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이번에 특검 가라고 하면 바로 휴직해야죠.”
검찰 근무 경력이 10년이 넘은 한 부부장검사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파견 갈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5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과 상설특검, 올해 2차 종합특검 수사까지 이어지면서 허리급 검사들이 이미 많이 특검에 파견을 다녀왔다”며 “새로 특검이 출범하면 보낼 수 있는 남은 인력 풀도 별로 없을텐데 내게 의향을 물어보면 휴직하거나 사표를 낼 것”이라고 했다.
한 9년차 평검사도 “원하지도 않는데 특검에 끌려가듯이 파견 다녀왔다가 나중에 법왜곡죄로 수사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 검사 옷을 벗는게 낫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에 따라 출범하게 될 특검을 놓고 검찰 내부에선 이처럼 “차라리 그만두겠다”는 격앙된 반응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특검이 검사 30명을 파견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이마저도 채우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사들 사이에선 “당장 조작기소라고 의심할 새로운 증거가 일부 진술 말고는 없는 셈인데 수사로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국회 조작기소 국정조사특위에서 이종석은 “(쌍방울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앞서 이화영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서도 제기됐고 수원고법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밖에도 ‘연어 술파티 의혹’의 당사자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국조특위에 나와 “술을 마신 적 없다”고 증언했다.
3대 특검에서 근무했던 특별수사관 출신 변호사는 “당장 조작기소 의혹의 단서가 분명치 않은데 결론을 내야 하는 부담감에 시달릴 것”이라고 했다.
반부패 수사경력이 있는 20년차 차장검사는 “최근 미제 사건이 폭증하다보니 검사 1명 당 500건 씩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 ‘차라리 특검에 파견가고 싶다’는 의견이 있긴 했다”면서도 “조작기소 특검은 오히려 경력에 발목이 잡힐 수 있어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진보 성향인 정의당에 이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조차 “위헌 소지가 있다”며 특검법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특검 및 특검보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장검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정치 성향을 떠나 법조인으로서 자기 이름과 경력을 걸고 공소취소까지 감행할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