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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여행 후기 스크랩 Day12-13. 노숙자의 순례길 [GR65-르퓌길] #리옹에서의 요양
진갈(박진형) 추천 2 조회 1,230 17.02.20 11:41 댓글 34
게시글 본문내용



샤모니 기차역 (Chamonix station)


TMB를 끝으로 프랑스 순례길의 출발지인 르퓌앙벌레(Le Puy-en-Velay)로 가기 위해 이른 아침 르퓌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중간에 리옹이라는 도시를 경유하는데, TMB 둘째날 본옴므 산장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했던 리옹 아지매가 순례길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 집에서 며칠 쉬어가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다행히 페이스북을 통해서 연락이 닿았고, 그녀의 집에서 이틀간 요양 후 순례길을 시작하기로 했다. 


유럽 기차여행의 설렘을 갖게 만들어 준 영화 '비포 선라이즈'


이 영화 때문에 유럽여행을 하면 기차 안에서 줄리 델피 같은 프랑스 여인을 만나 새로운 로맨스가 피어나진 않을까 내심 기대가 됐다.


샤모니에서 리옹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나란히 앉은 한국인 노숙자와 프랑스 여인


'여행에서 느닷없이 찾아온 신선한 감정에 대해 어느 정도 방어하면서도 또 스스로 그 방어선을 넘어서려는 헷갈린 감정들'


몇 시간은 달려야 도착하는데 멍하니 창밖만 내다보기도 지루했던 때에 나는 한 여인을 발견했다. 프랑스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눈인사를 나누거나 짧게 인사를 전하는 일이 많았다. 나 또한 그렇게 인사를 했고 어디서 왔는지 어디를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의 짧은 영어를, 나 또한 그녀의 불어를 이해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웠지만 서먹서먹하며 서로를 탐색하던 둘은 팔찌라는 매개체를 통해 가까워졌고, 결국 생테티엔에 있는 그녀의 집에서 일주일간 함께 지내자는 제안을 받았다.

나무도 고마웠지만 이미 리옹 아지매 댁에 초대를 받았기에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비포 선라이즈 영화 주인공의 대사처럼.. 그녀와의 만남이 짜릿했던 것은 '계획했던 일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프랑스 제2의 도시 리옹(Lyon)


1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그녀와의 짧은 추억을 뒤로한 채 리옹에 도착했다.



리옹은 기원전 1세기 로마인들이 갈리아 지방을 로마의 속주로 삼고 그 수도로서 건설한 도시로, 파리 이전의 구 수도로서 현재는 알프스 지방이 속해있는 프랑스 남동부 론 알프 주의 주도이다.

거대한 상업적, 전략적 요충지에 이탈리아, 스위스와 국경을 이뤄서 유럽 각국의 문화적 전통이 한데 어우러져 이루어낸 통일되고 활기 넘치는 유서 깊은 지역이다. 또한 특별한 방식으로 건설되어 몇 세기에 걸쳐 기획된 도시와 건축술의 발전과정을 보여준다.

15세기 중엽 유럽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한 도시가 된 리옹은 거대한 요충지에 2000년 이상 지속되어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리옹의 첫인상은 '오피넬 나이프'의 본고장이라는 것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대도시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론 알프 주의 사부아 지방에서 생산된 '오피넬 나이프 Opinel[?pinεl]'


Opinel[?pinεl]
n.m. 남성명사

: (나무 손잡이가 달린) 접을 수 있는 손칼

프랑스 남동부와 이탈리아 그리고 스위스 제네바와 인접한 사부아 지방에서 알프스의 산악인들을 위해 주머니칼을 만들기 시작한 오피넬 나이프는 마치 코카콜라처럼 이미 고유명사화가 되어버린 이름이었다.



리옹 아지매와의 약속장소 생장 대성당 (Cath?drale Saint-Jean)

퇴근 후 이곳에서 리옹 아지매와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그전까지 리옹 구시가지 탐방에 나섰다.


3세기에 걸쳐 지어진 생장 성당은 11세기에 건립된 고딕 양식(일부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다




푸르비에르 언덕에서 바라본 리옹의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나의 행색 때문이었을까? 노숙자 아저씨가 내게 다가왔다. 살짝 경계를 했지만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다. 순례길은 걷는 중이라고 소개하니 그가 프랑스 순례길과 리옹의 역사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줬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보다 유명하진 않지만, 이곳 푸르비에르 언덕의 역사는 훨씬 오래되었고 야경 또한 더욱 아름답다며 자랑하던 모습에서 그의 이유 있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사실 리옹에 도착해서부터 테러 위험이나 낯선 도시의 분위기에 살짝 겁이 나기도 했지만, 멀리서 온 순례자 손님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나 슬프다는 그에게서 TMB에서 느꼈던 사람의 따뜻한 온정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푸르비에르 노트르담 대성당(Basilique Notre-Dame-de-Fourvi?re)


파리나 니스 같은 관광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라 그런지 한국인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푸르비에르 언덕에서 야경을 감상하는데 이때 옆에 있던 여성분이 한국어로 감탄사를 연발하신다. 낯선 타지에서 동향인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새삼 느꼈던 순간이다.


그녀와 함께 리옹의 밤거리를 거닐다



르네상스 시대의 찬란한 문화유산들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리옹 구시가지의 야경, 고딕 양식, 로마네스크 양식,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아지매가 혹시나 약속 장소에 안 나타나지는 않을까 걱정뿐이었다.

다행히 리옹 아지매는 남편분과 함께 약속 장소에 나타났고, 그녀의 집에서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야근하고 피곤하실 텐데 손수 야식을 만들어주신다



"여행은 살아보는거야"


에어비앤비(Airbnb)가 국내 광고를 시작하면서 내건 카피다. 그전까지 여행이란 '들러보는'것이었다. 기간이 길다면 '머물러보는'것이었고, 그런데 에어비앤비는 "여행은 살아보는거야. 그게 단 하루뿐이라도"라고 말한다.

프랑스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미식의 도시 리옹의 최고급 레스토랑과 5성급 호텔에서 호사를 누리는 것도 좋겠지만, 그들과의 일상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컸다. 그런 의미에서 리옹 아지매'Marie-Claude Arnoud'의 초대는 감사한 제안이었다.


베란다에서 바라본 리옹의 아침


평범한 아침 출근길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러시아워를 피해서 조금 일찍 출근한다는 리옹 아지매. 그녀는 나를 리옹 시내 여행자 인포메이션에 내려주고, 퇴근 후 다시 집으로 픽업해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오늘 하루는 리옹을 관광하며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TMB를 걸으면서도 그랬듯이 나는 관광객을 위한 정보는 원치 않았다. 리옹이 자랑하는 문화 유적이나 다양한 볼거리도 좋지만, 프랑스인들의 일상 속에 비추는 시선으로 리옹의 모습을 함께 바라보고 싶었다.  결국 여행자 인포메이션이 아닌 골목길의 작은 카페로 들어갔다.

리옹에서 나고 자란 카페 사장님이 제안한 여행코스는 의외로 간단했다. 리옹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발길 닿는 대로 산책하길 권유하는 그의 말투에는 프랑스인 특유의 여유가 묻어났다.


부모와 함께 등교하는 아이들



언뜻 봐서 프랑스인들은 깐깐해 보이지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이보다 착한 사람들도 없었다


프랑스인의 도움으로 자전거 대여에 성공하고 보답으로 팔찌를 선물해주니 아이처럼 기뻐한다.



잘 조성된 자전거 도로를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자전거도로를 떠올려본다.




보행자 신호마다 신호대기 중인 차량 운전자들을 위해 짧은 공연을 펼치는 거리의 예술가들











'자전거에서 바라본 리옹의 모습들'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 잔디밭에서 세상 편하게 잠든 여인,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구시가지 비유 리옹까지.


리옹 아지매를 기다리며


집으로 돌아와서 아지매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수영 대결을 제안하는 리옹 아저씨!!


빌라 공용 수영장


리옹 아저씨와의 수영 대결






베란다 텃밭에서 재배한 싱싱한 채소를 활용해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프랑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와인까지 준비하니 어느덧 해가 저문다.



내가 리옹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캐서린(Catherine Couriol)까지, 열흘 전 알프스 본옴므 산장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던 멤버들이 한자리에 다시 모였다.



그녀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나를 위한 깜짝 선물로 생선찜과 밥을 준비했다






알프스 산속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 게 전부인데 집까지 초대해서 이틀씩이나 재워주시고 끼니마다 챙겨주시니 감사한 마음뿐이다.

앞으로 펼쳐질 순례길에 대한 아낌없는 응원까지 주셔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Merci beauc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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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7.02.20 14:31

    첫댓글 사진들 너무 멋지네요. 와~~~~

  • 작성자 17.02.20 16:08

    휴대폰으로 찍어서 못내 아쉬웠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17.02.20 14:52

    가슴이 찡하네요 ^^

  • 작성자 17.02.20 16:09

    감사드립니다 ^^~~

  • 17.02.20 15:04

    Gr 65 르퓌길이 기대됨니다.

  • 작성자 17.02.20 16:09

    TMB만큼 특별한 볼거리는 없어서 단조롭겠지만 재밌게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 17.02.20 15:26

    진심은 어디서든 통하는 법.
    굳이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더라도.

  • 작성자 17.02.20 16:10

    건아님 말씀에 백번 동감입니다^^~~

  • 17.02.20 16:04

    외국인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노숙자님의 생생 여행기 좋습니다....다만 그래도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외딴 곳은 조심하세요...특히 떼지어 다니는 북아프리카 쪽 젊은 고딩들...무섭습니다.

  • 작성자 17.02.20 16:11

    넵.. 다행히 시골길만 다녀서 북아프리카 친구들은 많이 못봤는데 가끔씩 도시에 들어가면 무섭더라구요ㅠㅠ 명심하겠습니다!!

  • 17.02.20 16:45

    사진도 멋지고 외국인들과 거리감 없이 지내시는 모습보니 부럽내요

  • 작성자 17.02.20 16:48

    감사합니다 ^^~~

  • 17.02.20 16:51

    핸드폰으로 찍으셨다는 댓글이 믿기지 않도록 사진이 멋집니다.

  • 작성자 17.02.20 16:56

    감사합니다. 요즘은 핸드폰이 왠만한 똑딱이보단 낫더라구요ㅎㅎ

  • 17.02.20 16:57

    저 여인을 거절할수 있었다니

  • 작성자 17.02.20 16:59

    저 건강합니다^^~~

  • 17.02.20 17:07

    저는ㅈ오래전 포르투갈 가서 심심하게 논 기억만 나는데 즐기시면서 여행하시는 모습 보니 다시 여행 떠나고 싶네요

  • 작성자 17.02.20 17:12

    저는 순례길 마치고 비행기 시간때문에 산티아고 바로 아래에 있는 포르투갈을 못가본게 너무 아쉬웠거든요ㅎㅎ 특히 리스본,포르투요

  • 17.02.20 22:38

    내년에 TMB mtb로 투어할 계획인데 이글들에서 많은 정보
    얻어요. 화이팅!

  • 작성자 17.02.20 22:39

    mtb로 넘는 사람들 정말 많더라구요! 화이팅입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2.20 22:44

  • 작성자 17.02.20 22:43

    @천자봉

  • 17.02.21 02:26

    대단하시네요. 늘 파이팅 보냅니다.

  • 작성자 17.02.21 07:55

    감사합니다 ^^~~

  • 17.02.21 08:45

    앗~! 드디어 로맨스 등장 ^^

  • 작성자 17.02.21 10:57

    부끄럽습니다...^^*

  • 17.02.21 09:01

    멋진 여정기 잘 보고 있어요. 다음 후기도 기대되네요.

  • 작성자 17.02.21 10:57

    감사합니다^^~ 다음 후기도 기대해주세요!!

  • 17.02.21 10:17

    멋져요~
    선하게 생긴 잘생긴 얼굴에 ~
    멋진 여행 응원합니다

  • 작성자 17.02.21 10:58

    과분한 칭찬입니다^^;; 루나레나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17.02.21 16:22

    사진에 있는 외국인들도, 진갈(박진형)님도 모두 표정이 밝고 좋아 보입니다.그런 모습들이 여행이 주는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 작성자 17.02.21 16:56

    넵^^~ 좋은사람들 덕분에 재밌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 17.03.02 11:51

    오늘도 변함없이 잘보고 있습니다.

  • 작성자 17.03.02 11:51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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