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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일이 1966년도 12월 ! 며칠간이나 봄같이 포근했던 날씨가 갑자기 긁어올려 수은주는 영하 15도로 내려 앉는다 자식귀엽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가 다 큰자식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어린애와 같다 산골 오지에서 살다가 어렵게 서울에 올라와서 지루하고 힘들게 야간고등학교를 마치고 제대로 취업을 못하고 가내공업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신문에서 사원 모집란을 이잡듯 뒤지어 이력서를 내고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시험이나 면접조차도 없는 불합격이거나 무소식이였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가 어떤점이 부족하기에 시험은 커녕 서류에서 불합격일가 틀림없이 자격은 고졸이고 신체 건강한자로 되여있다 보충병補充兵 나는 보충병 제 1기생이다 그 당시 군입대 수요가 팽창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멀정하게도 보충병에 편입되였다 그게 이유였다 보충병이라면 무엇인가 덜떨어진것으로 생각되였고 당시엔 군 미필자들을 외면하든 시기였다 여하튼 팔자치고는 더러운 팔자려니 하고 모든것을 포기하고 숙식이 보장된다는 매력에 이끌리어 어쩌지 못하고 K 전자에 입사했다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도 자격시험이 아닌 임용고시 이기에 충분히 합격하리라는 자신감과는 달리 역시 무소식이였다 K전자에 입사하고는 아무생각 없이 열심히 일하였다 어렵다거나 힘들다는것은 호강스런 변명이다 있을때까지 힘가는데 까지 죽어라하고 일하겠노라고 스스로 맹서 하였다 그래서인지 전무님으로 부터 많은 신임과 사랑을 받았고 회사는 날로 발전하여 주변의 땅을 사들이여 기숙사도 다시 짖고 사원수도 늘어났다 구멍가게같은 공장에서 조금씩 규모를 탈바꿈 하면서 전무님과 같이 목재소에 가서 좋은 나무를 구하여 내가 간판을 직접쓰고 목각까지 하여 전직원이 보는 앞에서 현판을 달기도 했다 그때부터 모두의 직원들이 보는 눈이 달라지고 비록 작은 회사지만 사장이나 전무로부터 깊은 신임을 받기도 했다 어느날 생각지도 못했든 아버지가 오셨다 천리타향 머나먼곳을 자식이 보고싶어 물어물어 찾아오신것이다 전무님의 자상한 배려로 아드님을 잘 두었노라며 칭찬 하시며 전무님 사택에서 대접을 받고 잠자리까지도 제공해 주시여서 큰 불편이 없었다 또한 적지만 가시다 쓰시라며 전무님은 특별히 금일봉을 주시면서 아버지를 모시다 드리라는 각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다음날 일과를 마치고 퇴근후에 아버지를 모시고 뻐스를 타고 영등포역에 나갔다 차시간을 마추어 나간관계로 매표시간이 되여 안 호주머니속으로 손을 넣는 순간 하마터면 기절할뻔 했다 쓰리꾼들에 의하여 속호주머니가 칼로 찢기어 나가고 빈 호주머니이다 몇닢 않되는 동전까지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털어갔다 경인간을 오고가는 버스에는 쓰리꾼이 많다는 이야기를 건성으로 여긴것이 내가겪게 될줄이야 - 아버지 기차표를 사야 하는데 깜빡하고 지갑을 놓고 왔네요 - 아버지는 아무 말씀없이 두루마기 안 호주머니에서 지페를 꺼내신다 왜 모르시랴 금새 낯빛이 변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아무리 시골사시는 노인이라해도 놓칠리가 없다 - 잔돈은 그냥 쓰거라 - 차표와 거스름 잔돈을 두루마기 주머니에 넣어 드렸다 게이트를 나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그리 초라스러워 보일수가 없어 북바치는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하다못해 웃옷 저고리라도 맡기고 몇푼이라도 얻어낼수있는 전당포도 어디엔가 있으련만 시간이 없다 싸구려 오리엔트 시계라도 어디에 맡기려도 또한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기차가 떠나는 것을 보자 참으려던 울음이 북받처 오른다 역전앞에는 역전 파출소가 있고 조금 떨어진곳에 다 찌그러진 긴 목의자가 있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때 부터 있었으니 목의자도 이미 수명을 다하고 삐그덕 거리건만 옛날 그대로이다 털썩 주저 앉았다 북받치어 터지는 울음을 양복깃으로 가린채 소리를 죽이여 엉엉 울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어 오고 세찬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싸락눈이 함박눈으로 변하며 서서히 길이 어둠에 뭏치기 시작한다 그래도 누구하나 말을 걸어오는이가 없이 부지런히 발길을 옮겨 집으로 향할뿐이다 이경관 ! 녀석이라도 있었으면 ! 불현듯 스처지나는 고등학교시절 동창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녀석은 역전 파출소에서 온갖 심부름에 시달리다가 늦게야 헐레벌떡 거리며 학교에 뚜어가든 곳이기도 하다 그때도 이 목의자에서 기차시간을 기다리던 곳이다 갈곳잃은 망아지처럼 벌떡일어나 시장쪽을 향하여 눈발자욱을 남기고는 다시 문래동 쪽으로 돌아와 가로수 아래 차디찬 계단에 철썩 주저앉았다 걸어서 오류동까지 가야만 하나 아니면 옛날 고학생때처럼 생떼를 쓰면서 뻐스를 타야 하나 지금은 이미 성인이고 옛날의 고학생도 아니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공짜뻐스는 엄연히 불법이다 그렇다고 떼를 쓰다간 챙피당할수가 있다 물론 기사에게나 차장에게 사정사정하면 혹여 갈수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뿐 아니라 그러고 싶지도 않는다 어느새 함박눈은 이미 발목을 감추고 내가가야할길은 길인지 언덕인지 분별할수가 없다 가야지 밤새도록이라도 눈길을 더듬으며 가야지 막 일어나려는 참이다 - 여보세요 - 누군가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가느다란 소리로 말을 붙친다 아무대답없이 한참을 쭈그리고 있다가 얼굴을 들어 바라보았다 한눈에 보아도 밤의 여인이다 짙한 화장에 가려 분간하기 어려운 여인이다 어쩌면 나보다도 몇년은 연상으로 직감이 된다 아무말 없이 오류동을 향하여 문래동 을 벗어나려는데 나의팔장을 끼고 놓아주지 않는다 - 무슨일이 있어요 아까부터 울고 있던데 다 큰사람이 애기처럼 그래서 따라와 봤어요 - 더이상 무슨 이야기가 필요하랴 나는 찢어진 양복 호주머니를 보여주며 따라와도 소용이 없으니 어서 돌아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거리는 함박눈이 마구 쏟아지어 앞을 구분할수가 없다 - 어디까지 가세요 - 여인의 목소리가 왠지 다정한 느낌이다 - 예 오류동 까지 걸어 갈겁니다 밤새도록이라도 - 여인의 다정함에 끌려 말대꾸를 해주고 몇발짝 가려는데 여인이 다가오며 나를 끌며 자기집으로 가자는 것이다 아무도 보는이도 없고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니 이 추운밤에 고생하지말고 자기네 집에서 눈을 붙이고 새벽일찍가라는 것이다 잠시 마음에 동요를 일으킨다 어차피 빈털터리라고 이실직고 했으니 별로 손해 볼것이 없지 않으냐고 유혹이 생긴다 그러나 나에게는 생후 처음 당하는 일이라서 겁도나고 불결한 여인이란 선입감이 생겨 손을 뿌리첬다 생각보다는 완강하게 잡아끄는 여인에게 끌려가면서 오늘밤에 벌어질일에 은근히 호기심도 생기였다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올라 이층에 올라가니 겨우 둘이서 코를 맞대고 있어야할 코딱지만한 방이다 하루종일 비워있는 방이라서인지 겨우 바람만 피할수 있는 싸늘한 방은 입에서 입김이 새어나온다 - 배고프지 나도 저녁을 못먹었어 - 이제는 아예 어린애 대하듯 반말이다 기분 나쁠것도 없다 어쩌면 내 누님과도 같을 나이가 아닐가 싶어 고개만 끄덕였다 잠시후 국수를 끓여 마주앉아서 김치한접시와 둘이서 맛있게 먹고 마주앉았다 고운 얼굴이다 이목구비 어디 한군데 나무랄곳이 전혀 없는 여인이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많은이들이 외면하는 이길로 들어왔을가 둘이는 얇은이불속에 발을 묻고 마주 앉았다 할말이 없다 무얼 물어볼수도 없다 - 누나 고마워요 - - 갑자기 누나가 되였네 나에게도 이렇게 고운 동생이 하나만 있었으면 - 갑자기 누나란 말을 들어 감격 스러운탓인지 흐미한 등불아래 얇은 미소를 짖는다 - 나에겐 식구가 없어 부모님도 동기간도 오빠고 동생이고 아무도 없어 갑자기 누나 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나려하네- 엄니는 나를 낳고 삼일도 않되여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어린것을 키우려는 자신이 없는지 길거리에 내다 버렸다 누군가에 의해 고아원에서 자랐고 고아원은 몇년을 겨우 지탱하다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다 또다시 길거리에 내팽겨진채 배가고파 길가에서 무럭무럭 김이 나는 호빵을 보다가 주인이 잠간 자리를 빈 사이에 빵을 훔처먹다 들키어 사정없이 두들겨 맞고 거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하늘의 도움인지 지나는 이에 발견되여 그집에서 밥을 얻어먹는 조건으로 10여년을 식모살이를 했다 죽어라고 일했다 크고 넓은집은 반짝반짝 윤이 날정도로 쓸고닦고를 했고 주인아줌마에게 살림살이도 많이 배웠다 주인 아저씨도 주인 아줌마도 그집애들도 모두모두 친절하고 잘해주어 큰 어려움이 없었다 어인 일일가 가족이 아무도 없는날 그리도 친절하든 주인 아저씨는 갑자기 무서운 색마로 변하여 겁탈을 하였고 갈곳없는 나는 아무 반항도 못하고 여러번 색마의 제물이 되다가 우연히 주인 아주머니에게 들키어 맨몸으로 쫒겨나 거리를 방황하다가 여기까지 왔노라는 자기 푸념이다 태양은 온누리를 골고루 비춘다지만 음지가 있고 양지가 있으며 복福은 어느집을 찾지 않는다지만 놀고도 잘사는이가 있는가 하면 뼈가 부러지게 일을 하고서도 가난에 허덕이며 화禍는 어느 누구를 괴롭히지 않는다지만 못된짓을 하는데도 눈을 감고 착하게 살아가는 선량에게도 붙어 당기어 떨어지지 않는다 왜 일가? 세상은 약자의 편도 아니고 세상사는 둥글둥글 돌지도 않는것 같다 이걸 가리켜 타고난 분지복分之福이라고 해야할가 아님 조상님들의 음덕陰德이라야 맞을가 언듯 잠이들어 있다가 깨어보니 그녀는 구석에 기댄채 잠들어 있다 하느님 이시여 왜 저여인에게 혹독한 서름을 주십니까 무슨 죄라도 지고 태여났단 말입니까 일어나 살며시 안아다 이불속으로 누이려고 일어나 다가갔다 - 야 너 지금 내가 여자로 보이는거야 ?- 벌떡 일어나드니 손바닥으로 뒤퉁수를 후려친다 - 아니 누나 나를 지금 불한당不漢黨으로 취급하시나요 _ 나는 벌떡 일어나 벽에걸린 양복을 들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를 가리키고있다 - 야 지금 몇신데 통행금지나 풀리거던 가거라 - 공연한 화풀이를 나에게 했는지 히스테리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껴안는다 둘이는 아무말도 없이 작은이불에 몸을 묻고 나란히 누어서 천정만을 바라봤다 시간아 어서 가거라 제발 빨리 새벽이 되어라 지금쯤은 그 누군가는 단꿈에 취해 시간가는게 그렇게도 원망스러울텐데 참으로 야속스럽다 뚜 ! 통행금지 해제 싸이렌 소리에 벌떡일어나 거리로 나왔다 - 누나 꼭 다시 찾아와서 고맙다는 인사를 할게 어려워도 기다리어 주어- 터덜터덜 눈을 헤치며 철뚝길을 넘었다 짐을실은 길다란 화물차가 나를 보고 고함을 치는지 요란한 굉음 소리를 내고 지나간다 혹시 전무님한테 거짓말이라도 내누님이라고 하여 같이 일좀 할수 없을가 어느덧 한달이 지나고 얇은 월급봉투를 받고 영등포로 달려 갔다 삐그덕 거리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활짝웃고 반겨줄 여인을 생각한다 아니 ! 찾는 여인은 보이지 않거 어리고 앳띤 조그마한 아가씨가 반갑게 목을 휘감는다 - 너 몇살이지 ?- -어마 알건 다 알며 무슨 말을 -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가 ? 붙잡고 매달리는 여자애에게 지페한장을 던저주고 내려왔다 -바보아냐 ? - 뒤에서 애띤 소녀의 히스테리한 소리를 들으며 거리로 나왔다 지금 나는 분명 꿈울 꾸고 있다 내가 찾는 그 누나는 어디에 있을가 ! |
첫댓글 옛날엔 그랬습니다.
기억 속의 아름다운 여인, 지금 그런 여자가 있을까.
참으로 순순한 ...
그런 누나.
단편소설 하나 읽고 갑니다.
고향 떠나 그리 고생하셨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