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엇갈리는 사랑
이 책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대한제국의 군대 해산을 둘러싼 음모를 그리고 있는
역사소설이지만, 사랑이야기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 소설이라는 편견을 가진 이라면,
노골적인 애정표현과 거침없는 사랑이야기가 의외라 생각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 소설에서의 사랑을 잠깐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기홍과 희숙의 사랑
희숙은 부모없이 길을 헤메다가 기홍의 누이 순실이 보살펴서
같이 청계천술집에서 일하고 있는 여급이었다.
순실은 성숙한 희숙을 일찌감치 기홍의 짝으로 맺어주려고 하였다.
기홍과 희숙도 서로 좋아하게 되었다.
그들의 애정전선에는 큰 장애물이 없는 줄 알았다.
기홍이 기반을 잡으면 결혼을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날 희숙이 증발하였다. 그녀의 소식은 아무도 모른다.
요사꼬의 꼬임으로 희숙이 그녀의 다방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어느날 요사꼬와 김태진의 은밀한 만남을 목격하게 된다.
김태진은 대외적으로는 잘나가는 대한제국의 군인이고,
기홍의 누이인 순실과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요사꼬와 은밀한 만남을 목격했으니 희숙이 얼마나 놀랐겠는가?
이에 김태진은 자신의 출세길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사람을 사서
희숙을 납치한 후 일본인 군대 창고에 강금하고 희숙은 일본군의 성노리개로 전락한다.
희숙이 사라진 뒤 기홍은 한참을 희숙을 찾아 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뒤늦게 희숙을 만나지만, 이미 때가 늦고 만다.
2) 상덕과 죽송
1권에서 이야기했듯이 상덕과 죽송은 어린시절 고향에서 같이 자랐다.
그리고 서울에서 다시 상봉하여 상덕은 죽송을 사랑하게 되었다.
죽송도 상덕을 사랑하기는 했지만, 더 큰 꿈이 있다.
일본에 대항하여 싸우는 것이 그것이고, 그래서 150인 테로단에도 가입한 것이다.
상덕은 죽송이 테로단인 줄은 전혀 모르고 있다.
죽송은 간혹 테로 활동에 상덕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그들의 사랑 또한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죽송이 테로단 활동 도중 잡혀와 감옥에 수감되고,
처형되기 하루 전날이야 면회가 되어 상덕은 죽송을 만나고, 눈물로 보내게 된다.
3) 량설화와 리재홍
량설화는 량기탁의 딸이다.
그는 자유연애를 하는 신여성으로 자신의 선택으로 리재홍을 사랑하게 된다.
량설화가 신여성이긴 하지만,
그의 애국심 또한 깊고, 정의로운 일을 못본 척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리재홍을 사랑했지만,
리재홍은 국가 또는 정의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보고 실망하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리재홍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친일을 하게 되는 것을
그를 떠날 것을 결심한다.
리재홍은 친일을 하긴 했지만, 결국은 일본에게도 배신을 당하게 된다.
4) 권순실과 김태진
김태진은 기홍과 상덕과 같은 감옥에서 지낸 연으로 출옥하고 나서도 친하게 지낸다.
물론 김태진이 일본의 첩자라는 사실을 기홍과 상덕은 모른다.
김태진은 강계 사람으로 사실 고향에 처자식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그런데 처자식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권순실에게 접근을 한다.
그리고 육체적인 관계를 맺고,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다.
한편, 김태진은 권순실 말고 요사꼬와도 은밀한 만남을 이어오는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희숙에서 발각되기도 하였다.
고향 강계에서 찾아온 아들을 모른 채 할 뿐만 아니라 구타까지 하고,
요사꼬와 만남을 알게된 권순실은 사랑에 배반에 눈물을 흘리고 자살하게 된다.
대략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랑을 살펴보았는데 모두 비극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1907년이라는 시대적 상황이 그런 사랑을 묘사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1. 일본의 대한 제국 군대 해산 작전
한때 박영효의 충언으로 고종 황제는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내각을 구성한 적이 있었다.
이때 량성환도 다시 서울 시위대 려단장으로 임명되어 복귀하였다.
하지만, 이런 고종황제의 개혁 내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등박문에 의해 조정되는 꼭두각시같은 리완용, 송병준에 의해
고종은 내각을 전부 친일파로 바꾸게 된다.
물론 그 뒤에는 이등박문의 협박이 있었다.
대한제국은 몰래 헤이그에 밀사를 보내어 우리 조국의 부당함을 알리기도 하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본은 격분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황제자리를 황태자에게 양위하라고 협박한다.
이는 말이 양위이지 강제페위나 마찬가지였다.
이 사실을 알게된 박영효는 대대장 박성환과 함께 이 양위를 막기 위한 반란을 도모하게 된다.
친일 첩자인 김태진의 속마음을 알지 못한 박성환은 김태진이 이 작전을 사전에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는 그대로 일본군의 귀에 들어가게 되어 그들의 계획은 실패한다.
이 소설의 지은이는 박영효가 이 순간만이 조국을 위해 무엇인가 하려고 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 이전에 계속 일본에서 공부했던 일본 전문가였고,
이 반란 실패 이후에도 친일을 하게 되었다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일본을 할애비처럼 섬겨온 박영효의 일생에서 그래도 진정으로 자기의
황실 가문을 걱정한 때가 있었다면 그것은 오직 이때뿐이였다. 물론 여기에는
황실의 존망이 자기의 생존과 관련된다는 의구심도 어느 정도 작용하였다.
그러나 보다 중요하게 작용한 리유는 그가 이때만은 이등박문에게 속히워
일본의 의사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였다. 이때로부터 불과 며칠 후
그는 거사가 실패하고 일본의 미움을 사 류배를 가게 되자 자기의 실책을
깨닫고 친일의 길을 더 로골적으로 내달렸다."
결국 황제는 황태자에게 강제 양위되고, 일본은 정부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된 백성들은 곳곳에서 항위 시위를 하게 된다.
이 시위에 참여한 량설화는 부상을 입게 되어 상덕의 도움으로 간신히 집으로 피신하게 된다.
집에 와보니 량기탁은 국채보상의연금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쓰고 잡혀갔다.
상덕은 더이상 군인이기를 포기하고 대한제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기로 결심한다.
상덕 뿐만 아니라 많은 군인들이 일반 백성들의 시위에 동참하게 된다.
이를 핑계로 이등박문은 대한제국의 군대해산을 명하게 된다.
'군대정리'란 꼬리표를 달았지만, 이는 군대해산이나 마찬가지였다.
대대장인 박성환은 이를 따를 수 없다고 자결하게 되고,
남상덕은 끝까지 일본과 싸우겠다고 군인들을 이끌게 된다.
한편, 권기홍은 군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실리를 추구하려고 하자,
상덕은 그런 기홍에 모습에 실망을 하게 된다.
하지만, 기홍은 곧 일본 군관의 치졸함에 그를 죽이려고 하자,
그 일본 군관은 희숙씨를 찾아주겠다며 목숨을 살려달라고 하였다.
이에 기홍과 일본 군관은 희숙씨가 감금되어 있어 일본 군대 창고로 갔다.
희숙은 김태진의 실체에 대해 기홍에게 알려주고
죽기전에 기홍을 봐서 다행이라며 자살을 하게 된다.
이 죽음을 막지 못하고, 일본과 김태진에 분노한 기홍은 바로 일본교관을 죽이고,
이런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중에 한명인 요사꼬를 찾아가 그 마저 죽이게 된다.
그리고 상덕과 다시 만나 시위에 동참하게 된다.
기홍은 결군 일본군대를 향해 포탄을 안고 뛰어들어 처절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2. 군바바
이 소설의 제목 '군바바'는
우리나라 군사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노래, 일종의 군가로,
조선시대 군대 해산을 거부하며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조선의 군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 내용은 왜놈과 싸움에서 승리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너 너도 병정 나 나도 병정
어화 튼튼히 총가목 잡고서
섬 나라 왜놈을 쳐부시러 나가자
엥히리구 군바바
엥히리구 군바바
승전 승전 또 승전
맞서는 놈에겐 불벼락이다
군바바 군바바 군바 군바 군바바
3. 모든 것이 아픈 역사
학창시절 그저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략한 과정 중에
'군대해산'이란 네글자가 외웠던 적이 생각난다.
그저 시대순으로 나열할 때 '군대해산'이 어느 순서에 있는지 외우려 했다.
그 '군대해산' 속에 숨어있는 우리 백성들과 군인들의 투항정신과 행동은 알려고 하지 않았다.
역사는 머리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고, 가슴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슴으로 공부하는 역사만이 우리에게 가르침을 줄 것이다.
그들이 흘린 피로 인해
우리는 작은 일에도 불평하며 지내고 있다.
그들이 우리 나라의 독립을 위해 흘린 피로 인해
우리는 작은 일에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날을 지내고 있는 것이다.

책제목 : 군바바 2
지은이 : 김혜성
펴낸곳 : 대훈
펴낸날 : 2007년 5월 18일
독서기간: 2007.7.06 - 2007.7.09
페이지: 333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