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기도
철원문학기행은 신의 가호 아래 무탈하게 잘 다녀왔다.
집행부가 아닌 다른 회원이나 제 3자에게 물어봐도 잘 다녀왔다고 답할 것이다.
주렁주렁 올망졸망 짐을 싸들고 5시가 넘어 집에 도착해 11층 아내를 불렀다.
-네! 잘 다녀오셨어요.
-그럼, 빨리 짐가지려 내려오라구!
기다렸다는 듯이 내려와 짐꾼처럼 들고 올라간다.
-휴---무거워? 아니요.
이제 마음이 놓였는지 불안의 늪을 벗어난 듯 길게 한숨을 토한다. 여유롭다.
그 분은 잘 다녀오셨나요?
그 분?
그 분이 누구일까?
-나 말고 어느회원? 사무국장? 전 회장? 월하덕님?
예전에 강원수필문학행사 때 잘 따라 다녀 웬만한 분들은 익히 아는 아내는 계속 도리질을 한다.
아! J국광님 그분은 불참이셔-아니라고? 그럼 최 고문? 잘 다녀오셨지,박 회장님은 해외여행 중인데 누구? 계속 아내는 아니라고 한다. 누구일까? 그 분-. J희자님? 바쁘셔서 못갔지,아 거동이 불편하신 운암? 멋지게 다녀오셨지-
계속 아내는 아니라고 하더니 한 입에 토한다..
J님-.
-그럼, 가던 날도 제 일착으로 만남의 숲에 나와 기다리셨고, 오늘 새벽도 학마을 저수지까지 산책을 한시간이나 하신 분-꿈갈무리란 멋진 수필도 발표하셨어, 그런데 왜???
-그분을 위해 화살기도를 이틀간 계속했어요.
-화살기도?
하느님에게 순간적으로 느끼는 정과 바라는 생각을 바치는 기도를 우린 화살기도라고 한다.
참으로 중대한 어느 신자의 기원을 돕는 적극적인 행위를 아내가 한 것이다.
까맣게 잊은 출발 전날이 기억된다.
-아뿔싸!!
깜빡 잊었던 떠나기 전 준비과정이 떠오른다.
38명 여행자 보험-. 현대해상에 있는 제자가 전화가 왔다.
0세-80세까지가 여행자 보험 가입연령인데요?
아-. 그래? 어떻게 안될까? 한분 J
지난 6/10 춘주문창반에 가서 지도교사 해외부재로 두시간 뗌빵을 한 적이 있다.
그 때도 나는 문장구성의 4요소를 강조했다.
-간결, 평이,정밀, 솔직'
그 예시로 鄭木一의 나무향기와 J갑녀님 이름은 감추고 익명으로 꿈갈무리를 낭송한 적이 있다.
수업이 끝나고 너무 기뻐하시는 작가 J갑녀님-.그러시더니 갑자기 인상이 구겨지신다.
-회장님! 85세는 사람도 아닌가 봐요!
-아니 무슨 말씀을?
-여행자 보험에서 나에겐 손사레를 치니 이 노릇을 ㅎ
-걱정 마세요. 저희는 절대 아닐 거예요. 제자한테 단단히 얘기해 놓을게요.
호언장담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현대해상에서 J갑녀는 제외라고 득달같이 연락이 온 것이다.
떠나는 날 아내 역시 혹시 모를 불안감에 걱정을 한다.
-걱정마, 설마 여행가서 큰일이야 나겠어,우리 강원수필은 어떤 단체인데-.
역사와 전통이 있는데 -. 똘똘 뭉쳐 잘 헤쳐 나갈테니 걱정을 말아ㅎ 방정맞게-
-J님껜 연락 마세요.
결론적으로 제일 멋지게 다녀오신 분이 누구인가? J갑녀님이 아니던가!
간밤에 아내가 이실직고 한다. 떠나는 날부터 방금 도착까지 기도했다고, 화살기도- !
기도? 왜 꿀보다 할배에서 이순재도 보험이 거부되었음을 상기시킨다.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여행자 보험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2004년 인도 쓰나미 이후 보험금 지급이 난리란다. 수혜자에 대한 여행자의 타산으로 가입이 여간 쉽지 않다고 한다.
-휴-. 무사히 잘 다녀온 것이 신의 뜻이 분명하네!
-11만 5천원 보험료!
집에서 궁시렁 거리는 줄만 알았던 아내가 이런 숨은 노력이 있다니 감격이었다.
그래, 고맙네, 음우의 덕이라고 해, 내일 당신이 선호하는 우두산 아래 뼈다귀 해장국을 쏘리라.
큰짐 하나 벗어놓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한 어제였다.(끝)
첫댓글 정갑녀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대단하신 분의 기를 모두 받읍시다.ㅎㅎ
감동 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모님의 기도!
기도의 힘이었군요. 감사합니다.
너무고맙더라고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