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만남
#48
“다리를 좀 더 움직여 봐!”
“으앗, 무섭단 말이야…!”
그녀의 허리를 잡아 빠지지 않도록 지탱해주고 있는 현은 그녀에게 팔과 다리를
좀 더 움직여 보라고 소리치지만, 그녀는 물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쉽사리 움직이지 못한다.
“누나 안 빠지게 꽉 잡을 테니까 나 믿고 움직여.”
현의 말에 그녀는 잠시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아까는 물에 빠트려버렸으면서 지금 믿으라니… 전혀 믿음이 가질 않았다.
그렇게 그 둘이 수영을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온휴의 눈썹이 못마땅한 듯 꿈틀거린다.
물속에 빠져서 징징거렸던 그녀의 모습은 어디 갔는지 현에게 수영을 배우며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아까 온휴가 그녀를 달래주려 했지만 그녀가 울어서 놀란 것인지 나래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고, 쩔쩔 매는 은비를 뒤로 한 채 그가 나서서 나래와 함께 놀며 달래주었다.
나래가 어느 정도 울음을 그치고 나서야 한숨 돌리며 뒤늦게 울었던 그녀를 바라보니
현과 함께 저러고 있는 꼴이라니….
“아, 정말 짜증나네.”
괜스레 짜증이 솟구친 온휴는 차마 둘을 떼어낼 수도 없는지라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기며 그저 둘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와아! 이제 된다, 몸이 물에 떠!!”
한참을 고생한 끝에 드디어 혼자서도 짧은 거리의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그녀는
기쁜 마음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현에게로 와락 안겨든다.
“축하해, 누나.”
수영복만 입은 그녀인지라 살갗이 그대로 현의 상체에 닿았고,
당황하던 현이 이내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빙긋 웃어준다.
그러고는 흘깃 온휴를 쳐다봤지만… 온휴는 그들을 신경조차 쓰고 있지 않았다.
현은 복잡 미묘한 감정에 얼굴을 살짝 찌푸려버린다.
다른 남자와 있는 자신의 여자를 가만히 놔두다니 그가 정말 남자친구가 맞는지
의심스러웠고, 또한 혹시 그녀를 많이 사랑하지 않는 건가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현의 생각과 달리 온휴는 질투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이대로 보고 있으면 자신이 현에게 무슨 짓을 할 지 몰라 아예 고개를 돌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약간 떨어진 곳에서 나래와 놀고 있던 은비가 현과 그녀가 포옹하는 모습에
씁쓸하게 웃으며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
.
.
“에고, 피곤하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친 그녀가 편한 반팔과 반바지로 갈아입은 뒤
축축하게 젖은 머릿결을 말리기 귀찮은 듯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린다.
거의 반나절 동안 수영을 배우기 위하여 물속에서 팔다리를 파닥거렸더니
어깨가 결려오고 다리가 쿡쿡 쑤셔왔다.
온 몸이 피곤하고 나른해서 눈 감으면 잠들 것 같은… 말 그대로 녹초 상태였다.
그런 그녀 곁으로 온휴가 다가와 털썩 앉아버렸고,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그녀의
머릿결을 슥 만지더니 자신의 머리를 닦던 수건으로 문지르며 픽 웃는다.
“지금 나 유혹하는 거냐?”
“장난치지 말아요. 정말 피곤하니까.”
“장난 아닌데.”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아찔하게 풍겨오는 그의 향기에 취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운지 쿡 웃어버린 그는 그녀의 붉은 입술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짧은 입맞춤을 한다.
그러자 약간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를 바라보는 그녀.
“뭐야, 기대했어?”
“누, 누가 기대했다고 그래요…!”
그녀가 살짝 붉어진 볼을 한 채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의 눈은 여전히 사랑스러운 그녀에게로 향해있지만 몸의 온 신경은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현에게로 향했다.
그는 느끼고 있었다.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는 현의 시선을….
아까 바닷가에서 현이 그녀에게 다가갔던 것에 대한 복수를 이렇게나마 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생각해도 유치함에 웃음이 흘러나왔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칠 것 같기에 어쩔 수 없었다.
같은 공간에서 자신과 같은 사랑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는 게 불쾌할 뿐이다.
은비와 나래가 욕실에서 샤워하고 있는 이 시점, 방 안에는 그녀와 온휴, 현이 있는
이 상황에 공기의 흐름이 묘하게 바뀌어버렸다는 것.
오직 둔한 그녀만 느끼지 못한 채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언니! 우리 불꽃놀이 해요!”
욕실 안에서 간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나온 은비가 심각한 분위기를 느낄 리 만무했고,
침대에 널브러져있는 그녀 곁으로 다가 가 그녀의 팔을 흔든다.
은비의 기대에 찬 목소리에 나래 또한 신이 난 듯 덩달아 그녀를 재촉했고,
거의 잠들 무렵의 그녀가 졸린 목소리로 말한다.
“불꽃놀이는 내일 밤에 해도 되잖아….”
“하지만 오늘 이벤트로 불꽃축제를 한다고 했단 말이에요. 오늘 놓치면 못 보는데….”
시무룩한 은비의 목소리에 그녀는 들리지 않도록 한숨을 내쉰다.
바다에 오기 전부터 은비가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하는 이벤트까지 철저하게 알고 있었던 만큼 즐거워하고 있을 텐데,
그녀가 들어주지 않는다면 은비는 분명…… 울어버릴 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녀는 살짝 굳어버린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시선이 한데 그녀에게 모였고,
그들을 향해 어색하게 웃어 보인 그녀가 은비의 손을 덥석 잡아버린다.
“언니…?”
“가자. 불꽃놀이 하러.”
그녀의 말에 은비가 어설프게 웃어버린다.
“괜찮아요, 언니 피곤하면 안 봐도…”
“내가 보고 싶어.”
어딘가 단호한 그녀의 말에 은비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괜찮다는 듯 싱긋 미소 짓더니 은비의 팔목을 끌며 막무가내로 방을 나선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두 남자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동시에 쿡 하고 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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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설은 이틀에 한 편 업데이트 됩니다.
저에게 '힘'을 주세요.
첫댓글 하하 잘읽었습니다 재미있네요
소중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