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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fmkorea.com/7527146366
초등학교 수학만 배웠어도 0으로 나누면 안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당연한 얘기를 굳이 하려는 까닭은, 제가 예전에 봤던 댓글 하나 때문인데....
0으로 나누기가 정의되는 체계를 만들면 되잖아?라는 발상의 댓글입니다.
물론 댓글의 주장은 완전히 틀렸지만, 단순히 비웃고 지나갈만한 씹소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온갖 수학체계를 가지고 노는 수학자들도 0으로 나누기만큼은 하려들지 않거든요.
(관련글: https://www.fmkorea.com/5105380806)
예시를 들자면, 실수집합에 무한소와 무한대를 추가한 초실수에서도 0으로 나누기만큼은 불가능하거든요.
이번 글의 주제는 '왜 수학자들은 0으로 나누기를 도입할 생각이 없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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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시작하기 전에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몇가지 용어를 소개할게요. 외울필요는 없고, 읽다가 확인하는 용도로 쓰시면 됩니다.
- 항등원: 주어진 연산에 대해 언제나 자기자신이 나오게 하는 숫자입니다.
(예시: 덧셈의 항등원은 0입니다. X + 0 = 0 + X = X )
(예시: 곱셈의 항등원은 1입니다. X * 1 = 1 * X = X )
- 역원: 주어진 연산에 대해 항등원이 나오게 하는 숫자입니다.
(예시: 덧셈에서 X의 역원은 -X입니다. X + (-X) = (-X) + X = X )
(예시: 곱셈에서 X의 역원은 X-1입니다. X * X-1 = X-1 * X = 1 )
- 교환법칙, 결합법칙, 분배법칙: 초/중학교에서 배우기도 하고, 아래에서 다시 나올테니 설명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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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수의 사칙연산을 정확히 알아보자
우리의 목적은실수에서 0으로 나누기가 왜 불가능한지, 어떻게 해야 정의할 수 있을지를 이해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사칙연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어떤 규칙을 따르고 있는지를 알아야해요.
실수에서 사칙연산은 아래의 10가지 규칙을 따릅니다.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이 10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체계를 수학에서는 체(field)라고 불러요.
(그래서 사칙연산이 주어진 실수집합을 실수체라고도 부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 위의 10가지 규칙중에 뺄셈과 나눗셈이라는 단어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
사칙연산이라고 써있지만 덧셈과 곱셈만 정의되어있어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규칙 4,9번 덕택에 뺄셈과 나눗셈을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예시: 2에다가 -3을 더하면 2 - 3 이라는 뺄셈이 됩니다.
예시: 5에 4-1 을 곱하면 5 / 4 라는 나눗셈이 됩니다
또한, 0의 역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규칙은 명시되어 않지만,
체의 10가지 규칙을 사용하면 유도할 수 있으니 문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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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으로 나누기를 정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위에서 언급한대로 체의 10가지 규칙이 있는 한 0으로 나누기는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10가지 규칙 중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0으로 나누기를 정의할 수 있다는 뜻.
(조건을 삭제하거나, 완화시켜야 한다는 거죠)
실수집합의 체로서의 성질을 포기하고, 10가지 규칙중에 몇가지를 지워서 새로운 수체계를 찾으면 되는거잖아?
맞아요. 그리고 이런 발상은 수학적으로 아주 자연스러운 접근이랍니다.
문제는 0으로 나누기에 있어서만큼은 이게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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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으로 나누기를 도입해보자
(분량이 좀 많으니 시간이 없으시면 일단 4.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0으로 나누기의 의미를 다르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물론 기존의 실수체에서는 이런 x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죠.
그러니 위에서 설명했듯이 10가지 규칙중에 일부를 포기해야겠죠?
다시 말해, 덧셈과 곱셈을 포함하면서 조건이 더 적은 체계를 찾아봅시다
3-1. 곱셈의 역원 포기
수학과 학부과정에서 대수학을 수강하면, 덧셈과 곱셈을 포함하는 가장 기본적인 구조를 배우게 됩니다.
바로 환(ring)입니다.
환에서는 9번 규칙인 곱셈에 대한 역원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있는 나눗셈이 정의되지 않습니다.
(6번 곱셈의 교환법칙은 성립할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환과 체의 관계는 위 그림과 같습니다.
조건이 더 널널해졌으니까, 환은 체를 포함하게 됩니다.
환의 구체적인 예시를 들자면...
위의 그림과 같은 시계가 있습니다. (시각은 정수값만 가능하다고 가정)
시계에 대해 환의 조건을 확인해보면, 전부 만족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환에서 0으로 나누기를 정의할 수 있느냐? 안됩니다.
환에서도 항상 0 * X = X * 0 = 0이라서 0으로 나누기를 정의할 수 없습니다.
3-2. 덧셈의 역원 포기
환에서 조건을 더 없애서 만들 수 있는 구조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반환(semiring)입니다.
반환은 환에서 덧셈의 역원을 포기하면 만들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반환의 예시로는 0을 포함한 자연수집합이 있습니다.
이 집합에 덧셈과 곱셈을 해서 확인해보면 반환의 조건을 전부 만족합니다.
그러면 반환에서 0으로 나누기를 정의할 수 있느냐? 역시 안됩니다.
반환에서 덧셈과 곱셈의 분배법칙은 0 * X = X * 0 = 0 을 보장하거든요
(정확하게는 분배법칙과 0 * X = X * 0 = 0이 동치입니다)
3-3. 덧셈과 곱셈의 분배법칙 포기?
이제 우리는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분배법칙을 포기해야 한다는 거죠.
그럼 분배법칙을 없애버리면 되느냐? 이것도 안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덧셈과 곱셈의 분배법칙을 없애버리면 그 구조가 수학적으로 의미없어집니다.
왜 그런지 설명해드릴게요.
위에 나와있는 10가지 규칙 중에서 덧셈과 곱셈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규칙은 10번 분배법칙 뿐입니다.
여기서 분배법칙을 없애버리면 덧셈과 곱셈이 완전히 분리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덧셈만 존재하는 체계와 곱셈만 존재하는 체계로 분리해서 간주해도 전혀 문제가 없어져요.
1개의 연산만 갖는 체계랑 구별할 필요가 없어지니 수학적으로 의미가 없다는거죠.
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덧셈과 곱셈을 연결해주는 법칙을 새로 만들어서 분배법칙을 대체하는 방법을 써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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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론
이전 챕터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0으로 나누기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 곱셈의 역원의 존재성을 포기해야하고
- 덧셈과 곱셈의 분배법칙을 포기해야하고
- 분배법칙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야합니다.
저 3가지를 받아들이면 이제는 0으로 나누기를 정의할 수 있을까요? 드디어 가능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걸 굳이 해야하나요?
나눗셈은 곱셈의 역연산이길 포기해버려서, 우리가 아는 나눗셈과 달라지고,
분배법칙을 포기했으니 덧셈과 곱셈의 의미도 바뀌어버리고,
거기다가 분배법칙을 대체해서 억지로 규칙을 만들어 끼워넣으니 다른 수 체계와 호환이 되지도 않습니다.
이쯤 되면 말이 좋아 '0으로 나누기'지, 성질이 나눗셈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무언가가 바뀌어 있겠죠.
(심지어는 덧셈, 뺄셈, 곱셈까지 죄다 바뀌어있겠죠)
물론, 저 모든 문제점을 넘어설만큼 수학적인 장점을 가진 체계가 있다면 수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체계가 발표된 것 같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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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요약
- 0으로 나누기를 도입하면 나눗셈을 나눗셈이라고 부르기 힘들어진다.
- 0으로 나누기는 도입한 체계는 다른 체계와 거의 호환되지 않는다.
- 0으로 나누기를 도입하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므로 그럴 필요가 없다.
이 글에서 나오는 개념들은 대수학을 공부하면 알게 됩니다.
대수학은 수학과에서 제일 중요한 2가지 과목중의 하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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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답 0
재밋다
가능하단소리하지마 제발
삭제된 댓글 입니다.
0÷어떤수=0 이걸 착각한게 아닐까?
곱셈의 역원부터 이해안가...
왜 x-1이야?
아 ㅅㅂ 저게 위에 붙는거구나 아ㅡㅡ 저기요!!
오 재밌다 ...
정답 부케팔로스
아파..
와 신기하고 재밌다
걍 초딩 개념으로 생각하면 나누기는 빼기를 기반 으로 하니까 8÷2= 8-2-2-2-2=0 이므로 답이 4 이런 원리니까 8÷0= 8-0-0-0-0-0-0-0-0-0-0-0-0-0 •••••• 이라 알 수없음 이걸 고등개념에서 무한대라고 배우는거고
나누기 0을 누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