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곡산 암릉 산행기 ♧
지난 구정 설날에 경기도 양주에 있는 동생 집을 방문했다가 불곡산을 가보게 되었습니다.그 때 보았습니
다. 길이가 30m쯤되고 경사가 70도 정도되는 바위에 밧줄이 세 개가 메어져 있었습니다.
순간 타보고 싶은 욕심에 겁도 없이 오르기 시작해서 8부 되는 곳까지 엉덩이를 빼며 빼며 올라갔는데 동생
이 무섭다고 뒤에서 안 따라옵니다.
할 수 없이 되돌아 내려왔는데 그날 이후 내내 불곡산의 매여 둔 그 놈의 밧줄이 마음속에 숨겨둔 애인처럼
눈에 삼삼 아롱아롱 암암히 그립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 산을 좋아하는 친한 이웃들과 함께 가자고 약속을 해 놓았는데 아 글쎄 불곡산에 가는 것
을 시샘하는지 약속한 다음날부터 일주일 내내 비오고 바람 불고 눈보라까지 칩니다.
봄이 공짜로 오지 않는다고 하여도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계절의 여신님.
일주일 내내 마음을 졸이며 기상대예보를 듣고 또 듣는데 희소식은 전혀 없습니다. 하루에도 간다, 안 간다
수없이 마음이 바뀝니다.
더 나쁜 예보로는 출발 하루 전인 토요일 날 비가 내리고 그 다음 일요일 날 아침에는 기온이 무려 영하 4
도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기상대 예보가 맞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토요일이 되자 가끔씩 맞지 않아 욕을 얻어먹던 기상대 예보가
정말 기가 막히게 맞아서 비까지 흥건히 내리고 아예 눈가루까지 뿌립니다.
에구, 이제는 진짜 틀렸구나 완전 포기를 하고 꿩 대신 닭이라고 삼각산의 가장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인수
봉을 가장 멋있게 가까이서 볼 수 잇는 영봉에 다시 한번 가보려고 마음을 바꿉니다.
그런데 같이 가기로 한 처음처럼님은 처음처럼이란 닉처럼 처음부터 줄기차게 기상조건이 별로 안 좋으니 다
음을 기약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 리더격인 잘생긴 강냉이님이 산행약속을 많이 해본 사람답게 약속을 잡아놓았으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무조건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전에 인지한 정보로는 불곡산은 능선길의 삼분의 이가 암릉길이라 비가 온 날은 미끄러워서 다리라도 삐긋
하면은 괜히 아니 간만 못하거든요.
그래서 웬만하면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자고 했더니 일단 갔다가 정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우회를 하면은 된
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이미 영봉에 반쯤 가 있던 마음이 순식간에 되돌아옵니다. 마음을 바꾸니 계절의 여신님이
또한 갸륵하다고 여기셨나요.
토요일 오전 11시쯤까지만 해도 그렇게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니 오후 들어서는 해가 쨍 납니다. 집에서 조
금 먼 거리라 기상상황이 정 나쁘면 나중을 기약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더 망설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무
조건 출발을 하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우리 집인 강북구 수유리에서 경기도 양주 불곡산을 가려면은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창동역에 내려서 국철1
호선을 갈아타고 가능역(구 의정부북부역)에서 내린 다음 길을 건너서 32번 버스를 타고 대교아파트 앞에
서 하차를 해야합니다.
그런데 출발 날 아침이 되자 처음처럼님의 애교에 넘어간 리더(강냉이님)가 차의 시동을 걸어놓고 대기중입
니다. 덕분에 저도 편하게 오고 가게 생겼습니다. 출발하면서 시계를 보니 9시 8분입니다.
바깥의 기온은 영하 4도라고 하는데 따뜻한 차안에서 보는 차창 밖의 햇살은 따스하게 보입니다. 도봉구 방학
동, 도봉동을 지나면서 산을 쳐다보니까 잔설이 희끗희끗한 도봉산의 만장봉과 선인봉, 그리고 크고 작은 바위
와 봉우리들이 산에 가는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의정부 시내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북쪽으로 계속 가면은 양주시청 4거리가 나타납니다. 차는 양주시청 주
차장에다 세워 두고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32번 버스를 탔습니다
산행 들머리인 대교아파트에 차를 주차시키지 않고 양주시청주차장에서 주차시킨 것은 오늘의 산행은 대교
아파트를 들머리로 해서 양주시청으로 날머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몇 시간 산을 타다보면은 하산 길은 지쳐있기 십상인데 내려오자마자 바로 앞에 차가 대기하고 있다면 힘
든 몸을 더 편히 쉴 수 있겠지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