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투수 정찬헌(24)은 올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러나 출발은 좋지 않았다. 끝내기 홈런과 결승 적시타 등을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빈볼 사건(4월20일 대전 한화전)의 중심에 섰고 5경기 출장정지 징계도 받았다. 그러나 5월이 되자 정찬헌은 달라졌다. 셋업맨 역할을 수행하면서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정순주 베이스볼긱 위원이 정찬헌을 만났다. (1편에서 이어집니다)
LG 정찬헌(왼쪽)과 정순주 베이스볼긱 위원
정순주 위원(이하 주) : "제일 친한 선수는 누구에요?"
정찬헌(이하 헌) : "프로에서는 서건창(넥센)과 제일 친해요.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같이 야구했거든요. LG 올 때도 같이 들어왔고. 거의 13~14년을 같이 했네요. (서)건창이를 볼 때마다 재미있어요. 5월 넥센전에 등판했는데, 마침 건창이가 타석에 있었어요.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만난 건 처음이었어요. 재미있었어요. 자주 보면 모르겠는데, 처음 마주하니까. 당시 투 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몸에 맞혔거든요. 그런데 끝나고 연락이 와서 '고맙다. 볼카운트 몰려서 걱정했다'는 거에요. 다음에는 잡아내야죠."
주 : "팀 내에서는 동기들하고 친한가요? 소식 좀 전해주세요."
헌 : "이형종, 이범준과 친하죠. (이)형종이는 투구를 하고 있어요. 아팠고, 힘들게 들어온 만큼 절실한 마음이에요. 그걸 옆에서 느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범준이는 상무를 다녀와서 작년 겨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했는데,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어요. 이제 한창 던지고 있네요. 다들 실력과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자기 몫을 언젠가는 해줄거라 생각해요. 우리 또래들이 많고, 잘해야 리그가 발전되는 것 같아요.(웃음)"
주 : "동기들이 많지 않나봐요."
헌 : "네, 1군에는 정말 몇 없어요. KIA 김선빈과 넥센 선건창 정도? 동기들이 잘해서 다 같이 1군에서 함께 뛰고 좋은 경기를 하고 싶어요. 누구 하나 잘하고, 누구 하나 못하면 주눅들고 눈치가 보이니까. 그런데 저는 신경쓰지 않는 편이에요. 우린 다 친구니까. 동기들 고민도 많이 들어줘요. 서로 필요한 부분을 얘기하고 상담하고.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제안해보고 그러죠. 서로 윈윈을 하려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주 : "4월은 순탄치 않았어요."
헌 : "역시 이 얘기가 빠지면 안되죠.(웃음) 그 일(빈볼 시비)이 있고 나서 엔트리에서 빠졌거든요. 곧 합류 통보를 받았는데, 마침 잠실 한화전에 맞춰서 등록이 되는 거에요. 전화로 하는 것보다는 직접 만나서 인사드리고, 죄송하다고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죠. 정근우(한화) 선배님도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좋은 경험을 했어요."
주 : "늘 보면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아요. 에너자이저처럼. 좋아하는 별명은 뭐에요?"
헌 : "별명은 따로 없는데. 팀 내에서는 '개사자'라고 불려요. 머리가 길면 사자 갈기처럼 막 솟거든요. 마치 숫사자의 갈기처럼.(웃음) 여기에 얼굴이 '원숭이상'이라 개코원숭이에 사자를 합쳐서 '개사자'로 불려요. 형들이 그렇게 불러주니까 친근해요. 별명을 딱히 생각해 본 건 없어요."
주 : "얼굴 표정을 보면 카리스마가 있을 것 같은데."
헌 : "카리스마 없어요. 그냥 무뚝뚝할 뿐이에요. 그래서 그런가 팬들도 많이 안오세요.(웃음) 처음에 LG에 왔을 때 웃지 않고, 무뚝뚝하게 있으니까 선배들이 저를 싸가지 없는 선수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성적이라 표현을 못하는 것이라는 걸 알죠. 하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1군에 있더니 스타인 줄 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런 말을 듣고 조금 화가 났었어요. 그래서 친한 사람이 있으면 더 웃어요. 과하지 않은 선에서 장난도 치고. 그러면 '아, 얘는 웃을 때는 웃는구나' 이런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니까요."
주 : "야구는 언제 시작했어요?"
헌 : "광주 송정동초 3학년 1학기에 시작했어요. 아마 2월28일에 테스트를 받고, 3월2일에 시작했던 걸로 기억해요. 어머니께서 권유하셨어요. 어릴 때 워낙 개구쟁이였거든요. 노는 걸 좋아했고. 어머니는 그런 제가 운동을 하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성격을 키울 수 있을 거라 보신 것 같아요. '야구를 하면 체계가 잡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셨어요. 저도 야구를 하면서 재미를 느꼈어요. 처음부터 막 야구를 시키는 게 아니거든요. 3학년 때 흙장난부터 시작하고, 4학년 때 경기에 조금 나가다가 5학년 때부터 잘하면 시합에 많이 나갔어요. 재미를 느끼게금 체계가 잡혀있어요."
주 : "투수는 언제부터 한 거에요."
헌 : "초등학교 시절에는 건창이와 같이 투수·유격수를 봤어요. 그런데 중학교(충장중) 때는 힘이 약해서 하위 타순에 외야수를 봤죠. 투수를 나가게 되면 사이드암으로 던지고. 그런데 고교(광주일고) 2학년 때 수술을 받고 나서 키가 확 크더라고요. 한두 달 사이 12cm가 컸어요. 그러면서 몸에 힘이 붙었고, 파워 피처가 됐죠. 고3 때 직구는 워낙 자신있었거든요. 사실 방망이는 소질이 없었어요.(웃음) 직구와 커브로 대회에 나가서 잘 하니까 금세 소문이 났죠. KIA에서 1차 지명으로 뽑지 않아 LG와 계약을 했죠."
주 : "프로 지명(2008년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 당시 최대어라고 불렸는데."
헌 : "에이. 옛날 기사를 찾아보면 1차 1번, 2차 1번은 다 최대어로 불렸어요.(웃음) 당시 청소년 대표에 소집돼 있었거든요. 훈련 끝나고 쉬고 있는데, 친구들이 드래프트 소식을 알려주면서 다들 컴퓨터 있는 방으로 몰려갔어요. 저는 가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었고요. 그런데 지명 시작과 동시에 휴대전화가 엄청 울렸어요. 메시지를 보니까 LG에 1번으로 지명이 됐어요. 집에 전화드리니 어머니께서 울고 난리였어요.(웃음) 저는 막 신나지는 않았어요. 애초에 지명이 안되면 신고선수로라도 프로에 가려고 했거든요. '어차피 갈 거니까 지명되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에요. 막 그렇게 들뜨고 신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