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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갇힌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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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아뜨리에,.. 애송시 스크랩 항하에 와서 울다 - 혜초의 길 57 / 이승하
동산 추천 0 조회 65 12.11.05 22:3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항하에 와서 울다 - 혜초의 길 / 이승하  

 

 

  우리 낯빛 같다 이 강

  황해만큼 누리끼리한 항하(恒河)*

  이 강에 이르러 그대도 하염없이 울었던가

 

  발원지가 저 멀리 히말라야산맥의 남쪽 어느 기슭이라는데

  그대와 나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한 개의 정자와 한 개의 난자

  한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

  언젠가는 합수하여 바다에 이르는지

  그럼 함께 큰 하나를 이루게 되는지

 

  이곳까지 와보았던가 학승 혜초여

  그때도 강가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 새끼의, 지 어미의 시체를 태우고 있던가

  땔나무를 못 구해 썩어가는 시체에서 풍기는 악취

  구역질을 일으키는데

  시체에서 흘러내리는 시커먼 추깃물

  항하에 흘러들어 정화수 되게 했는지 생명수 되게 했는지

 

  이 물 마시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대 그때 여기 와서 항하 물 마셔보았겠지

  물 속에 들어있는 온갖 썩은 것들이

  그대 마음 정화시켰으리 그대 몸 장수케 했으리

  나 이 강에서 죄업 씻듯 몸 씻고 싶었지만

  더럽다는 생각이 석고상 되게 해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스무 살의 혜초여

  항시 그런 이 강가에 와서 무엇을 생각했는가

  목숨이란 결국 양수에 담겨 있다가 추깃물로 바뀌는 것

  빗방울 같은 낱낱의 목숨들 모여 강을 이루고

  흐르고 흘러 가장 큰 무덤인 바다로 휩쓸려 들어가는 것

  강으로 예배하러 가던 이들

  무소나 호랑이들한테 해코지를 당하기도 했던 것처럼

 

  우리 등판 같다 이 강

  시간인 양 침묵하며 흐르는 항하

  이 강에 이르러 그대도 하염없이 울었으리

 

 

 

 

   * 갠지스 강의 한역 명. 아래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에서

      항하가 나오는 부분.

 

      "이 탑의 서쪽에 강 하나가 있는데 이라발저(伊羅鉢底, 아이라바티Airavati)

      강이라고 한다. 이 강은 남쪽으로 이천 리를 흘러 항하로 들어간다.

      이 탑의 사방 먼 곳까지도 사람이 살지 않으며 숲은 이천 리를 흘러 항하로

      들어간다. 이 탑의 사방 먼 곳가지도 사람이 살지 않으며 숲은 여지없이

      거칠어졌다. 그래서 거기로 예배하러 가는 자는 무소나 호랑이에게 해를

      입기도 한다."

 

      / 정수일 역주,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도서출판 학고재, 2004, 129쪽. 

 

                               

                                                          

 

 

     

 

      ***************************************************************

 

      시인은 "시간인 양 침묵하며 흐르는 항하"를 바라보면서 죽음의 문제와 아울러

      인간의 실존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하여 혜초를 부른다.

      혜초는 일찍이 당나라로 가서 불도를 배웠고 인도를 비롯해 40여개 국을

      다녔다고 한다.

      시인은 그 혜초가 삶과 죽음에 대한 답을 알려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혜초 역시 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항하에 이르러 울었을 것이므로

      단지 동반자로 삼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그와 같은 자세로 죽음은 관념의 세계가 아니라 "지 새끼의, 지 어미의

      시체를 태우"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 현실적인 세계라는 것을 발견한다.

      추깃물이 강으로 흘러들어 살아 있는 자들의 생명수가 되는 운명도

      인식하고 있다.

 

      ㅡ < 2010 오늘의 좋은 시 >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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