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측유야(之側有若)
‘그대 내 곁에 있다면’이라는 뜻으로, 제가 직접 개발한 닉네임입니다.
원래 있던 사자성어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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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번외
“이슬아…….”
“으…으응…….”
“내 걱정해 줘서 고마워.”
“으…응?”
“학교 선생들은 내가 뭘 하든 어떻게 살던… 그렇게 살라고 내버려 두거든…….
근데 너는…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날 걱정해서 담뱃불도 지져 꺼줬잖아…….
니가 만약에 내가 어떻게 살든 신경도 관심도 안 썼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 같아…….”
“아…응…….”
“고맙다, 이슬아. 내 여자가 되어 줘서…….”
언제봐도 멋있는 이 놈이 내 남자친구라는 생각에 나는 또 가슴이 떨렸다.
손도 따뜻하고 마음도 따뜻한 성진이…….
나도 니가 내 남자라서 고마워…….
“이슬아, 우리 저기 먼저 가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와 성진이가 가장 먼저 찾는 물건은… 가구 용품…….
“뭐? 너 돈 많아? 우리 같은 학생들이 무슨 가구점이야!”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어떤 가구를 사야할 지 미리부터 결정을 해 놔야지 않겠어?”
“어휴~ 우리 결혼하려면 최소 3년은 남았다.”
성진이의 손에 이끌려 결국엔 왔다……. 가구 점에…….
“어서오세요~ 손님.”
“점원 누나가 보기엔 우리 둘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네…네?”
역시나 쌩뚱 맞은 성진이는 가구 구경을 하기 전에 이런 질문을 먼저 던진다.
“야! 그런 얘기는 왜 해? 언니, 죄송해요. 신경 끄세요.”
“난 할 말 다 해야 산다. 우리 둘이 잘 어울리냐고요.”
“네~ 너무 잘 어울리시네요~ 여성분이 키도 크고 참 미인이시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점원 언니는 대답을 해 주셨다.
내가 볼 때는 억지로 대답한 것 같은데, 성진이의 표정은 금새 밝아졌다.
“그렇죠~ 얘 내 여자예요~”
그러곤 키가 똑같은 나의 어깨에 손을 얹고 활짱 웃는 성진이…….
“네, 두 분 예쁜 사랑 하세요…….”
반면, 성진이의 행동에 점원 언니는 황당해 하는 표정이였다.
“이슬아~ 우리 뭐 부터 구경할까? 침대? 그래, 침대 좋다~”
성진이는 침대들이 진열 되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얘가 미쳤어! 침대는 무슨 침대야!! 너 벌써 그런 생각 하냐?”
“순진한 척 하지 말아라. 안 어울린다, 서이슬.”
“내가 순진한 거냐? 니가 응큼한 거지.”
하지만, 나는 가구 구경은 전혀 하고 싶지 않았기에 어깨에서 성진이의 팔을 떼어서
뒤돌아서 걸어갔다.
“이슬아, 서이슬!”
“…….”
뒤에서 성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완전 무시했다.
안 들려… 안 들려……. 안 들린다고 생각하자…….
“삐쳤냐? 삐쳤어?”
내 옆에 서서 내 볼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는 성진이.
그래, 나 삐쳤다.
벌써부터 그런 응큼한 생각을 하고 있다니…….
“그럼, 딴 것부터 보러 가자. 뭘 보러 갈까?
그래. 우리 커플링이나 맞출까?”
커플링이란 말에 나는 귀가 솔깃했다.
생각해보니… 나와 성진이가 사귄지 100일이 다 되가는 데 그 흔한 커플링도 맞추지 못했다.
“가자~ 커플링 맞추러.”
성진이는 내 손을 꽉 잡고 앞뒤로 흔들며 당당하게 걸어갔다.
근데… 얘가 돈이 있나?
“우와~ 이쁜 반지 되게 많다.”
4층으로 올라왔다. 4층은 반지와 목걸이가 진열되어 있는 층이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반지들이 많아서 나는 넋을 잃고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다.
“우리 이거 하자.”
나는 하늘색을 좋아하기에, 가장 마음에 드는 하늘색 반지를 가리켰다.
성진이도 그것이 마음에 들었는 지, 활짝 웃고 있었다.
“누나, 이걸로 2개 주세요.”
성진이는 그 반지를 가리키며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나는 돈이 얼마 있을까 궁금해서 슬쩍 지갑 안을 들여다 보려 했지만,
“뭘 봐. 서방님 지갑이 그렇게 궁금했냐?”
그 말만 남기고 바로 지갑을 닫아버렸다.
“손님들, 반지 사이즈를 맞춰야 하는 데, 여기 있는 테스트 용 반지 중에 아무거나 끼워보세요.”
점원 언니는 테스트 용 반지 여러 개를 나와 성진이 앞에 내놓으셨다.
나는 아무 반지나 대충 끼워서 내 손가락에 맞는 반지를 찾았다.
내가 키가 좀 크기는 하지만, 손과 발은 키에 비해 매우 작은 편이였기에, 반지 사이즈도 작은 걸로
맞추었다.
밤 10시…….
성진이와 나는 지금 묘지에 있는 우리 언니 무덤 옆에 나와 단 둘이 나란히 누워있다.
물론 손은 꼭 잡은 채로……. 하늘에 떠있는 별과 달을 보고 있다.
낮에 반지를 맞출 때, 반지 안에 글귀를 새기고는 싶었지만, 글귀를 새기려면 전문가한테 맡겨야 하고
시간도 꽤 걸린다길래, 빨리 반지를 끼고 싶었던 나와 성진이는 글귀는 포기했다.
반짓값이 얼마였는 지, 내심 궁금하기는 했지만, 성진이는 반짓값을 끝내 얘기해 주지 않았다.
“이슬아…….”
“응.”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갑자기 그런 쌩뚱 맞은 왜 하냐? 난… 사람들 병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고 싶어.”
“멋진 꿈이네…….”
“우리 언니가 폐암으로 죽었거든…….”
“…….”
“담배를 하루에 4~5갑씩 피고……. 돈만 생기면 담배 사러 편의점 가고…….
뒤늦게 병원에 가보니깐 폐암 말기래……. 마음의 준비를 해야된데…….”
“…….”
“그래서 작년 여름에… 언니가 죽었어……. 언니가 죽고 나서 나는 결심했다.”
“…….”
“난 의사가 되어서 어떤 병이든 고치고 싶어. 내 병원에서는 슬퍼하는 환자들이 없도록…….
그 어떤 병이든 고치고 싶어.”
“그래……. 넌 분명히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럼, 성진이 너는? 너는 뭐가 되고 싶어?”
“난…….”
“…….”
“말하면 너 존나 웃을 것 같아서 말 안하련다.”
“그런 게 어딨어? 내가 말 했으니깐 너도 말 해야지. 뭐가 되고 싶어?”
“나는… 작곡가가 될 거야…….”
작곡가…….
깡패였던 성진이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서정적인 직업…….
“작곡가…라……고……?”
“그래. 난 음악 공부 열심히 해서… 노래를 짓고 싶어. 그게 내 꿈이야.”
“우리 언니 꿈이…… 음악가였는데…….”
“……. 그…러…냐……?”
“응. 우리 언니 꿈이 음악가였잖아. 매일 집에서 피아노 13시간 씩 연습하고…….
책을 봐도 음악사에 관한 책을 읽거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음악가들의 위인전을 읽거나…….
그런데…… 부모님의 반대가 싶했거든…….”
“…….”
“부모님은… 우리 언니가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셨어.
그냥 경영 공부나 하래……. 그래서… 이진 언니는 어쩔 수 없이…….
음악을 포기 했어……. 피아노도 팔아버리고…….”
“…….”
“근데… 넌 절대 포기하지 마…….
나한테 이젠 언니가 없어도 너가 있으니까…….
넌 절대 그 꿈을 포기하면 안 돼. 알았지?”
“포기 안 해.”
“그래……. 그 결심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
우리 언니는 지금 이 무덤에 잠들 때까지… 그 결심을 가지고 가지 못했거든…….
되지도 않는 경영 공부 시작하면서 담배를 입에 물었지…….
하지만 너는 담배도 끊고, 우리 언니보다 훨씬 어리니깐……. 넌 할 수 있어, 성진아.”
“너도 꼭 훌륭한 의사가 될 거야. 다신 이진 누나 같은 사람들을 만들지 마.
무슨 병이든 꼭 고쳐.”
“응.”
하늘에 별은 반짝이도록 빛났다. 눈이 부시게 빛났다.
달도 빛났다. 오늘은 보름달이 떴다.
지독히도 밝은 보름달이…….
그리고 그 별과 달은 무덤 옆에 누워있는 나와 성진이를 비춰주었다.
“이슬아, 나 봐바.”
나는 고개를 돌려 성진이를 바라봤다.
하늘색 머리에 나와 닮은 눈……. 날렵한 콧대, 얇은 입술…….
지독히도 잘생긴 얼굴이였다.
“약속해. 평생 나와 함께 하기로…….”
성진이는 내 눈 앞에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보여주었다.
나도 나의 새끼 손가락을 들어 성진이의 새끼 손가락에 걸었다.
그리고 엄지 손가락으로 도장까지 쾅 찍었다.
아마, 그 날 유난히도 밝았던 보름달은 그 광경을 비추었을 것이다.
나와 성진이가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그 장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