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하나로 온 아시아가 떠들썩한 느낌이다. 실제로 지난 12월 초, 일본에 출장을 갔을 때 하루 전날 일본에 온 ‘욘사마’(배용준씨의 일본식 애칭)는 일본의 매스 미디어를 흔들고 있었고 가는 곳마다 ‘욘사마’는 화제였다. 일본 국회의원들을 만나도 단연 화제는 ‘욘사마’와 ‘겨울소나타’(겨울연가의 일본식 제목)였다.
대중문화의 힘과 그 문화를 이끄는 스타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의 분위기였다.
나는 배용준씨가 요즘만큼 유명해지기 전에 한 번인가를 만났던 것 같다. 그러나 잘 생기고, 얼굴이 희고, 겸손하고…. 그런 기억이 있을 뿐이다.
배용준씨는 알아도 ‘이종만’씨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나이가 좀 든 세대의 분들은 아시는 분이 많을 터이지만. 탤런트이다. 키가 아주 크고 웃으면 하회탈 같은 표정을 짓는 분이다. 내가 알기로는 아마 키가 너무 커서(1미터 90센티미터가 넘을 듯…) 장신이 드물던 시대라서 배역이 자주 주어지지 못했던 걸로 알고 있다. 아무튼 배용준씨의 대선배 탤런트 이종만씨!
내가 방송국에서 그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본 것은 꽤 오래된 기억이지만 가끔 그를 떠올리며 부끄러운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어느 날 녹화를 하다가 쉬는 짬에 화장실을 갔는데 6척이 넘는 장신인 그가 푸덕푸덕 세수를 하고 있었다. 소변을 마치고 세면대 앞으로 와 보니 그는 다시 물을 틀어 비누질을 하고 있었다. 마치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 씻고 나서도 또 씻으려는 것처럼. 그러나 ….
비누 거품이 잔뜩 묻은 손으로 그는 화장실 세면기를 닦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잠시 멍하니 서서 드물게 아니, 처음 보는 그의 행동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물어 보았다.
“뭐 하세요?”
“아, 허허허…. 내가 더럽게 썼으니까 씻어 놔야 다음 사람이, 허허허….”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 하실 텐데요….”
“에이, 그냥요….”
“…….”
“남들이 쓴 다음에 내가 쓰려면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쓴 다음에도 그럴 거니까…. 허허허….”
나는 빙긋이 웃어 보이는 것으로 더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때 본 그 사람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그 후 ‘적어도’ 내 집에서는 내가 세면기를 쓴 다음에는 비누질로 닦거나 최소한 샤워기로 씻어내기를 잊지 않는다. 그 전에 내가 그랬던 것은 의미가 없다. 이종만씨를 따라서 한다는 생각인데도 기분이 상쾌하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공중 세면장에서는 깨끗하게 사용하려는 것만으로 겨우 예의를 갖춘다.
인기 순위에서는 높은 위치를 차지한 적이 없었던 그이지만 적어도 그의 마음과 행동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렇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정채봉(고인이 되신) 시인의 ‘그대 뒷모습’이라는 수필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탤런트 이종만씨의 뒷모습을 본 사람이 됐다.
그가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하면 친지 외엔 그 아무도 요란스럽게 환영할 사람이 없을지 모르고, 일본 현지의 언론에 한 줄의 보도도 없을 지라도 나는 그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몇 사람 중에 하나로 꼽을 것이다.
이런 배우, 탤런트들은 왜 브라운관에서 자주 볼 수 없을까?
새해에는 여러분이 좀더 ‘맑고 향기롭게’ 사시기를…. 물론 나부터!
첫댓글 안냐세여........반가워여........즐거운날 되시고 행복하세여..... 나무아미타블
아~ 이종만씨가 그런 분이셨군요~~~~!! 감동적입니다....()()()....
앞모습도 예쁘면 좋지만 그보다 뒷모습이 더 예뻐야한다 라는 진실을 생각해 냈습니다..이종만씨 티비에서 보면 박수 칠래요
모이님,강물님, 장신행님 그리고 문수님들 '관수세심(觀水洗心)'하소서! 그리고 성불하소서! ()
그분도 지금은 세월의 물결에.................................^^..
혜력화님,무심세월 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또 봄! ㅎㅎ 축제의 봄 되소서!(약손과치유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