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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와일세(高臥一世)
한 세상을 한가하게 지낸다는 뜻으로, 탐욕 부리지 말고 자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조선 전기의 문신 김정국의 말이다.
高 : 높을 고(高/0)
臥 : 누울 와(臣/2)
一 : 한 일(一/0)
世 : 세상 세(一/4)
僕二十年處約之中, 營屋數椽, 産業數畝, 冬絮夏葛, 各數件(복이십년처약지중, 영옥수연, 산업수묘, 동서하갈, 각수건).
나는 20년을 검소하게 사는 가운데 집 몇 칸 갖추고, 논밭 몇 이랑 경작하고, 겨울 솜옷과 여름 베옷을 몇 벌 갖고 있네.
臥外有餘地, 身邊有餘衣, 鉢底有餘食(와외유여지, 신변유여의, 발저유여식).
잠자리에 누우면 남은 공간이 있고, 옷을 입고도 남은 옷이 있으며, 밥통 바닥에는 남은 밥이 있다네.
挾比數件, 高臥一世(협비수건, 고와일세).
이렇게 남은 것들로 한세상을 한가하게 지낸다네.
위 문장은 사재(思齋) 김정국(金正國)의 '기황모서(寄黃某書: 황 아무개에게 보낸 편지)' 일부다. 그의 문집에는 실려 있지 않고 송와(松窩) 이기(李墍)가 쓴 '송와잡설(松窩雜說)'에 실려 있다. 전체 문장 내용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김정국은 친구 황 아무개가 늙어서도 계속 집을 짓는 등 호사스럽고 탐욕스럽게 산다는 소문을 들었다. 김정국은 그 친구에게 충고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남들이 전하는 말이 정녕 사실이라면 그런 짓을 그만두고 조용히 살면서 하늘의 뜻에 따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대궐 같은 집을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굳이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의식주에 부족함이 없으니 그것으로 편하게 산다고 했다. 무엇 때문에 구설수에 오를 짓을 사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건 노탐(老貪)이라는 것이다.
진정 자유롭고 한가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저택이나 값비싼 물건이 아니라 자족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편지이다. 김정국은 예조판서, 대사헌, 병조판서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김안국의 동생으로, 자신 역시 경상도관찰사와 예조, 병조, 형조의 참판을 지낸 문신이다.
사람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재산과 재물에 대한 욕심이 있다. 요즘처럼 살기 힘들어지면 탐욕(?)이 더 많아지는 게 아닐까? 사람이란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한다. 김정국의 말처럼 분수껏 자족하며 사는 삶이 더 여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다.
김정국(金正國)의 3가지 여유(三餘)
3여(三餘)란 말이 있다. 3가지 넉넉한 것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살펴보면, 무엇이 부족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남과 비교하여 못하다는 고민이 더욱 큰 것 같다.
조선 중기 사재(思齋) 김정국(金正國 : 1485~1541) 선생은 비록 남보다 작은 집에 살고, 볼 품 없는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지는 못하였지만, 자신이 늘 넉넉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자신을 남보다 세 가지 넉넉한 것이 있다고 석 삼(三)자에 남을 여(餘)자, ‘삼여’의 즐거움을 얘기 했다고 한다.
첫째, 와외유여지(臥外有餘地)이다.
내 한 몸 눕는 것을 제외하면 넉넉한 집이 있다는 뜻이다. 비록 작은 집이지만 내 몸 뉘일 장소를 빼고도 꽤 넓은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신변유여갈(身邊有餘褐)이다.
내 몸에 입고 있는 옷 이외에 여벌의 옷이 있다는 뜻이다. 지금 입고 있는 옷 이외에 남는 옷이 있어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셋째, 발저유여식(鉢底有餘食)이다.
지금 먹고 있는 밥 이외에 남는 음식이 있다는 뜻이다. 지금 먹는 음식 이외에 먹을 음식이 더 있으니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참으로 우리는 부자이다. 넓은 아파트가 있고, 장롱에 입지 않는 옷이 빼곡이 걸렸으며, 먹을 것이 냉장고에 그득하니 큰 부자 아닌가? 그런데 세상엔 자신이 늘 남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지금 내가 눕고 있고, 먹고, 입는 것 이외에 여분이 있다면 늘 넉넉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남들이 보면 비록 여유가 없는 것 같지만 자신은 늘 세 가지 넉넉함이 있다고 한 김정국 선생의 여유 있는 삶은 정말 대인(大人)의 심법(心法)을 가진 것 같다.
그리고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에 동우(董遇)라는 학식 깊은 사람이 있었다. 제자들이 글에 대해 물으면, “백 번을 읽으면 절로 알게 된다(讀書百編義自見)”고 답했다는 인물이다.
제자들이 그럴 틈이 없다고 투덜대자 동우가 나무랐다. “시간이 없다니 무슨 말이냐. 책을 읽는 데는 삼여(三餘)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 밤과 겨울, 그리고 비오는 날에만 읽어도 충분하다.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이고, 밤은 하루의 나머지이며, 비오는 날은 때의 나머지 이니라.”라고 했다. 책을 읽자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글과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송나라 문인 소식(蘇軾)도 “갠 날에는 밭을 갈고, 비오는 날에는 책을 읽는다.”했다. 그리고 자투리 시간에 글을 읽는 즐거움을 가리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맛’이라고 했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삶은 게으른 인생의 몇 배를 사는 셈이다. 독서나 배움은 시간보다 마음가짐이 먼저 아닐런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에 나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에 보면 책을 대하는 공자(孔子)의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공자는 말년에 주역(周易)에 심취했는데, 주역을 읽고 또 읽어 ‘책을 엮은 가죽 끈(韋編)’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三絶)는 고사가 있다.
시성(詩聖) 두보(杜甫)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내가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으니 그건 책에 의해서였다”고 했다.
그렇다.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하루는 ‘저녁’이 여유로워야 하고, 일년은 ‘겨울’이 여유로워야 하며, 일생은 ‘노년’이 여유로워야 하는 것이 바로 ‘삼여’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하지만 행복의 기준은 다 다를 수 있다. 비록 행복의 기준은 달라도 여유로운 마음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젊음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젊음은 두 번 다시 오지 아니하며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야 할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항상 마음에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다.
살기 편한 아파트 한 채면 족하지 꼭 강남의 대형아파트에 살아야 행복한 것은 아니다. 우리네 삶에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꽤나 여유 있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삼여’의 즐거움에 빠져 보면 어떨까?
▶️ 高(높을 고)는 ❶상형문자로 髙(고)의 본자(本字)이다. 성의 망루의 모양으로 높은 건물의 뜻이다. 후에 단순히 높음의 뜻이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高자는 '높다'나 '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高자는 높게 지어진 누각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高자를 보면 위로는 지붕과 전망대가 그려져 있고 아래로는 출입구가 口(입 구)자로 표현되어있다. 이것은 성의 망루나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리던 종각(鐘閣)을 그린 것이다. 高자는 이렇게 높은 건물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높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높은 것에 비유해 '뛰어나다'나 '고상하다', '크다'와 같은 뜻도 파생되어 있다. 高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그래서 高(고)는 (1)높은을 뜻함 (2)높이 또는 어떤 일을 한 결과 얻어진 양을 뜻함 (3)높이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높다 ②뛰어나다 ③크다, ④고상하다 ⑤존경하다 ⑥멀다 ⑦깊다 ⑧비싸다 ⑨뽐내다 ⑩높이, 고도(高度) ⑪위, 윗 ⑫높은 곳 ⑬높은 자리 ⑭위엄(威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윗 상(上), 높을 항(亢), 높을 탁(卓), 높을 교(喬), 높을 준(埈), 높을 존(尊), 높을 아(峨), 높을 준(峻), 높을 숭(崇), 높을 외(嵬), 높을 요(嶢), 높을 륭/융(隆), 밝을 앙(昻), 귀할 귀(貴),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래 하(下), 낮을 저(低), 낮을 비(卑)이다. 용례로는 높은 지위를 고위(高位), 비싼 값을 고가(高價), 나이가 많음을 고령(高齡), 아주 빠른 속도를 고속(高速), 등급이 높음을 고급(高級), 뜻이 높고 아담함을 고아(高雅), 높고 낮음을 고저(高低), 몸가짐과 품은 뜻이 깨끗하고 높아 세속된 비천한 것에 굽히지 아니함을 고상(高尙), 상당히 높은 높이를 가지면서 비교적 연속된 넓은 벌판을 가진 지역을 고원(高原), 인품이나 지위가 높고 귀함을 고귀(高貴), 여러 층으로 높이 겹쳐 있는 것 또는 상공의 높은 곳을 고층(高層), 등급이 높음이나 정도가 높음을 고등(高等), 높은 산과 흐르는 물 또는 훌륭한 음악 특히 거문고 소리를 비유하는 말을 고산유수(高山流水), 베개를 높이 하고 누웠다는 뜻으로 마음을 편안히 하고 잠잘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고침이와(高枕而臥), 베개를 높이 하여 편안히 잔다는 뜻으로 편안하게 누워서 근심 없이 지냄을 일컫는 말을 고침안면(高枕安眠), 높은 언덕이 골짜기가 된다는 뜻으로 산하의 변천이나 세상의 변천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고안심곡(高岸深谷), 술을 좋아하여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고양주도(高陽酒徒), 학식과 품행이 우수한 제자를 일컫는 말을 고족제자(高足弟子), 지위가 높은 큰 벼슬자리 또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고관대작(高官大爵), 목소리를 높이어 크게 부르짖음을 일컫는 말을 고성대규(高聲大叫), 높다랗게 짓고 호화롭게 꾸민 집을 일컫는 말을 고당화각(高堂畫閣), 큰소리로 떠들고 마구 노래 부름을 일컫는 말을 고성방가(高聲放歌), 학문의 이치 따위가 고원하여 행하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고원난행(高遠難行), 멀리 달아나서 종적을 감춤을 일컫는 말을 고비원주(高飛遠走), 사람이 우러러보는 산과 사람이 걸어가는 큰길이라는 뜻으로 만인에게 존경받는 사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고산경행(高山景行), 뛰어난 재주를 가진 인물로 키는 크고 걸음이 빠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뛰어난 활동가를 이르는 말을 고재질족(高才疾足), 목청을 높이어 큰 소리로 글을 읽음을 일컫는 말을 고성대독(高聲大讀), 베개를 높이 베면 오래 자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고침단면(高枕短眠), 베개를 높이 베면 오래 살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고침단명(高枕短命), 고귀한 벗들이 자리에 가득하다는 뜻으로 마음이 맞는 고귀한 벗들이 많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모임을 가졌음을 비유하는 말을 고붕만좌(高朋滿座), 높은 갓과 넓은 띠라는 뜻으로 신분에 걸맞지 아니한 의관 차림을 이르는 말을 고관광대(高冠廣帶), 높은 누대와 넓은 집이라는 뜻으로 크고도 좋은 집을 이르는 말을 고대광실(高臺廣室) 등에 쓰인다.
▶️ 臥(누울 와)는 ❶상형문자로 卧(와)의 본자(本字)이다. 人(인)과 臣(신)의 합자(合字)이다. 사람이 내려와 보고 있는 모양을 본떴다. 내려와 본다는 뜻이 전(轉)하여, 눕는다는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臥자는 '엎드리다'나 '눕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臥자는 臣(신하 신)자와 人(사람 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臣자는 고개를 숙인 사람의 눈을 그린 것이다. 臥자의 금문을 보면 臣자와 人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人자가 마치 바닥에 누우려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여기에 臣자가 결합한 臥자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바닥에 눕는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臥(와)는 ①눕다, 엎드리다 ②누워 자다 ③쉬다, 휴식(休息)하다 ④넘어지다 ⑤엎다, 그만두다 ⑥숨어 살다 ⑦잠자리, 침실(寢室) ⑧잠, 휴식(休息)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앉을 좌(坐)이다. 용례로는 베개의 위를 와상(臥床), 병으로 누워 있음을 와석(臥席), 병으로 누워 있음을 와병(臥病), 누워서 봄을 와견(臥見), 잠자리에서 일어남을 와기(臥起), 침실 안을 와내(臥內), 일을 하지 아니하고 받는 급료를 와료(臥料), 잠을 자도록 마련된 방을 와방(臥房), 잠을 자도록 마련된 방을 와실(臥室), 놀고 먹음을 와식(臥食), 누울 때 쓰는 제구를 와구(臥具), 다달이 갚지 아니하고 본전과 함께 한꺼번에 갚는 변리를 와변(臥邊), 누워 있는 용이란 뜻으로 앞으로 큰 일을 할 사람의 비유 또는 때를 만나지 못한 큰 인물을 이르는 말을 와룡(臥龍), 고단하여 드러누움 또는 깊이 든 잠을 곤와(困臥), 깊이 잠듦 또는 깊이 든 잠을 감와(酣臥), 한가로이 누워 있음 또는 속세의 뜻을 버리고 편안하게 묻혀서 삶을 한와(閑臥), 쓰러져 눕거나 잠을 부와(仆臥), 높이 누움 또는 벼슬을 하직하고 한가하게 지냄을 고와(高臥), 혼자서 누움을 독와(獨臥), 병으로 누워 있음을 병와(病臥), 술이 취해 누움을 취와(醉臥), 가로 또는 모로 누움을 횡와(橫臥), 섶에 눕고 쓸개를 씹는다는 뜻으로 원수를 갚으려고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딤을 이르는 말을 와신상담(臥薪嘗膽), 누운 용과 봉황의 새끼라는 뜻으로 누운 용은 풍운을 만나 하늘로 올라 가는 힘을 가지고 있고 봉황의 새끼는 장차 자라서 반드시 봉황이 되므로 때를 기다리는 호걸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와룡봉추(臥龍鳳雛), 별 곤란 없이 편하게 천하를 다스림 곧 태평 시대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와치천하(臥治天下), 이부자리 위에서 죽음을 뜻하여 제 수명에 죽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와석종신(臥席終身), 동산에 높이 누워 있다는 뜻으로 속세의 번잡함을 피하여 산중에 은거함을 일컫는 말을 동산고와(東山高臥), 베개를 높이 하고 누웠다는 뜻으로 마음을 편안히 하고 잠잘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고침이와(高枕而臥), 원룡이 높은 침상에 눕는다는 뜻으로 손님을 업신여김을 이르는 말을 원룡고와(元龍高臥), 불을 안고 섶나무 위에 눕는다는 뜻으로 점점 더 위험한 짓을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포화와신(抱火臥薪) 등에 쓰인다.
▶️ 一(한 일)은 ❶지사문자로 한 손가락을 옆으로 펴거나 나무젓가락 하나를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을 나타내어 하나를 뜻한다. 一(일), 二(이), 三(삼)을 弌(일), 弍(이), 弎(삼)으로도 썼으나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는 안표인 막대기이며 한 자루, 두 자루라 세는 것이었다. ❷상형문자로 一자는 '하나'나 '첫째', '오로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一자는 막대기를 옆으로 눕혀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막대기 하나를 눕혀 숫자 '하나'라 했고 두 개는 '둘'이라는 식으로 표기를 했다. 이렇게 수를 세는 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그래서 一자는 숫자 '하나'를 뜻하지만 하나만 있는 것은 유일한 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오로지'나 '모든'이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一자가 부수로 지정된 글자들은 숫자와는 관계없이 모양자만을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一(일)은 (1)하나 (2)한-의 뜻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나, 일 ②첫째, 첫번째 ③오로지 ④온, 전, 모든 ⑤하나의, 한결같은 ⑥다른, 또 하나의 ⑦잠시(暫時), 한번 ⑧좀, 약간(若干) ⑨만일(萬一) ⑩혹시(或時) ⑪어느 ⑫같다, 동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한가지 공(共), 한가지 동(同),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무리 등(等)이다. 용례로는 전체의 한 부분을 일부(一部), 한 모양이나 같은 모양을 일반(一般), 한번이나 우선 또는 잠깐을 일단(一旦), 하나로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음을 고정(一定), 어긋남이 없이 한결같게 서로 맞음을 일치(一致), 어느 지역의 전부를 일대(一帶), 한데 묶음이나 한데 아우르는 일을 일괄(一括), 모든 것 또는 온갖 것을 일체(一切), 한 종류나 어떤 종류를 일종(一種), 한집안이나 한가족을 일가(一家), 하나로 연계된 것을 일련(一連), 모조리 쓸어버림이나 죄다 없애 버림을 일소(一掃), 한바탕의 봄꿈처럼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이란 뜻으로 인생의 허무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일장춘몽(一場春夢), 한 번 닿기만 하여도 곧 폭발한다는 뜻으로 조그만 자극에도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태를 이르는 말을 일촉즉발(一觸卽發), 한 개의 돌을 던져 두 마리의 새를 맞추어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을 해서 두 가지 이익을 얻음을 이르는 말을 일석이조(一石二鳥), 한 번 들어 둘을 얻음 또는 한 가지의 일로 두 가지의 이익을 보는 것을 이르는 말을 일거양득(一擧兩得),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한 가지 죄와 또는 한 사람을 벌줌으로써 여러 사람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킴을 일컫는 말을 일벌백계(一罰百戒),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란 뜻으로 한결같은 참된 정성과 변치 않는 참된 마음을 일컫는 말을 일편단심(一片丹心), 한 글자도 알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자무식(一字無識), 한꺼번에 많은 돈을 얻는다는 뜻으로 노력함이 없이 벼락부자가 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일확천금(一攫千金), 한 번 돌아보고도 성을 기울게 한다는 뜻으로 요염한 여자 곧 절세의 미인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일고경성(一顧傾城), 옷의 띠와 같은 물이라는 뜻으로 좁은 강이나 해협 또는 그와 같은 강을 사이에 두고 가까이 접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일의대수(一衣帶水), 밥 지을 동안의 꿈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일취지몽(一炊之夢), 화살 하나로 수리 두 마리를 떨어 뜨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득을 취함을 이르는 말을 일전쌍조(一箭雙鵰),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질서나 체계 따위가 잘 잡혀 있어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일사불란(一絲不亂), 하루가 천 년 같다는 뜻으로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함을 이르는 말을 일일천추(一日千秋), 그물을 한번 쳐서 물고기를 모조리 잡는다는 뜻으로 한꺼번에 죄다 잡는다는 말을 일망타진(一網打盡), 생각과 성질과 처지 등이 어느 면에서 한 가지로 서로 통함이나 서로 비슷함을 일컫는 말을 일맥상통(一脈相通), 한 번 던져서 하늘이냐 땅이냐를 결정한다는 뜻으로 운명과 흥망을 걸고 단판으로 승부를 겨룸을 일컫는 말을 일척건곤(一擲乾坤), 강물이 쏟아져 단번에 천리를 간다는 뜻으로 조금도 거침없이 빨리 진행됨 또는 문장이나 글이 명쾌함을 일컫는 말을 일사천리(一瀉千里), 하나로써 그것을 꿰뚫었다는 뜻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음 또는 막힘 없이 끝까지 밀고 나감을 일컫는 말을 일이관지(一以貫之),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번갈아 일어남이나 한편 기쁘고 한편 슬픔을 일컫는 말을 일희일비(一喜一悲), 한 입으로 두 말을 한다는 뜻으로 말을 이랬다 저랬다 함을 이르는 말을 일구이언(一口二言) 등에 쓰인다.
▶️ 世(인간 세/대 세)는 ❶회의문자로 卋(세)의 본자(本字)이다. 세 개의 十(십)을 이어 삼십 년을 가리켰으며 한 세대를 대략 30년으로 하므로 세대(世代)를 뜻한다. 삼십을 나타내는 모양에는 따로 글자가 있으므로 이 글자와 구별하기 위하여 모양을 조금 바꾼 것이다. ❷상형문자로 世자는 '일생'이나 '생애', '세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世자는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함께 그린 것이다. 世자의 금문을 보면 나뭇가지에서 뻗어 나온 새순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世자의 본래 의미는 '나뭇잎'이었다. 나무는 일 년에 한 번씩 싹을 틔운다. 나뭇잎이 새로 돋는 것을 보고 봄이 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나뭇잎이지는 것을 보며 한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世자는 후에 사람의 생애에 비유해 '생애'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世자가 가차(假借)되면서 소전에서는 여기에 艹(풀 초)자와 木(나무 목)자를 더한 葉(잎 엽)자가 '나뭇잎'이라는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世(세)는 (1)지질(地質) 시대(時代)의 구분(區分)의 한 단위(單位). 기(紀)를 잘게 나눈 것 (2)일부(一部) 국가(國家)에서) 왕조(王朝)의 임금 순위(順位)를 나타내는 말. 대(代). 이세(二世) 등의 뜻으로 ①인간(人間) ②일생(一生) ③생애(生涯) ④한평생 ⑤대(代), 세대(世代) ⑥세간(世間: 세상 일반) ⑦시대(時代) ⑧시기(時期) ⑨백 년(百年) ⑩맏 ⑪세상(世上) ⑫성(姓)의 하나 ⑬여러 대에 걸친 ⑭대대(代代)로 전해오는 ⑮대대(代代)로 사귐이 있는 ⑯대를 잇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대신할 대(代), 지경 역(域), 지경 경(境), 지경 계(界), 지경 강(疆)이다. 용례로는 세대(世代), 세상(世上), 세상에 흔히 있는 풍속을 세속(世俗), 그 집에 속하는 신분이나 업무 등을 대대로 물려받는 일을 세습(世習), 조상으로부터의 대대의 계통을 세계(世系), 주로 명사 앞에 쓰여서 세상에서 흔히 말함의 세칭(世稱), 온 세상이나 지구 상의 모든 나라를 세계(世界), 세상의 풍파를 세파(世波), 세상의 돌아가는 형편을 세태(世態), 숨어 살던 사람이 세상에 나옴을 출세(出世), 현실을 속되다고 보는 처지에서 현실 사회를 일컫는 말을 속세(俗世), 일신 상의 처지와 형편을 신세(身世), 뒷 세상이나 뒤의 자손을 후세(後世), 현재의 세상으로 이 세상을 현세(現世), 죽은 뒤에 가서 산다는 미래의 세상을 내세(來世), 가까운 지난날의 세상을 근세(近世), 잘 다스려진 세상으로 태평한 시대를 청세(淸世), 세상에 아첨함을 아세(阿世), 이 세상에서 살아감을 처세(處世),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일컫는 말을 세상만사(世上萬事), 자손 대대로 이어져 내림을 일컫는 말을 세세손손(世世孫孫), 뜨거웠다가 차가워지는 세태라는 뜻으로 권세가 있을 때에는 아첨하여 좇고 권세가 떨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속의 형편을 일컫는 말을 세태염량(世態炎凉), 세상의 도의와 사람의 마음을 일컫는 말을 세도인심(世道人心), 세상 물정과 백성의 인심을 일컫는 말을 세태인정(世態人情), 신세대가 구세대(와 교대하여 어떤 일을 맡아 봄을 이르는 말을 세대교체(世代交替), 세상일의 형편을 일컫는 말을 세간사정(世間事情), 세상이 그릇되어 풍속이 매우 어지러움을 일컫는 말을 세강속말(世降俗末), 대대로 내여 오며 살고 있는 고장을 일컫는 말을 세거지지(世居之地), 여러 대를 두고 전하여 내려옴을 일컫는 말을 세세상전(世世相傳), 대대로 나라의 녹봉을 받는 신하를 일컫는 말을 세록지신(世祿之臣), 세상일은 변천이 심하여 알기가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세사난측(世事難測)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