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 1차 피격 후 기관실서 화재 발생
정확한 기종·크기는 파악 못해, 이란 대사 불러 사실 관계 확인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서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해 한국 HMM 소속 다목적 운반선 ‘나무호’의 선체가 파손된 모습. 좌측 선미 외판에는 폭 5m, 깊이 7m 크기의 파공이 발생했다.
이 정부는 지난 4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박 중 발생한 한국 HMM의 다목적 운반선 ‘나무(NAMU)호’ 폭발·화재 원인이 ‘미상(未詳)의 비행체에 의한 외부 타격’이라는 1차 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외교부는 이날 저녁 주한 이란 대사를 불러 조사 결과를 전달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공격 주체가 확정될 경우 외교적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 합동 조사단이 8일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M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CCTV(방범카메라)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피해 지점,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순항미사일보다는 드론에 의한 공격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외교부가 발표한 합동 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일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각) 비행체 2기가 HMM 나무호 선미 평형수 탱크(배의 균형을 잡는 물을 저장하는 공간)를 약 1분 간격으로 2차례 타격했다. 이 충격으로 좌측 선미 외판은 폭 약 5m, 선체 내부로 깊이 약 7m까지 훼손됐고, 기관실 바닥이 뚫리며 내부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정부는 이날 훼손된 선체에서 직경 50㎝ 크기의 반구형 관통 피해도 공개했다. 선체 외부의 작은 지점에서 생긴 폭발을 보여주는 증거다. 군 소식통은 “드론 2기가 동일 지점을 연타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첫 피격에 폭발·화재, 1분 후 2차 타격, “비행체 엔진 잔해 분석 중”
폭발 발생 당시 아랍에미리트(UAE) 움알쿠와인 해역에 있었던 나무호는 자력 운항이 불가능해 두바이항의 수리 조선소로 예인됐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 3명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정부 조사단이 현지에 급파돼 두바이항에서 8일부터 나무호에 대한 현장 조사, CCTV 확인, 선장 면담 등 화재 원인 조사를 진행했다. 비행체가 배를 공격하는 CCTV 영상도 확보했다고 한다.
이 정부가 4일 중동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진 HMM 소속 화물선 나무호 폭발 및 화재와 관련해 미상의 비행체가 HMM 나무호 선미를 1분 간격으로 두 차례 타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나무호의 전체 모습. 빨간색 점선 안이 파손 위치다. 외교부는 10일 정부 합동 조사 결과 ‘미상 비행체에 의한 외부 공격’ 때문이라고 1차 결론을 내렸다. /HMM 해원노조
비행체의 1차 타격으로 기관실에서 불이 났고, 이후 2차 타격으로 화재 규모가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선박의 엔진, 발전기, 보일러 등에서 특이점은 없었다. 피격 상황은 나무호 선원들 진술과도 일치한다. 선원들은 당시 “쾅” 하는 폭발음을 들었고, 인근 한국 선박들이 ‘선박 왼쪽에 연기가 보이는데 뭔가 폭발한 것 같다’고 보내온 초단파 무선통신(VHF)이 쏟아졌다. 선원들은 기관실에서 난 화재 진화에 나섰고, 불길은 4시간 만에 잡혔다.
당시 나무호에는 한국 선원 6명을 포함해 24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 청와대는 앞서 폭발·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가 없다고 했으나, 이날 폭발 여파로 선원 1명이 목뼈에 미세 골절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이용한 ‘더블 탭’ 공격 패턴
선박이 주로 파손된 지점은 해수면보다 약 1~1.5m 상단의 평형수 탱크와 기관실이었다. 이 정부가 공개한 피해 사진에선 나무호 선체 외판이 안에서 바깥쪽으로 찢어져 있는 모습도 보인다. 비행체가 배 뒤로 접근해 선미를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박 대변인도 “화재 원인은 선박 내부와는 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폭발 압력으로 인한 파손 패턴과 반구형 관통 형상 부위를 고려할 때 기뢰 및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드론으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1분 간격으로 나무호와 충돌한 것은 ‘계산된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대 이상의 드론이 공격 목표를 정하고, 첫 드론이 두꺼운 선체에 1차 피해를 주면 두 번째 드론이 같은 지점을 공격해 선체와 인명 피해를 극대화하는 ‘더블 탭(Double Tap) 전술’이라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으로 건물이나 대형 유조선을 공격할 때 빈번히 사용된다.
◇공격 주체는 누구?
나무호 폭발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들의 탈출을 지원하기 위한 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에 나선 4일 당일 오후 발생했다. 이란은 같은 날 미국의 작전에 반발해 순항미사일과 드론 등으로 UAE 공격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