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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hero!『1』신화의 시작
{1} 다른 사람들과 달라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야! 빨리 안가!”
“아, 간다구! 소리 지르지 마!”
정말이지 저놈의 성깔을 그냥!
아침부터 소리는 왜 지르는 거야!
“너 내가 학교 갈 때 귀걸이 하지 말라고 했지!”
“가서 빼면 되잖아!”
“안 빼잖아! 기껏 사놓고 학주한테 뺏기지 좀 마! 내가 번 돈이잖아!”
‘치사하다!’ 라는 말은 마음속으로 삼켰다.
여기서 더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았다.
정말이지 평소에는 그냥 착한 형이면서 왜 내가 뭐 조금만 잘못하면 불같이 화내는 거야!
하지만 형 말 중엔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형이 분명 학교 갈 땐 귀걸이 하지 말라고 말 했고, 난 학교 가서 안 뺄 거고, 그래서 언제나 학주에게 뺏기고, 마무리로 그 귀걸이는 엄연히 형이 번 돈으로 산거다.
그래서 더 분해!
머리는 내가 더 좋은데!
‘건방지게 형한테!’ 라고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그것만은 사실이었다.
난 아빠님과 엄마님의 좋은 유전자들만 타고 난건지 머리 좋고, 운동 만능에 외모 출중이다.
뭐 흠이라면 사교력 부족일까?
“그런 식으로 사니까 친구가 안생기지!”
마지막 잔소리가 내 가슴을 깊게 후벼 팠다.
나도 알아! 이 못된 형아!
“동생의 아픈 곳을 찔러야 속이 후련하냐!!!”
마지막으로 소리치고 현관을 뛰쳐나와 문을 쾅 닫았다.
솔직히 아침식사도 내가 했잖아.
뭘 그렇게 화내는 거야?
그리고 문득 우리 집 앞의 문패가 눈에 들어왔다.
“윤신, 윤환, 윤민.”
그렇다.
우리는 삼남매다.
왜 부모님 이름이 없냐구?
뭐 당연한걸 물어보고 난리야.
돌아가신 거지.
부모님이 돌아가 신건 한국 연쇄 살인 사건이 막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때 엄마님의 말을 빌리자면
“라디오가 갑자기 지지직거리더니 그 안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오더라. ‘너는 내일 23시 15분 죽는다.’ 라고”
그리고 엄마님의 사망 추정 시간은 23시에서 24시 사이였다.
이 살인 사건은 언제나 죽기 전 그 사람에게 죽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준다.
그러나 그 메시지를 받았다는 사람들 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마치 ‘발버둥 쳐도 넌 죽어!’라고 누군가 우리를 내려다보면서 비웃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
아빠님은 너무나 멋있고 용감하게도 엄마님을 지키려다가 같이 돌아가셨다.
좀만 더 열심히 하시면 두 분 중 한분은 살아남았을지도 모를 텐데요.
뭐 이런 말을 해봤자 살아남은 쪽이 행복해 하셨을 리가 없으니 넘어가자.
아직 등교시간까지는 여유 있다.
나는 거울을 꺼내 귀걸이 상태를 확인하고 당당하게 등굣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 안 거는데 가족 소개나 해볼까?
우리 히스테릭한 형은 윤신.
나이는 24살. 여자 친구는 없다. 왜 없냐고 묻지 마. 형의 성격을 봐라. 외모보고 좋다고 따라붙은 여자들 성격 나쁘다고 다 뻥뻥 걷어차 버린다.
현재 뭐 대기업에 취직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의외였다.
형은 고등학교 때 성적이 어느 정도는 나왔지만 언제나 우리를 키우기 위해(형이 고등학생 때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심지어 그 두 분은 친척조차 없으셨다. 그런데도 형은 고아원엔 안 간다며 생계를 꾸리기 시작한 거다.) 아르바이트 뛰느라 공부에 집중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또한 대학교도 안가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던 형을 왜 갑자기 대기업이 데려간 걸까?
덕분에 손가락 빨며 살던(솔직히 부모님의 유산 덕분에 형의 아르바이트비 만으로도 먹고 살만은 했다.) 가난한 시절은 가고 행복의 시간이 찾아오나~ 싶었더니!
이놈의 형이 대기업에 취직하더니 성실하고 착했던 과거 팔아먹고 만날 술 쳐 먹고 들어오질 않나! 여자를 끼고 오질 않나! 나는 그렇다 쳐도 민이는 아직 15살이잖아!
오늘 아침에도 분명 숙취 때문에 짜증 낸 것일 거다.
이렇게 되면 형이 대기업에 호스트로 취직했나~ 라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물론 대기업이 호스트를 채용할 이유는 없지만.
내 여동생님은 윤민양 나이는 15살
성이 유였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
그럼 유민이잖아. 뭐 괜찮나.
현재 중2로 성격은 형보다 백배는 히스테릭하다고 할 수 있지.
뭐 남자를 가뿐히 넘어설 파워를 갖고 있는 파워풀 동생.
오히려 형보다 더 의지되곤 한다.
초등학생 땐 애들에게 괴롭힘 당할 때면 민이 뒤에 숨곤 했는데 말이지.
애칭은 나미.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친구들 사이에서 나미라고 불러지고 있었지.
그때 원피스 유행하고 있었지? 아마.
이미지라도 닮은 걸까?
남자친구? 있을 것 같아?
남자보다 힘이 더 세고 성격은 더러운데?
내 이름은 윤환이다.
뭐 나이는 18살 고2야.
운동도 공부도 외모도 자신 있지만 모자란 건 사교력.
친구는 역대로 말하자면 소마 유우키(일본인이야.) 뿐이었지.
그나마도 집안을 계승해야 한다는 둥 고등학교에 안 왔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부터 난 혼자였어.
소마가는 북쪽을 수호하는 현무의 힘을 지닌 가문이니까 말이지.
먼저 말을 걸길 기다리고 거기다 친구를 고르는 기준도 까다로워서 친구가 생기지 않아.
이런걸 자업자득이라고 하지만 다 잘하면 뭐하냐고~. 누구도 알아주질 않는데...
우리 학교는 가한고등학교로 일본인이 더 많은 학교야.
뭐 일본인에 대해 딱히 나쁜 감정을 가진 것도 아니고 두 나라가 가지고 있던 오해도 일본 측이 사과함으로 잘 해결 됐지만 아직 그 녀석들에겐 약간 이질감이 느껴져. 뭐 유일한 친구도 일본인 이였지만...
학교까지의 거리는 집에서 10분.
걸어서 말이야.
하지만 보통 자전거 통학을 하니까 눈 깜짝할 새면 도착해 버리지.
오늘같이 형과 싸우는 날은 자전거를 챙길 시간이 없어서 그냥 걸어 버리지만.
“야! 윤환! 너도 지금 가는 거냐!”
굉장히 남자 같은 말투...
이 녀석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내 소꿉친구로 어렸을 때부터(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부터다.) 친구였다.
굉장히 터프하고 외모 또한 멋져 굉장한 인기를 갖고 있는 녀석이다.
언제나 약한 나를 괴롭히는 게 약간 불만이긴 하지만...
물론 이 녀석은...
여자다.
“이 누님도 늦게 출발했다. 짜식~ 누님 따라 늦게 나왔구나.”
“형 숙취 해소 때문에 늦게 나온 거뿐이거든요!”
착각 하지 마!
“이 자식! 말대답 하는 거 봐라! 벌로 누님 가방 좀 들고 와라.”
“잠깐만! 아령 든 가방을 내가 어떻게... 윽! 무거워 임마!”
이름 말하는걸 잊어버렸군.
연유진이라는 한국인이다.
그나저나...
“무거워!!!!”
남녀 합반이지만 연군(언제나 이렇게 불러왔다.)과 난 다른 반이다.
그 녀석 반에 도착한 나는 이 아령 든 무거운 가방을 그 녀석 면상에 던져 줄 생각을 하면서 교실 문을 열었다.
왜 언제나 당하는 걸까?
그 순간 양동이 이차 폭격을 당했다.
하필 양동이를 뒤집어써서 앞도 안보였다.
이 못된 자식! 친구가 왕따 당하는걸 보면 도와야지 오히려 괴롭혀!
“가방 고마워, 환군.”
양동이를 살짝 들어 올리더니 연군이 웃으며 인사했다.
언제나 이런 식이다.
성격은 더러워도 언제나 예쁜 웃는 얼굴을 보여주고 지 필요할 때만 부드러운 말투로 환군이라고 불러주니 화를 낼 수가 없.... 을 리가 있냐!!!
“야! 너 내 체력 알면서 이런 가방을 들게 해!”
“역기 학교 일등 주제에.”
“그건 힘이 아니고 기술이라고 했지!”
녀석이 쀼루퉁한 얼굴로 자신의 가방을 낚아채서 가지고 갔다.
아주 솜털처럼 가벼운지 간단히 어깨에 들쳐 메고 어느 샌가 자빠져있는 나는 내버려 두고 지 자리에 앉았다.
저 성격 덕분에 우리 윤민님과는 잘 통... 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맹수처럼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
게다가 힘도 막상 막하라서 싸우면 꼭 뭐 하나씩 부서 먹는다.
그래서 난 언제나 그 둘이 만나지 않게 하기위해 노력해야한다.
아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나를 보며 조금한 소리로 웃는 여학생들과 아주 박장대소를 하는 남학생들을 버려두고 양동이를 벗어 던지고 젓은 교복에 각을 다시 잡고 당장 탈의실로 달려갔다.
창피해 죽을 것 같아~
덕분에 아침 조회도 체육복을 입고하는구나.
고맙다 연군... 이 아니고 넌 일단 아침조회 마치면 나 좀 보자!
남자인 주제에 이기지도 못하면서 언제나 덤빈다.
연군은 그게 재밌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 우리 담임선생님(남자 선생님으로 이름은 차동혁, 나이는 29살, 애인 없음, 무섭기로 유명)의 무겁고 허스키한 목소리와 아이들이 곳곳에서 소곤거리던 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정말 뚝하는 소리까지 났다.
나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거 뭐 아침부터 대 사건인가!
시간이 멈추다니.
형이랑 싸우거나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거나 무거운 가방을 든다거나 양동이를 뒤집어쓴다거나 언제나 있는 일이라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질 줄이야! 내가 체육복을 입으면 시간이 멈추는... 그런 이상한 이야기가 전개될 리가... 생각해보니 이 소설 꽤나 이상한 이야기잖아!
그 순간 내 눈 앞에 큰 눈에 조그마한 얼굴에 귀여운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물론 얼굴이 거꾸로... 왜 거꾸로 매달려 있는 거야!
“너... 뭐야?”
그 아이는 가볍게 바닥에 착지하더니 옷을 가볍게 털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이도 아니었다.
적당한 키와 어느 정도 볼륨 있는 몸매와... 마치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다.
어려보이는 얼굴만 보고 멋대로 아이라고 생각해 버린 걸까?
사실은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있는 우리학교 선배일... 이상해!
“반가워. 라이티언 세계의 어둠의 신인 하모니라고 해.”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생각해야했다.
지금 시간이 멈춰있다.
나는 시간을 멈출 수 없다.
그리고 지금 움직일 수 있는걸 이 둘 뿐이다.
그렇다는 건 시간을 멈춘 건 저 여자다.
두 번제로 저 여자는 자신을 신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간을 멈췄지만 그것만으로 신?
확실히 옅은 금발이긴 하지만 눈도 옷도 모두 검은색 이였다.
하얀 피부가 옷을 더 검은색으로 보이게 하고 있었다.
세 번제
라이티언세계는 도대체 어디지?
“일단 머릿속이 복잡하겠지? 갑자기 시간이 멈추고 처음 보는 라이티언 세계니 어둠의 신이니 말해대니까. 하지만 사실이야. 네가 부정해도 사실은 사실이야.”
말투도 약간 유치했다.
하지만 나도 궁금한 게 있지.
나의 가장 큰 특기라면 쉽게 당황하지 않는다 랄까?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시간을 멈춘 이유는 뭔가요?”
“널 만나기 위해서야.”
음 그렇군...
엥?
“저를 만나기 위해서 라구요?”
“응. 축하해. 넌 라이티언 세계를 구하기 위해 이 어둠의 신 하모니에게 선택받았어.”
이 무슨 어린이 만화 같은 스토리 흐름이란 말인가?
내가 선택을 받아?
무슨 디지몬이냐?!
“잠시 휴대폰을 꺼내볼래?”
나는 당황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단 휴대폰을 꺼냈다.
하모니라는 신이 내 휴대폰을 두 손으로 쥐고 주문을 외우자 휴대폰이 검은색으로 변하며 모양이 변했다.
이것도 어린이 만화 같잖아!
야! 작가! 난 이런 유치한 소설 주인공 하기 싫어!
뭐 방금 약간 위험한 생각을 한 것 같지만 괜찮겠지.
“이 버튼을 누르면 이 전화로 통화하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어.”
하모니님(아무래도 신이니까.)은 통화목록에 들어가 새로 생긴 두 버튼 중 파란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 붉은 버튼을 누르면 다시 네가 있던 시간으로 돌아 갈 수 있어. 이건 미래에서도 쓰여서 이 기능을 네가 마지막에 썼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 도 있지.”
일단 이해는 했다.
시간 이동이 가능하다고?
그런데 그게 왜!!!
세계를 구하는 영웅에게 시간이동 기능이 왜 필요한 걸까?
“뭡니까? 저는 세계의 영웅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만...”
“무슨 소리야? 우리 세계 엄청나다고! 일단 선택되면 올 수 있으니까 나중에 오면 멋진 곳을 잔뜩 보여줄게. 일단 이 제안을 수락하면 넌 우리세계에서도 지구에서도 영웅이 될 거야!”
정말이지 어린애 같은 생각이구만.
어쩌면 내가 너무 어른 같은 걸지도 모르겠군.
나는 내 귀걸이를 다시 만지며 말했다.
“그러니까 싫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과 다른 특별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요. 귀찮을 뿐이니까요.”
“이일은 너 밖에 할 수 없어.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뭘 아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난 신이야. 아는 게 당연하지.”
“일단 당신이 신이라는 것 자체가 믿겨지지 않습니다만... 그 세계의 신들은 전부 당신처럼 어린애 같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나를 제외한 7명의 주신들은 모두 정신상태 멀쩡한... 잠깐! 내가 어디가 어린애 같다는 거야! 너 어둠속에서 허우적 해 볼 테야?”
말투도 충분히 어린애 같거든요.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정말이지...
허무 하다기 엔 엄청나고 엄청 나대기엔 허무했다.
원래 모든 일이 그렇지만...
그런데 이 인간, 아니 신! 볼일 끝났으면 시간 풀고 사라지지 왜 계속 여기에 있는 거야!
“저기... 안가세요?”
“그게... 아직 할 말이 남았어.”
“그럼 빨리해요!”
“왜 화를 내고 그래?!”
선택 받은 것 자체가 저한텐 엄청난 짜증이거든요!
“너 이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살인 알고 있지?”
“그 죽을 시간 예고 살인이요?”
“그래! 그거야! 잘 알고 있네!”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저희 부모님이 그 사건 피해잔데.”
하모니님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간 비열한 빛이 들어나게 웃었다.
“그럼 말이 통하겠네. 네가 할일은 그 살인을 조금이라도 막는 거야. 그리고 내가 할일은 그 범인을 잡는 거고. 너는 살인을 막는 과정에서 얻은 단서를 나한테 보고하면 돼.”
나는 또 다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확실히 복수하는 길이기도 했다.
게다가 요즘 살해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 학교 애들도 있는 것 같았다.
바보 같았지만... 받아들이기 싫었지만... 귀찮았지만... 지금도 할일이 넘쳐났지만... 나는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하며 함께 세계를 구하자고 말하는 이 여자의 제안을 도저히 거절 할 수 가 없었다.
“알았습니다. 최대한 노력해 보도록 하지요.”
부드러운 미소를 얼굴에 띄워 보냈다.
그리고 깨닳아야했다.
엄청난 일에 말려들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