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봉준호 감독이 괴물을 만들기 시작했을때 그 중심에는
가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죠 네 괴물은 가족이 주인공인 영화입니다.
당연히 사건의 중심에는 가족이 존재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도 역시 가족이죠
괴물에선 밑에 어떤 분이 말씀하셨 듯이 경찰이나 군인같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집단과 의사나 언론인 들은 별로 하는 일도 없어보이고 이중 몇몇의 캐릭터는
바보스럽게 보여지는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선 이들은
바이러스가 침투했다는 가정하에서 행동하는 것이고 그 중심에는 미군이라는
권력집단이 존재하며 이들이 국내의 모든 것을 통제합니다. 소독약을 뿌려대는
사람이나 어떻게든 송강호에게서 바이러스를 발견해 내려는 의사나 무례한 경찰에
이르기까지 미군이라는 권력에 의해 통제당하고 있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군은 정말 실제로 그러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겠는가
라고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으나 최근 언론을 통해 자주 보도되는 이스라엘과
미국간의 편협한 관계나 예전의 이라크에게 가한 공습만 보더라도 미국(넓게는 권력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일반의 것들)이 가진 권력의 힘(특히 그것이 자신의 이해에 관계되었을때)
이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죠 영화내에서는 은유적으로 포름알데이드의 방류
로 인한 돌연변이 괴물과 그것이 유포시켰을지도 모르는 바이러스라는 다소 현실감 없는 가
정하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거리감이 느껴질런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상상력을 기울여보면
민주주의 세력에 장애가 되는 후세인과 미국의 침략 정당화라는 공식이 성립할 수도 있습니
다. 어떠한 긴박한 상황하에서는 저렇게 말도 안되어 보이는 일들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서 세부적으로 한가지를 이야기 하자면 밑에 어떤 분이
소독약 장면을 이야기 하시면서 공산주의 국가냐고 말씀하셨는데 영화상에서
괴물 바이러스는 굉장히 치명적이죠 그렇다고 백신이 있는것도 아니고 소독을 한다고
해서 사라질런지 알지도 못합니다. 그 정도의 위험한 바이러스가 게다가 인간의
기침만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는 공식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통제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옆사람이 기침을 심하게할 경우에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예전에 있었던 조류독감을 떠올려 봅시다. 그 사태가 벌어지기 전과 후의
닭에 대한 수요의 극심한 차이는 무엇을 말할까요? 이것도 어찌보면 일종의 코미디 아닐까
요? 사건이 언론에 소개되기 얼마전까지 잘만먹던 사람들이 그 이후론 집에서건 밖에
서건 닭먹기를 꺼려한 이같은 행위는 괴물에서 사람들이 옆사람에게 바이러스의 공포를 느끼
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그 주체가 닭에서 인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다를 뿐이죠 이러한 상황하에서 국가가 개인에게 행하는 통제에 대해 나름대로 잘
묘사해 놓은 소설 중에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책도 있는데 한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주제 사마라구의 작품인데 여기에선 눈이 멀어버리는 전염병이라는
소재가 등장하죠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로 괴물과 유사한 국가의 통제 장면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다시 괴물로 돌아가서 미군의 통제와 괴물이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의
믿음 그리고 지하도로 은밀한 이동을 한다는 점은 또한 괴물을 쉽게 처리하지 못하게 하는
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송강호의 가족이야 가족의 일원인 현서를 구하겠다는 일념하에
죽음까지 불사하며 나설 수 있는 것이고 공권력에 의지하려고 시도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죠
그러나 공권력을 영화상에서 나타나듯이 미국의 통제하에 오로지 바이러스에만 집중해
있기 때문에 당장 괴물 자체가 시급한 문제는 아닙니다. 바이러스부터 우선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괴물은 오히려 필요한 존재죠(여기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말씀드리자면
영화상에서 바이러스는 치료의 수단이 아닌 미군의 채취의 대상으로서 일급 비밀입니다.)
반면에 송강호의 가족은 현서가 살아있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진
않을것이란 것을 알기에 한시가 급한 상황이죠 따라서 미군이나 정부가 능력이 없어서
괴물을 죽이지 못했다기 보단 죽여야할 필연성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것이고 송강호의 가족
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것 보다 강력한 계기가 생기는 셈이죠
마지막 장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론 괴물에게
붙은 불의 CG를 제외하고는 전개상 결말이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어쩌면 마지막 장면
은 상당히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미군이 살포하는 소독약과 역시 미군이 방류한
포름알데이드에 의해 기형이 된 괴물 그 괴물에 의해 딸을 잃은 송강호와 그의 가족의
사투 장면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포괄적으로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군이 뿌려대는 소독약은 괴물과 송강호의 가족 모두에게 독이되고 그 안에서 싸우는
것은 결국은 큰 의미에서 모두들 피해자인 셈이죠 괴물을 죽인것은 송강호일진 몰라도
언론에선 바이러스는 본래 없었다 라는 뉴스만 흘러나오고 영화 초반에 바이러스에
의해 죽은 걸로 나오는 미군만큼도 송강호는 영웅이 아닙니다. 송강호는 딸과 함께
괴물의 뱃속에서 나온(그러나 생명이 붙어있는) 아이와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한강에서
과자나 음료수 나부랭이를 팔며 지낼 것이고 눈 내리는 가운데 고독하게 서있는 간이 가게
는 외롭고 쓸쓸하지만 가로등 밑에서 뚜렷하게 빛나고 있죠 봉준호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여기에서 가장 뚜렷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처음부터 안티히어로를 목표로
하고 있었고 평범하고 모자르게 보이는 사람들이 인류의 평화나 외계인의 침략의 저지와 같
이 원대하고 커다란 목표가 아니라 하더라도 가족의 구원이라는 소박한 목표만으로도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를 나타내려 하는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얼핏 보기에
나약함 때문에 쉽게 무너져 버릴 듯한 그들이지만 한편으론 계속해서 꿋꿋이 견뎌내리라는
것을 말이죠
조금 다른 입장에서 괴물을 바라본다면 아무래도 소재가 괴물인
만큼 괴물 영화를 가장 잘 만드는 헐리웃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에일리언이나 주라기 공원 등과 같은 영화들도
괴물을 비판하시는 분들이 말씀하시는 문제점들을 똑같이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에일리언 같은 경우는 언제나 여전사 시고니 위버가 모든 것을 해결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강인한 육체와는 달리 여자보다 더욱 나약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으며 시고니 위버와 함께 하는 동안 결국은 죽게됩니다. 이 영화에서도
에일리언을 이용하려는 집단이 존재하며 그들은 언제나 사악하게 느껴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기존의 남성중심의 영웅주의를 탈피한 영화로서
페미니즘 영화라고까지 불리며 호평을 받습니다. 여성의 강인함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만 왜 이런식으로 다른 캐릭터를 나약하고 보잘것 없이 만들었을까요?
괴물은 왜 가족을 중심으로 놓고 권력은 이들은 방해하는 요소로 배치해 놓은 것일까요?
에일리언이나 괴물이나 어떤 중심적인 관점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슈퍼맨이나 엑스맨 같은 영화에서 일반 사람들이 파리나 개미와 같이
보잘 것 없게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 영화에선 슈퍼맨과 엑스맨의 관점이
존재하고 그들이 영웅이며 해결사입니다. 반대로 에일리언이나 괴물은
여자와 가족이라는 관점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슈퍼맨이나 엑스맨이 나오는 영화에서
일반인이 그들과 똑같은 능력을 가질 수 없고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에일
리언이나 괴물에선 여성과 가족이 슈퍼맨이나 엑스맨에서 보여지지 않았던 히어로를 표현
하는 것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괴물에서 나오는 가족(중상층이라기 보단 하층민에 가까
운)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들을 위해 하나의 무대를 마련하죠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겁니
다. "배트맨 슈퍼맨과 같이 고급스럽고 완벽한 영웅도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영화는
소외받는 계층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현하지는 못했다. 내가 그것을 해보려 한다.
보편적이지 않다고 내게 말할 사람도 있겠으나 나는 어디까지나 이제껏 보편적이지 않았던
사람들을 가지고 그들의 관점에서 이러이러한 상황하에서 그들의 행동을 상상해 보려 노력
한 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여태까지 존재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개념의 영웅이 등장한
것일 뿐이고 어디까지나 그러한 상황하에서라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괴물이라는 영화가 편협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황이 웃기다 라고는 말할 수 있을
런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괴물은 한국 영화에서 괴물 영화로서 첫발을 내딛은 동시에
새로운 히어로의 창조라는 점에서 또 한발을 내딛은 셈입니다. 그런면에서 괴물은 분명히
한국 영화사에 기념비작으로 남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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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에 대해서(스포일러 존재)
j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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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36
06.07.28 01:5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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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평 잘 읽었습니다. 분명 괴물은 새로운 시도로 잘 만들어진것만은 사실 입니다. 하지만, 그 봉감독의 생각을 얼마나 잘 관객들이 알수 있을까요? 좋은쪽으로 후하게 잘 써주셨지만, 영화에서 너무 많은 것을 말할려고 하는지 긴장감이 중간중간 떨어집니다. 조금 산만하다고 할까요? 물론 연기력 좋은 배우들이 다 커버하지만요^^ 작년부터 기대작이라 관심도 높았고 기대감도 높아서 그런진 몰라도, 좀 아쉽다는 생각은 계속 되더군요.
밑에서 어떤분이..가 다 전데요... 아무리 바이러스던 에이즈던 모든간에... 영결식장에서 소독약 뿌리는건.....진짜 NG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아무리 대단하다고해도 저런일이 진짜로 발생한다고 해도 전 절대 저렇게 될거 같지 않네요.. 그리고 영화는 괜찮았는데요.. 전 저런내용 자체가 불쾌해서요.. 별로 영화가 좋아보이자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