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영동호회 카페 회원들이 자주 다니는 홍천강 유원지들의 사진들을 보고 집에서 멀지 않으니 가보고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일을 그만둔지 한달만에 야영 여행 첫 시작을 홍천강에서 해보기로 마음 먹고 강 주위 많은 유원지와 야영장 가운데 어디로 갈까 후보지들을 살펴보며 사람이 거의 없는 작고 한가한 곳을 찾다보니 위성지도에서 소매곡리 마을 끝 강변 산 아래 제방 위 화장실이 있는 작은 공터가 눈에 띄였다.
7월 첫날 경기도 양평에서 동쪽 홍천으로 44번 국도를 따라 넘어가는 고개 앞뒤에 친지가 한명씩 있어 같이 가자고했더니 점심을 앞집에서 같이 먹고 가자했다. 12시쯤 도착해 맛있게 밥을 먹고 조금 쉬다 4시에 출발했다.
갈려는 위치를 대강 설명하니 두 사람이 다 어디인지 알겠다 하고 노일강유원지라고 잘 알려진 곳이라며 그들이 탄 차를 따라오라고했다. 산길을 따라 언덕을 넘고 강을 건너 한참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강 유원지로 내려가는 길이 공사 때문에 막혀있어 돌아나와야했다.
내가 봐뒀던 소매곡리를 네비에 치고 한참 가는 길 왼쪽 다리 밑에 깨끗한 모래밭이 보이고 산 아래 흐르는 강 풍경이 좋고 진입로까지 있어 차를 세워두고 내려가보니 이미 놀러온 차가 대여섯대 서있고 화장실과 친절한 수상 안전지킴이가 있다.
그곳에 머물기로하고 주차장 아래 모래밭에 내 큰 텐트를 설치했다. 머리 위 십수미터에 바로 고속도로 다리가 있어 그늘이 져서 한낮 땡볕에도 지낼만하다고 생각됐다. 텐트가 설치되자 야영을 좋아하지 않는 한 사람은 집에 손님이 오기로했다며 가버리고 남은 둘이 바삐 고기를 굽고 내가 집에서 지어온 밥을 꺼내어 저녁밥을 먹었다.
그런데 전부터 만났다하면 술을 있는대로 마시는 사람이긴해도 야외니까 조금 조심하겠지 생각했는데 0.5리터 들이 소주 두병을 챙겨와 한병을 거의 혼자 마시고 취기가 돌아 이미 행동과 말이 비틀거리는데도 두번째 병을 따서 다 마시길 원해 기회를 보아 병을 숨겨버렸다. 잠시 강물에 발을 적시고 십여분 뒤에 돌아왔더니 아직 음식물이 차려진 탁자가 엎어졌는지 줏어담고있어 얼른 치웠다. 그는 점심때에도 이미 적쟎은 술을 마셨었다.
저녁 9시가 지났으니 빨리 침실에 들어가 푹 자면 좋을텐데 안자고 들락거리며 텐트 밖 안락의자에 몇번씩이나 누웠다 일어섰다 하며 쓸데없이 나를 불러됐다.
나도 피곤한데 몆번씩 술을 더 먹고싶다고해서 안된다고 거절하고 그뒤 부르는 소리에 몇번 대답하다 지쳐 침실에 누워 일어나지 않았다. 그럭저럭 밤이 깊어갔고 엎치락뒤치락하다 뒤늦게 잠이 들었다. 자다가 잠시 깨어보니 그도 들어와 자고있었다.
새벽 4시 조금 지나 밖에서 또렷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 귀를 기울였더니 그가 옆에 있는 텐트의 잠 안자고 이야기하며 앉아있는 젊은 남녀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했는지 조금 있으면 도착할거라는 내용이었고 잠시 뒤에 그가 몸이 안좋아서 집에 서둘러 간다고 작별인사를 밖에서 건네고 얼굴도 안보이고 가버렸다.
혼자 남아 조금 더 누워있다 밖에 5시쯤 나오니 날은 밝아있고 사방은 고요하고 안개가 조금 끼어있었다. 도란도란 살아오고 살아갈 이야기,세상사를 논하려던 저녁 촛불 아래 시간은 헛되이 지나갔고 새 아침이 밝았다. 텐트에서 나와 강물에 얼굴을 씻고 아무도 없는 모래밭과 넓고 길게 300미터쯤이어진 돌밭을 거닐었다.
저마다 다른 모양 다른 무늬를 지닌채 수십만개의 돌들이 촘촘히 모래에 놓여 있었다. 어디서 얼마나 오래전에 바위가 되고 그 바위가 쪼개져 물에 구르다가 이렇게 둥근 큰 돌들이 되었을까. 우리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살지만 지구라는 행성의 땅 위에서만 한정되어 모여사는 것과 저 돌들이 수많은 과정을 거쳤겠지만 이 강 모래밭에 실려와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어쩌면 비슷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자리에서 떠나야하는 운명들이기 때문에.
돌이 지니는 무늬와 색이 저마다 다르다. 산책중 처음 눈여겨보고 예쁘고 특이해서 집에 가져갈까말까 여러번 들었다놨다한 돌은 약 10킬로그램쯤 되는데 윗쪽에 약 7센치미터 사이를 두고 하얀 두줄이 둘러져있었고 좀 떨어진 곳에서 본 돌은 노을진 서쪽하늘 모양 윗쪽에 붉은 빛이 감돌았고 또 다른 돌은 점박이 개 달마시안처럼 약 1,2센치미터 크기 점들이 고루 둘러싸있었다. 한가지 색이고 그저 둥그스럼하거나 길고 짧고 통통하거나 납작한 돌들은 수도 없이 널려있다. 그런데 하나도 정확히 같은 것은 없다.
어떤 사람의 눈에 띄는가에 따라 받침대 위에 세워져 수석으로 귀한 대접을 받거나 나 같은 사람이 봤으면 집 꽃밭 경계에 놓여지거나 집짓는 사람이 집어가면 벽 위에 붙여져 집을 튼튼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런데 언제 누구의 눈에 띄고 안 띌지, 본 사람이 그 가치를 알아줄 것인지 여부는 누구도 모른다. 누구의 마음에 들어 어떻게 쓰일지 신경쓰지 않는 것이 편하다. 그저 이 세상에 태어나 한 자리 차지하고 살아있는 것을 만족하게 여기면된다. 저 돌들이 저마다의 특색이 있지만 나 잘났으니 알아달라고 날뛰지 않는 것처럼 주어진 자리를 지키며 큰 물이 나서 멀리 떠내려갈때까지 조용히 있으면 된다. 조용히 있는 것이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지만 여럿이 모여 넓은 돌밭을 이루고 아름다운 강 풍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속으로 다 저 잘난것 같아도 소리내지 말고 주어진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사는 것을 배워 행하는 것이 좋다.
어제는 지난 날이고 새날을 비교적 건강한 몸으로 맞고 자유롭게 다니며 먹고 자는데 큰 부족함이 없으니 이게 바로 축복이고 행복이라 여겨졌다.
텐트로 돌아와 간단히 아침밥을 먹고 서두르지 않고 텐트를 개고 짐을 정리해 차에 싣고 출발하니 10시쯤 되었다.
함께 간 사람과 즐겁게 보내진 못했지만 홍천강 야영 첫 출발에 내게 최고의 장소가 주어진 것과 새벽에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들으며 강변을 삼십분 이상 걸은 것이 좋았다. 다음에는 낚시도구를 챙겨오고 여분 바떼리를 충분하게 가져가 좋아하는 오페라 노래를 오래 들으리라.
마치고 차를 운전해가는 마음이 어제 홍천으로 가는 경계 고갯길을 올라갈때 본 흰구름 조각들이 떠있는 더없이 깨끗하고 파란 하늘처럼 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