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며, 개인적인 해석에 불과하므로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갈량의 1차 북벌, 사마의는 가정 전투에서 마속이라는 등산객 한 명을 쳐부수고 제갈량의 성으로 공격을 갑니다.
위기에 처한 제갈량은 텅 빈 성에서 성문을 활짝 연 다음 성문 위에 앉아 태연하게 금(琴)을 타는 공성계를 씁니다.
실제 사마의는 제갈량의 유인책이라 착각하고 퇴각해야 하지만, 드라마 주인공 쓰마이는 이미 공성계를 눈치챈 상황.
그리고 쓰마이의 상상 속에서 금을 타는 제갈량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상상 속의) 제갈량은, 쓰마이가 제갈량을 죽이면 너무 큰 공을 세우게 되므로 토사구팽당할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견뎌내고, 자신도 제갈량 못지않은 충의지사로서 위나라의 적 제갈량을 죽이겠다는 쓰마이.

그 순간 (현실에서) 제갈량이 연주하던 금의 현이 끊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지고,

뭔가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한 쓰마이는, 수비병이 없는 빈 성임을 알면서도 철수를 명령합니다.
책임을 추궁하는 장합에게 "매복이 있었을 것임"이라면서 둘러대지만, 아무튼 빈 성이었음이 밝혀지게 되지요.
다시 장면이 바뀌어 상상 속에서의 제갈량과의 대화씬.
제갈량은 쓰마이 아들들의 처지까지 거론하면서 쓰마이를 당황시키지만,

그래도 흔들리지 않는 쓰마이.

평생의 포부, 평생의 영광, 일생을 바쳐 위대한 업적을 남기길 바란다는 쓰마이.
그 결과가 자신의 죽음일지라도, 제갈량을 잡아 대업을 성사하겠다고 외치며 (상상 속에서) 제갈량을 베려는 순간,

상상 속의 제갈량은 그것을 부정하면서, 늙은 쓰마이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자신이 바라는 것은 일생을 바쳐 업적을 달성해내는 것이 아니라, '일생을 바치는 것 그 자체'라는 늙은 쓰마이.

"바라는 것은, 시간이오."

갑옷을 입고 있던 쓰마이는, 젊은 시절의 쓰마이가 되어 늙은 쓰마이의 곁에 무릎 꿇고 앉아 눈물을 흘립니다.
공성계를 읽어낸 쓰마이의 주인공 보정을 살리면서도, 쓰마이가 굳이 제갈량을 살려보내는 개연성을 잡고,
또한 쓰마이가 견지한 삶의 자세를 한 마디로 드러내면서,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되새기곤 하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해내겠다'는 흔한 각오들의 안티테제가 됩니다.
대업을 이루는 것이 일생을 끝내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 대업의 기회를 저버리고 내가 바칠 수 있는 일생을 남기는 것.
이건 좀 미친 드라마 아닙니까. 반칙이라니까요 글쎄.
첫댓글 이 드라마는 띵작입니다...갓띵작...
이번 시즌 예고편만 보고 조예나 제갈량이 뭔가 포스가 후달려서 불안해했는데, 조예도 제갈량도 생각보다 연기력이 굉장히 출중하기도 하고,
지난 시즌 후반부의 조비 시대 스토리가 영 아니어서 불안해했는데, 사마의가 조비의 총애를 얻어 성장한 결과 조정의 중심인물이 되어 조예의 견제를 받는 흐름도 자연스러워졌고,
장춘화 곽조 백령균처럼 자꾸 스토리 진행의 집중력을 흐트리던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자취를 감춰서 서사의 밀도가 확 올라갔고... 제대로 띵작입니다.
띵하오 띵작
조예 연기가 아주 좋아요 어제 사마의한테 경고비슷하게 하는데 겁많은건 괜찮은데 겁대가리 상실하는놈들이 문제라고 사마의보고 밥그릇 잘 챙기라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