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주민 의사무시 센터건립 강행
거센반발 '출입국 지원센터' 이름바꿔
강압적 집단생활 난민간 마찰 가능성
인천공항부대시설로 편법허가 주장도
난민지원센터(출입국지원센터)가 또 하나의 섬으로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133억원을 들여 인천시 중구 영종도 운북동에 지은 난민지원센터의 문을 열려다 영종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개관일 조차잡지 못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중이다.
지난 7월1일부로 난민법이 국내 처음으로 시행됐음에도 법무부가 난민센터 운영 매뉴얼 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사태만 악화시켜 왔다는 비난을 사는 등 안일한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 일방적 사업 추진, 사태 악화 불러
=영종도에 난민지원센터 건립이 추진된 것은 지난 2009년. 영종도로 센터 입지를 선정한 법무부는 실시계획 승인 등 관련 절차를 은밀하게 밟아왔다.
법무부가 지난 2010년 2월 고작 주민 1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주민설명회가 주민의견 수렴절차의 전부였다.
최근 영종도 주민들이 난민지원센터 공청회를 요구할 때까지 주민들과 제대로 된 협의를 벌인 적이 없다.
법무부는 관련법상 난민지원센터는 주민 공청회나 설명회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았다.
법무부의 센터건립 계획에 난민인권센터 등 시민단체에서 반대의견을 강하게 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당시 주민들이 해외난민이 국내에 들어온다는 것에 대한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자 '법 절차상 문제 없다'는 법적 판단만 내세워 일방적으로 난민지원센터 착공에 들어갔다는 게 인권단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법무부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서야 뒤늦게 주민설명회와 토론회·간담회를 열었지만 무산되는 등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센터는 적법하게 사업승인을 받았다. 절차상 법적인 하자가 전혀 없다"며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센터 운영방안 등을 마련할 것이다"고 밝혔다.
■ 난민센터 운영 매뉴얼도 전무
=법무부는 난민센터 개청을 추진하면서 현재까지도 센터운영계획 등 세부운영 절차를 담은 매뉴얼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난민센터의 운영계획 등을 묻는 시민들에게 난민신청자 주거·기초생계 지원, 난민인정자 사회정착 교육, 출입국 직원 연수시설 등의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운영계획은 공개조차 못하고 있다.
난민인권단체들은 법무부의 '묻지마 행정'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10년 보도자료를 통해 영종도에 건립되는 건물을 '난민지원센터'라고 명시, 발표했다.
그러나 영종도를 비롯 인근 주민들이 센터 개관에 반대입장을 강하게 표출하자 돌연 '출입국지원센터'라고 명칭을 바꿔 쓰고 있다.
난민인권단체 등에서는 "주민반대에 직면하니까 임기응변식으로 계획을 바꾼 것이다"며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법무부 편의적 행태를 질타하고 있다.
난민센터 규모도 변경됐다. 난민단체들이 입수한 지난 2009년 '난민지원센터 신축 설계지침서'에는 난민센터에 법무부 3급 직원(센터장)을 포함한 50명이 근무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법무부 4급 직원(센터장)을 포함한 10여 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정원 규모가 축소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현재 계획된 시설의 기능과 실시계획승인서에 담긴 사업목적도 다르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지난 2011년 실시계획승인서에 센터의 사업목적을 '출입국직원 연수시설, 외국인심사·출국자송환대기 시설'이라고 명시했다. 난민수용이 이 시설이 설립된 목적이자 주된 기능임에도 이를 숨기고 있다.
=난민 집단수용 계획에 대한 우려도 크다. 난민은 다양한 종교·문화·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다. 같은 난민이라고 해도 서로 대립되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실례로 같은 이슬람 난민이라도 수니파·시아파는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이들이 한 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할 경우 물리적 충돌 등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법무부의 강압적인 통제방식이 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오히려 난민권이 위협받을 소지가 크다.
게다가 법무부는 난민신청자 1인당 지원하는 생계비의 3배에 달하는 예산을 난민지원센터 운영예산으로 책정, 예산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난민센터에 입주하지 않는 난민신청자에게는 생계비 월 59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반면 난민센터수용 적정인원을 1년에 400여명으로 잡고, 센터 운영예산 20억원을 감안할 때 난민센터 입소자 1명에게 1인당 166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난민센터를 운영하는 것보다는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이 난민지원에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난민지원센터 주변에는 해양경찰청 특공대, 소방항공대 등이 위치해 있어 난민들의 생활침해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분쟁을 피해 한국에 온 난민들이 또 다시 헬기 이착륙, 총소리 소음 등으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센터 건립을 위해 편법이 동원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천 중구의회 김규찬 의원은 "법무부는 인천국제공항 부대시설로 센터실시계획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난민센터는 공항부대시설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난민지원시설로는 인천국제공항 부대시설로 인정받기가 불가능하니까 이 같이 편법으로 승인을 받은 것이다"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주장했다.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