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 혐의 김관영·오영훈 불기소 처분, 김관영은 출마 선언
한동훈 전 국힘 대표는 조사도 안하면서 출금
출범 70여일이 된 2차 종합 특검은 여야 정치인들에 대해 완전히 다른 처분을 내렸다. 불기소처분을 내린 김관영(왼쪽부터), 오영훈과 달리 한동훈 전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에는 출국금지를 내렸다.
3대(내란·김건희·해병) 특검이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이 12·3 비상계엄 선포 후 도청과 시·군청 청사를 폐쇄하며 내란에 가담한 혐의(내란 부화수행)로 수사를 받아 온 김관영과 오영훈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8일 밝혔다.
2차 특검이 출범 70여 일만에 내린 첫 처분이다. 김관영은 한 차례 조사한 뒤 1주일 만에, 오영훈은 조사 한 번 하지 않고 특검이 수사를 끝낸 것이다.
특검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김관영은 이날 6·3 전북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2022년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김관영은 지난달 1일 민주당에서 제명돼 무소속 신분이다. 그런 그는 이날 당선되면 민주당으로 복당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오영훈도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해 이번 선거에는 못 나오지만, 민주당 위성곤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었다.
반면 특검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에 개입한 의혹을 수사하겠다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지난달 13일 출국 금지했다. 무소속으로 6·3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전 대표가 북갑 지역에 집을 구했다고 처음 알린 날이었다. 그런데 특검은 지금까지 한 전 대표를 한번도 소환하지 않았다.
특검은 또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을 수사한다며 지난 3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출국 금지해놓고 한 번도 소환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특검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편파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선거 앞두고 민주당 인사엔 길 터주고, 野 인사엔 ‘내란’ 올가미 씌우나?
2차 종합특검은 8일 김관영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김관영은 비상계엄 선포 29분 후 기자 인터뷰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국헌 문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검은 또 “청사 폐쇄와 (계엄에 대비한) 준예산 편성, 35사단 지역 계엄사와의 협조 체제 유지 등 고발된 혐의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오영훈에 대해서도 “내란 특검에서 이미 불기소 결정한 사건이 재고발된 사건”이라며 “고발인 조사 결과 새로운 증거의 소명이 없어 각하 처분했다“고 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누구보다 계엄의 위법성을 강조했고, 그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는데도 특검의 처분은 민주당 인사에 대한 그것과 너무 다르게 진행된다”며 “민주당 인사들은 출마하기 쉽게 수사를 끝내주면서, 야당 인사들은 수사로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다”고 말했다.
특검 수사는 물론 이재명 정부 들어 진행된 각종 검·경 수사와 감찰, 이 정부 차원의 조사 등에서는 불공정, 편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차 특검팀을 이끄는 권창영은 지난달 방첩사령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조사받으러 온 최강욱을 별도로 만났다. 권창영은 이 자리에서 “계엄 세력을 뿌리 뽑으려면 합수부를 만들어 3년은 (수사)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불렀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작년 9월, 비상계엄 당시 청사 폐쇄와 준예산 준비 등 계엄 상황에 대비한 지방자치단체가 있었다는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진상 조사단을 꾸렸다. 민주당 내란특검대응특별위원회가 국민의힘 소속이 단체장을 맡은 서울시와 부산시, 대구시 등을 찍어 감찰하라고 요청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당시 윤호중은 “철저한 진상 규명이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의 재발을 막는 첫걸음이자 국민적 의혹 해소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라며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실제 행안부는 부산시와 대구시, 대전시, 전북도 등 네 곳을 조사했는데, 7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당시 오세훈 시장이 특검에 고발돼 있어 행안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관련 지자체장 측에선 “야당 소속 단체장들에게 ‘내란’ 딱지를 붙여 정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과 종교 단체의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여야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수본은 통일교 측에서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던 민주당 전재수 사건을 지난달 10일 ‘공소권 없음’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전재수는 이 논란이 불거진 뒤 해양수산부 장관을 그만뒀지만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다. 합수본은 전재수가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다음날 그를 무혐의 처리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수본은 반면 신천지가 선거 때마다 국민의힘 당원을 집단 가입해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지난 1월부터 4개월 동안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당사는 물론, 신천지 교회 등 압수수색만 수십 군데를 했고, 관련자는 100명 넘게 불러 조사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야당에는 ‘수사 중’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놓고 떼어주지 않으니까, 수사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