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PT
석야 신웅순
종합건강진단 결과가 나왔다.
딸한테 전화가 왔다.
딸은 취조하듯 묻고 지엄마는 취조 받듯 대답한다.
엄마가 걱정이 되는지 둘 다 나오라고 몰아친다.
아내는 저녁 준비로 가기가 곤란한 모양이다.
“여보, 딸이 오라하니 따라 나섭시다.”
딸이 휘트니스 센터로 데리고 간다.
나이 들수록 근육운동과 유산소운동을 해야한다며 둘 다 10회 분 피티 티켓을 끊어주었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비싸 선뜻 마음을 내지 못하고 있었던 터였다.
전번에도 나를 임플란트 하라고 치과로 끌고 간 적이 있었다.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 망설이고 있었는데 딸이 앞으로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바로 등록해주었다. 지엄마는 또 딸 걱정이다.
나이 들면 건강이 제일이다. 뼈저리게 느끼는 요즈음이다. 죽을 병이 아니라면 운동에의 투자는 언제나 두 번째이다. 나중에 병원비가 더 드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알면서도 돈 몇 푼 없어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먹거리도 터무니없이 비싸 연금 없는 어른들은 살기가 참으로 팍팍하다. 그래서 요새 노인들은 헤드렛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이 들어 허리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나는 젊었을 적 헬스를 하다 허리를 다친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 매일 요가와 걷기운동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내게 피티를 권했다. 생각해보고 있던 참이었는데 마침 딸이 티켓을 끊어주었다. 운동 전문가의 1:1 맞춤형 지도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주위에 있는 친구들이 간다. 아프다가 간다. 내가 제일 싫어는 글자가 있다. 생로병사 중‘병’자이다. 누구나다‘생로사’하기를 원한다. 생자필멸을 누가 어길 수 있으랴. 천백년 살 것 같이 세상사 아귀다툼을 보노라면 마음이 편치 않다. 권력이 무엇이고 욕심이 무엇인지 글을 쓰면서 되돌아보게 한다. 나는 욕심을 내려놓는 법을 글한테서 배우고 있다. 잘 쓰진 못하지만 글을 쓰면 자연 반성하게 되고 마음도 같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글을 쓴다. 내게 글은 나를 잘 들어주는 참 고마운 친구이다.
딸이 임플란트를 하게 해주었고 건강하도록 피티를 하게 해주었다. 걔인들 어디 살기가 풍족하랴만 부모의 건강을 위해 보험을 들어주니 그저 고맙기만 하다.
인생은 서역길의 하룻밤 여관. 사는 날까지 아프지 않고 사는 것, 이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2024. 6.29. 석야 신웅순의 서재, 여여재.
첫댓글 아들 넘은 덤덤하게 울타리가 되어 주고
딸은 수시로 안부 묻고 작은 것, 큰것 다 챙겨 주는 살림꾼인 것이
나이 든 우리들 부부에게는 참으로 큰 복입니다.
그렇습니다.
딸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우리집 보물입니다.
찾아주셔 감사합니다.
여름 잘 건너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