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717〉
■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이상국, 1946~)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개울물이 밤새 닦아놓은 하늘로
일찍 깬 새들이
어둠을 물고 날아간다.
산꼭대기까지 물길어 올리느라
나무들은 몸이 흠뻑 젖었지만
햇빛은 그 정수리에서 깨어난다.
이기고 지는 사람의 일로
이 산 밖에
삼겹살 같은 세상을 두고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나는 벌레처럼 잠들었던 모양이다.
이파리에서 떨어지는 이슬이었을까
또 다른 벌레였을까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 1998년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 (창작과 비평사)
*2024년 최근의 폭염은 예년에 비해 그 무더운 정도가 무척 심하다는 느낌입니다. 8월 들며 거의 햇볕만 내리쬐고 있어선지, 한낮 땡볕은 보기만 해도 무서울 정도로 열선을 뿜어내고 있더군요. 거기에 밤에도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으니…, 정말 시원한 계곡이 간절히 생각나는 요즘이라 하겠습니다.
미천골은 구룡령에서 강원도 양양으로 넘어가는 중간쯤 위치한 계곡으로, 골이 깊고 수량이 많아 더위를 잊게 하는 시원한 장소입니다. 그 계곡을 따라가면 미천골 자연휴양림이 자리 잡고 있는데 휴양림이 조성된 초창기 무렵, 가족들과 두세 번 숙박하며 그 청량함을 한껏 맛보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이 詩는 한여름날 양양의 미천골 숲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을 맞으며 느낀 신선한 감회에 대해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詩를 읽다 보면, 무더운 여름날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햇볕이 들며 새벽을 맞이하는 새들과 나무들, 그리고 이름 모를 벌레와 미물들의 신선한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다가옵니다. 시인은 이렇게 자신이 경험한 다소 생경하면서도 새롭고 신비로운 느낌을, 그의 풍부한 감성으로 섬세하면서도 예리하게 묘사하며 우리를 시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한여름 그곳에서의 새벽은 정말, 작두날 같은 푸르름이 깃들어 있는 듯생각되는군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