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나온 잡채 한근에 삼천원 !!"
이수역 뒷편 재래시장이다. 그 소리에 처다보니,
반찬가게에 놓인 큰 그릇에 잡채가 김을 무럭무럭 쏟아내고 있었다. 한판 샀다.
다음날 아침 소고기하고 다마네기 썰어 잡채에 같이 넣고 뽁으니 양도 많아졌다.
마누라 얼라 모두 디비자서 혼자 잡채밥 만들어 묵었다.
나와서 가만 생각하니 그날이 내 생일,
나는 생일떄마다 면종류를 먹는 적이 많았다. 어떤 날 저녁은 짜장면 묵다가 마누라 전화와서 생일인줄 알았던 적도 있다.
재작년 생일때는 대구 있었는데, 얼라가 문자보내서 알았다. 그래서 점심때 지산동 동아백화점 중국집에서 비싼 짬뽕 시켜 혼자 우적거리며 먹었다.
이제 낫살찡기니 몸이 먼저 생일인줄 알고 챙겨묵는가 싶으다.
어째 그렇게 때맞춰 잡채가 나오고, 또 먹고싶은 생각이 났을까 하니 말이다.
그렇게 보면 내 몸이 자연과 밀접해 있는 듯한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어떻게 보면 인공적이거나 사회적인데는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난다.
뭐가 맞는지는 잘 모리겠다.
내년에는 또 뭐를 먹게 될까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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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8년도에 쓴 글입니다.
생일날 혼자 먹은 짜장면
오늘 따라 유난히 짜장면이 묵고싶었다.
광화문 근처 세종문화회관이 보이는 이층 중국집에서
혼자 짜장면 시켜 우물거리며 묵고 있는데, 핸펀이 터졋다.
한달에 서너번 정도 울리는 마누라 벨소리다.
"어디야?"
나는 입속으로 짜장면을 한모금 꿀꺽 삼키며
"광화문, 한짜장하고 있는데" 했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랬더니 마누라가 까드득 웃으며
"생일인줄 아는 모양이네, 짜장면살까 했었는데"
허걱 생일이라니?
돌이켜 보니 오늘 아침 밥상에도 미역국이 올랐었다.
뿐만 아니라 오늘 점심때 구내식당에서도 미역국이 나왔었다.
그래서 올해 생일은 제대로 챙겨묵는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초등 사학년때던가.
엄마가 나갔다 들어오더니 야끼모(군고구마) 한봉지를
터억하고 방바닥에 던져 놓고는,
"오늘 니 생일이다" 했다.
그래서 동생들하고 먹었다. 나는 생일이라꼬 두개 먹었다.
그 이후로 생일날에 뭐 했다는 기억은 없다.
그러나 팔십년대 명륜동 하숙집에서였다.
아줌마가 항상생일날 미역국을 챙겨주셨다.
그래서 오래동안 그러니 결혼할때까지 버텼다.
결혼후부터는 또 잊어 먹었다. 생일때 쯤이면
뭔 일이 있어 집에 없거나 아니면 마누라하고 냉전중이어서
생일이라는 생각도 못하고 지냈다.
나란 늠도 생일에대해 별 관심없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떠들썩하고 화려하게 생일챙기는 것 보고 약간은 켕기기 시작하면서
마누라 생일은 안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척은 한다.
그러나 나는 생일보다는 이런날을 더 챙기고 싶다.
검도하면서 호구를 처음 썼던날, 그리곤 상대방 대갈빼기를 정확하게 가격하던 날,
지금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다음 클래스로 패스하는 날,
아니면 공부못하는 얼라가 요행히 상급학년이나 학교에 진학하는 날.
이런날이 증말로 축하할만한 날이라꼬 본다.
그런데 오늘은 약간 아쉽다. 생일인줄 알았더라면
"간짜장 시킬건데"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2008년 3월 5일
첫댓글 사진은 오래전 얼라가 초등학교 2학년에 무사히 진급하는 날 기뻐서 학교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짜장면 사주며 찍은 사진입니다.
재미있게 글을 읽었습니다.아드님이신가 봐요~ 귀엽게 생겼네요..그로고 보니 정재환 님을 많이 닮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