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8개월의 도전, 그리고 1663일 동안 이어진 긴 침묵을 깨고 조건휘(32·SK렌터카)가 프로당구(PBA) 투어 왕좌에 앉았다.
12일 오후 9시 30분에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시즌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조건휘는 임성균(28·하이원리조트)을 세트스코어 4-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세트스코어 3-3의 2:9로 패배까지 단 2점이 남은 최악의 상황에 놓였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조건휘는 극적인 '하이런 9점' 역전타를 성공시키며 11:9로 7세트를 승리하고 19번째 프로당구 챔피언, 그리고 10번째 한국 선수 우승자로 기록됐다.
PBA 출범과 동시에 프로당구 선수로 옷을 갈아입은 조건휘는 당시 두 번째 투어 '신한금융투자 챔피언십' 결승에 올랐다. 당시 결승에서 조건휘는 3년 후배인 신정주(하나카드)와 대결했으나, 아쉽게 져 '국내 1호' 프로 챔피언 타이틀을 놓쳤다.
이후 5시즌 동안 35차례의 투어를 쉬지 않고 달려온 조건휘는 이번 8차 투어에서 무려 1663일 만에 결승에 올라와 패배 직전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미뤘던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조건휘는 원년 시즌에 준우승과 4강, 8강 등 데뷔 이래 최고 성적을 거뒀고, 다음 시즌은 32강에서 3차례 탈락하며 좋지 않았다.
2021-22시즌에 5차 투어에서 준결승에 진출했으나, 주니어 시절에 한솥밥을 먹었던 조재호(NH농협카드)에게 3-2에서 3-3을 허용한 뒤 마지막 7세트에 9:7로 앞서다가 끝내기 4점타를 맞고서 9:11로 역전패를 당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결승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조건휘는 투어 중반에 벌어지는 치열한 승부처를 넘는 것이 숙제였다. 지난 2022-23시즌에도 32강과 16강 등에서 연거푸 탈락했던 조건휘는 이번 시즌에도 32강에서만 4차례 고배를 마셨다.
정상급 선수와의 승부도 징크스처럼 남았다. 개막전에서는 세미 사이그너(휴온스)에게 64강에서 패했고, 4차 투어는 8강까지 올라왔으나 또 조재호에게 발목을 잡혔다.
지난 6차와 7차 투어에서는 32강에서 강민구(블루원리조트)와 조재호에게 패하면서 우승 도전은 막연해 보였다.
그런데 이번 8차 투어는 달랐다. 조건휘는 128강 첫 경기부터 부담스러운 '최연소 선수' 김영원(17)과의 승부였는데, 3-1로 승리를 거두고 64강에 올라왔다.
다음 상대는 5차 투어 32강에서 패했던 고상운. 이번에는 조건휘가 3-0의 완승을 거두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고, 항상 고비였던 32강과 16강에서 각각 '튀르키예 전사'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와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을 3-0으로 제압하며 시즌 첫 8강행에 성공했다.
8강에서는 권혁민에게 먼저 두 세트를 빼앗겨 탈락 위기에 놓였으나, 내리 3연승으로 3-2 역전승을 거두며 2년 1개월 만에 4강을 밟았다.
대회 마지막 날 결승에 앞서 벌어진 준결승에서는 '언더독 신화' 박기호를 상대로 1-2의 열세를 극복하며 4-2로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조건휘는 결승에서 1세트를 6이닝 만에 15:5로 가볍게 승리하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그러나 2세트를 7이닝 만에 6:15, 3세트는 10이닝 만에 5:15로 내주면서 1-2로 역전당했다.
두 세트를 치르는 동안 폼이 떨어졌던 조건휘는 4세트에 다시 살아나 7-5-3 연속타로 15:7 승리를 거두고 2-2 동점을 만들었고, 5세트는 임성균의 1-2-2-7 연속타에 초반부터 6:12로 밀린 끝에 6:15(9이닝)로 패했다.
벼랑 끝에 서게 된 조건휘는 6세트 1이닝에 8점타를 터트리며 기사회생했다. 3이닝까지 10:5로 앞서다가 11:7까지 쫓긴 7이닝에서 끝내기 4점타에 성공하며 15:7로 동점을 만들었다.
마지막 7세트 네 타석 동안 단 2득점에 그친 조건휘는 4이닝에 임성균이 6점타를 터트려 2:9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어졌다.
그런데 임성균의 샷이 충돌이 나면서 득점에 실패한 뒤 받은 난구를 조건휘가 역회전 더블쿠션으로 해결한 뒤 길게 비껴치기와 옆돌리기, 세워치기로 4점을 뽑아 6:9로 따라붙었다.
이어 뒤돌리기와 옆돌리기, 대회전 등으로 9:9 동점을 만든 뒤 기막힌 길게 비껴치기를 성공시키며 매치포인트에 도달했고, 마지막 점수를 다시 길게 비껴치기로 성공시키며 끝내기 9점타에 성공, 11:9로 경기시간 2시간 29분의 혈투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우승 인터뷰에서 조건휘는 "7세트 이런 상황에서 9점을 한 번에 쳤다는 게 너무 기분이 좋다"며 "공 하나하나에만 신경 썼다. 포지션, 디펜스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첫 결승 진출에 아쉽게 우승을 놓친 임성균은 "첫 결승이라 얼떨떨했다.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는데, 마지막 7세트에서 6점을 쳤을 때는 거의 이긴 줄 알았다"며 "건휘 형이 9점을 너무 예술적으로 쳐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조건휘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 1억원을 받아 총 1억9750만원을 기록, 전체 시즌 상금랭킹 12위로 올라섰다. 시즌 상금랭킹은 1억950만원으로 6위로 올라섰다.
임성균은 준우승상금 3400만원을 획득해 전체 시즌 랭킹 24위와 시즌 랭킹 12위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대회 웰뱅 톱랭킹상은 32강전에서 애버리지 3.705을 기록한 박기호가 차지했고, TS샴푸 퍼펙트큐상은 16강전 2세트에서 하이런 15점을 친 권혁민이 받았다.
또한, PBA 투어는 조건휘의 우승으로 5차 투어부터 4회 연속 한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도 작성됐다.
전날 끝난 여자부 LPBA 투어에서는 '캄보디아 당구 영웅'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가 우승하며 통산 7승의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 마지막 9번째 투어는 오는 20일부터 3월 3일까지 프로당구전용경기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출처 : 더빌리어즈 https://www.thebilliards.kr/news/articleView.html?idxno=24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