문가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정말 그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면. 대통령의 친형제나 자식이라도 상관 없다. 지연 학연 혈연이 관계되어도 상관없다. 장관 임명할 때. 지역 안배. 남녀 안배. 연령 안배 등은 실제로 여론을 너무 의식한 행위로서 국가를 위해서 도움될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국민들도 자기 지역 출신이 장관이나 요직에 발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가질 필요가 없다.
문제는 임명되는 사람이 그 자리와 전혀 관계없다는 데 있다. 요즈음은 대통령부터 지방자치단체 장관. 심지어는 대학 총장까지도 선거를 통해서 선출하다 보니. 선거 끝나고 나서 선거 공신들에게 공을 세운 만큼 반드시 한 자리씩 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날이 갈수록 전문가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직업적인 정치꾼들만이 요직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고서도 나라가 잘 될 수 있을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발이 편안해야 멀리 갑니다
요즈음 ‘발이 편안해야 멀리 갑니다’, ‘발이 편안해야 성공합니다’라는 어느 신발회사의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먼 길을 가려면 발이 편해야 한다. 신발이 아무리 값 비싸고 좋아도 발에 편치 않으면 먼 길을 갈 수 없다.
천명(天命)에 의해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명(大命)을 받은 분이 결정됐다. 곧 각 분야에서 유능한 인재가 발탁돼 5월이면 새 정부가 구성된다. 분야별 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자천타천으로 정부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추천해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을 정하고 꾸려질까?’를 두고 국민 모두가 궁금해 한다. 그들에 의해 펼쳐지는 정책들이 자신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제발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멸사봉공의 인물, 적재적소에 합당한 진짜 인물로 새 정부가 구성돼서, 발전하는 나라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문제는 검증되고 공감되는 유능한 실력자를 누가 어떻게 추천하느냐 이고, 더 중요한 것은 공직 추천의 책임을 가진 사람의 사명의식이겠다.
거수거자(擧讐擧子)라는 고사(故事)가 있다. 중국 진(晉)나라의 대부 기해(祁奚)는 나랏일을 다룰 인재를 천거하는데 친소(親疏)를 구분하지 않아 사람들로 부터 아첨한다거나 당파를 짓는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때로는 원수(怨讐)도 천거하고 때로는 자기 자식을 추천하기도 할 만큼 사람의 천거는 능력을 바탕으로 엄정히 했다고 한다.
인사가 만사라 듯, 친소보다는 능통(能通)의 바탕 위에서 바른 인재가 천거되고 선발되어 국정이 잘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그런가 하면 시절이 새롭게 시작되거나 권력이 이동되는 과도기에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신시경종(愼始敬終)이다. ‘시작 할 때는 삼가야 하고 긑 낼 때는 겸손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석학들은 늘 신시(愼始)의 성패는 인사에 달려 있다며 공정한 인사의 필요성을 짚어주고 있다.
모쪼록 적합한 인재 천거와 등용으로 새 정부 구성원들은,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편히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장 편한 신발을 만들어 고객이 멀리 걸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신발회사처럼, 혹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이 불편 했다면 어디가 불편했는지를 파악하면서, 국민들 발에 맞는 신발을 만들 줄 아는 인재들이 모인 새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행복의 길을 편히 걷고 성공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 인재를 찾아내어 등용해야 하는 것도, 분명히 천명의 범주에 들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擧(들 거)는 ❶회의문자로 举(거), 挙(거), 㪯(거)는 통자(通字), 舁(거)와 동자(同字), 举(거)는 약자(略字)이다. 擧(거)는 음(音)을 나타내고 더불어 같이하여 정을 주고 받는다는 與(여, 거)와 손(手)으로 물건을 들어 올린다는 뜻이 합(合)하여 들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擧자는 '들다'나 '일으키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擧자는 舁(마주들 여)자와 与(어조사 여)자, 手(손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舁자는 위아래로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마주 들다'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 擧자에는 총 5개의 손이 그려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擧자를 보면 단순히 아이를 번쩍 든 모습만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부터는 다양한 글자가 조합되면서 지금의 擧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擧(거)는 ①들다 ②일으키다 ③행하다 ④낱낱이 들다 ⑤빼어 올리다 ⑥들추어 내다 ⑦흥기하다(세력이 왕성해지다) ⑧선거하다 ⑨추천하다 ⑩제시하다 ⑪제출하다 ⑫거동(擧動) ⑬행위(行爲) ⑭다, 모든 ⑮온통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 옮길 반(搬), 흔들 요(搖), 옮길 운(運), 할 위(爲), 옮길 이(移),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온 나라 모두를 거국(擧國), 일에 나서서 움직이는 태도를 거동(擧動), 어떤 사람의 이름을 초들어 말함을 거명(擧名), 손을 위로 들어 올림을 거수(擧手), 스승과 학인(學人)이 만나는 일을 이르는 말을 거각(擧覺), 기를 쳐듦을 거기(擧旗), 많은 사람 가운데서 투표 등에 의하여 뽑아 냄을 선거(選擧), 통쾌한 거사나 행동을 쾌거(快擧), 많은 무리들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는 것을 대거(大擧), 인재를 어떤 자리에 추천하는 일을 천거(薦擧), 법령이나 질서를 위반한 사람들을 수사기관에서 잡아 들임을 검거(檢擧), 난폭한 행동을 폭거(暴擧), 경솔하게 행동함을 경거(輕擧), 바둑을 두는 데 포석할 자리를 결정하지 않고 둔다면 한 집도 이기기 어렵다는 뜻으로 사물을 명확한 방침이나 계획을 갖지 않고 대함을 의미하는 말을 거기부정(擧棋不定), 밥상을 눈썹 높이로 들어 공손히 남편 앞에 가지고 간다는 뜻으로 남편을 깍듯이 공경함을 일컫는 말을 거안제미(擧案齊眉), 한 가지를 들어서 세 가지를 돌이켜 안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을 미루어 모든 일을 헤아림이나 매우 영리함을 이르는 말을 거일반삼(擧一反三), 모든 조치가 정당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거조실당(擧措失當), 머리를 들어 얼굴을 맞댐을 일컫는 말을 거두대면(擧頭對面), 이름 난 사람의 장례 때, 사회 인사들이 모여서 통곡하고 장송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거애회장(擧哀會葬), 돌이 무거워 드는 돌에 낯 붉는다는 뜻으로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거석이홍안(擧石而紅顔), 명령을 좇아 시행하는 것이 민첩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거행불민(擧行不敏), 온 세상이 다 흐리다는 뜻으로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거세개탁(擧世皆濁), 살받이 있는 곳에서 화살이 맞는 대로 기를 흔들어 알리는 한량을 일컫는 말을 거기한량(擧旗閑良), 다리 하나를 들어 어느 쪽에 두는 가에 따라 무게 중심이 이동되어 세력의 우열이 결정된다는 뜻으로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어떤 사안에 대하여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때 하는 말을 거족경중(擧足輕重), 온 국민이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뭉치어 하나로 됨을 이르는 말을 거국일치(擧國一致) 등에 쓰인다.
▶️ 讎(원수 수)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雔(수)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讎(수)는 ①원수(怨讐) ②원수(怨讐)로 삼다 ③비교(比較)하여 바로잡다 ④대답하다 ⑤갚다 ⑥팔다 ⑦주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은혜 은(恩)이다. 용례로는 해마다 맞이하는 부모가 돌아가신 날을 원망스럽게 이르는 말을 수일(讎日), 원수의 집을 수가(讎家), 사이가 나쁜 사람을 수인(讎人), 원수같이 여기어 미워함을 수협(讎嫌), 원수처럼 여겨지는 달이라는 뜻으로 부모가 돌아가신 달을 이르는 말을 수월(讎月), 원수와 적을 수적(讎敵), 다른 것과 비교하여 교정함을 수교(讎校), 글자나 글을 다른 것과 대조하여 교정함을 수감(讎勘), 자기에게 해를 입혀 원한이 맺히게 한 대상을 원수(怨讎), 원수를 칼로 찌름을 척수(刺讎), 복수심을 품음을 협수(挾讎), 부모의 원수를 친수(親讎), 한 개인의 사사로운 원수를 사수(私讎), 대대로 내려오는 원수를 세수(世讎), 잘못 쓴 글이나 글자를 검토하여 바로잡음을 토수(討讎), 아내가 남편의 원수를 갚는다는 말을 처복부수(妻復夫讎), 어머니가 자식의 원수를 갚는다는 말을 모복자수(母復子讎), 원수를 장부에 기록하여 둔다는 뜻으로 원수에 대한 원한을 잊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원수치부(怨讎置簿), 은혜와 원수를 분명히 한다는 뜻으로 은혜를 준 자에게는 반드시 은혜로 원한을 품게 한 자에게는 원한을 갚음을 이르는 말을 은수분명(恩讎分明) 등에 쓰인다.
▶️ 子(아들 자)는 ❶상형문자로 어린 아이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아들을 뜻한다. 지금의 子(자)라는 글자는 여러 가지 글자가 합쳐져 하나가 된 듯하다. 지지(地支)의 첫째인 子와 지지(地支)의 여섯째인 巳(사)와 자손의 뜻이나 사람의 신분이나 호칭 따위에 쓰인 子가 합침이다. 음(音)을 빌어 십이지(十二支)의 첫째 글자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子자는 '아들'이나 '자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子자는 포대기에 싸여있는 아이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양팔과 머리만이 그려져 있다. 고대에는 子자가 '아이'나 '자식'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중국이 부계사회로 전환된 이후부터는 '남자 아이'를 뜻하게 되었고 후에 '자식'이나 '사람', '당신'과 같은 뜻이 파생되었다. 그래서 子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아이'나 '사람'이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子(자)는 (1)아주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어 (2)신문(新聞), 잡지(雜誌) 따위 간행물(刊行物)의 어느 난을 맡은 기자(記者)가 자칭(自稱)할 때 쓰는 말 (3)십이지(十二支)의 첫째 쥐를 상징함 (4)자방(子方) (5)자시(子時) (6)글체에서, 그대의 뜻으로 쓰이는 구투(舊套) (7)글체에서, 아들의 뜻으로 쓰이는 말 (8)민법상에 있어서는 적출자(嫡出子), 서자(庶子), 사생자, 양자(養子)의 통틀어 일컬음 (9)공자(孔子)의 높임말 (10)성도(聖道)를 전하는 사람이나 또는 일가(一家)의 학설을 세운 사람의 높임말, 또는 그 사람들이 자기의 학설을 말한 책 (11)자작(子爵) 등의 뜻으로 ①아들 ②자식(子息) ③첫째 지지(地支) ④남자(男子) ⑤사람 ⑥당신(當身) ⑦경칭(敬稱) ⑧스승 ⑨열매 ⑩이자(利子) ⑪작위(爵位)의 이름 ⑫접미사(接尾辭) ⑬어조사(語助辭) ⑭번식하다 ⑮양자로 삼다 ⑯어리다 ⑰사랑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여자 녀/여(女), 어머니 모(母), 아버지 부(父)이다. 용례로는 아들과 딸의 높임말을 자녀(子女), 며느리 또는 아들의 아내를 자부(子婦), 아들과 사위를 자서(子壻), 아들과 손자 또는 후손을 자손(子孫), 아들과 딸의 총칭을 자식(子息), 남의 아들의 높임말을 자제(子弟), 십이시의 첫째 시를 자시(子時), 밤 12시를 자정(子正), 새끼 고양이를 자묘(子猫), 다른 나라의 법률을 이어받거나 본떠서 만든 법률을 자법(子法), 모선에 딸린 배를 자선(子船), 자손의 여러 대나 자손의 끝까지 또는 대대 손손을 일컫는 말을 자자손손(子子孫孫), 자자손손의 썩 많은 세대를 자손만대(子孫萬代), 자식은 아비를 위해 아비의 나쁜 것을 숨긴다는 뜻으로 부자지간의 천륜을 이르는 말을 자위부은(子爲父隱), 융통성이 없고 임기응변할 줄 모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자막집중(子莫執中), 자애로운 어머니의 마음을 일컫는 말을 자모지심(子母之心), 듣고 본 것이 아주 좁고 고루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자성제인(子誠齊人), 자식은 아비를 위해 아비의 나쁜 것을 숨긴다는 말을 자위부은(子爲父隱), 공자가 구슬을 꿴다는 뜻으로 어진 사람도 남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을 공자천주(孔子穿珠), 묵자가 실을 보고 울었다는 뜻으로 사람은 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그 성품이 착해지기도 악해지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죽은 자식 나이 세기라는 뜻으로 이미 지나간 쓸데없는 일을 생각하며 애석하게 여김을 일컫는 말을 망자계치(亡子計齒), 부모는 자녀에게 자애로워야 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성스러워야 함을 이르는 말을 부자자효(父慈子孝)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