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출처 : https://www.facebook.com/mingaph.seojeong/posts/940121136072988
(제가 페북을 하지 않아서 서정민갑님의 허락을 구하지 못하고 출처만 명기하고 옮겨왔습니다만, 문제가 된다면 지우겠습니다.)
연말에 가장 가고 싶은 공연을 골라달라는 부탁을 받고 내가 선택한 공연은 허클베리 핀의 Yellow Concert였다. 부탁보다 길게 써서 줄어든 추천 글의 원문도 읽어보시고 기사 속 다른 평론가들의 추천글도 읽어보시면서 연말 공연들과 함께 따뜻한 시간 보내시길.
"밴드 허클베리 핀은 2004년부터 매년 연말이면 옐로우 콘서트라는 이름의 공연을 열어왔다. 그게 올해로 11번째이다. 언젠가부터 허클베리 핀의 팬이 된 나는 언젠가부터인지 모르게 늘 옐로우 콘서트에 가곤 했다. 매년 연말이면 늘상 열렸던 옐로우 콘서트이지만 공연은 늘 달랐다. 무대 위의 멤버들이 조금씩 달라졌고, 연주되는 곡들도 늘 달랐다. 내가 동행했던 사람 역시 매번 달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쨌든 매년 연말이면 옐로우콘서트가 열렸다. 옐로우 콘서트에서는 그 해 새롭게 발표된 곡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되기도 했고,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신곡이 미리 연주되기도 했다. 그리고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들려주는 대표곡들이 있었다. 나는 그 노래들을 따라 부르며 이렇게 다시 한 해가 간다는 것을 절감했고 노래 속에서 지난 일 년을 돌이켜보곤 했다. 시간은 늘 빨리 흘러갔고 나는 계속 달라졌지만 허클베리 핀의 공연과 노래는 변함없이 곁에 있어 참 좋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옐로우 콘서트에서 음악이 내게 스며드는 것을 느꼈고, 허클베리 핀의 음악은 내 가슴을 조금 더 뜨겁게 한다는 것을, 때로는 나를 쩔쩔매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곡은 많이 좋았고, 어떤 곡은 조금 무심하게 흘려듣기도 했지만 연말이면 똑같은 공연이 열리고 이미 알고 있는 곡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너무 빨리 변했고 어떤 이들은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으며 우리 가운데 누구도 어제의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해 옐로우콘서트는 끝내 열리지 못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고 그 사정을 알았던 나는 늘 조마조마하고 애틋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 허클베리 핀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옐로우콘서트를 한다고 했을 때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2년만에 열리는 옐로우 콘서트에 가면 오랜만에 만나는 멤버들에게 꼭 말할 생각이다. 앞으로는 절대로 빠지지 말고 옐로우 콘서트를 열어달라고, 내가 늘 함께 하겠다고, 우리 그렇게 함께 늙어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