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이는 시간을 맞이하는 산정. [송년산행]
[정개산~천덕봉~원적산 / 이천]
2013. 12. 22 [일]
평택 종주산악회 46명
동원대학입구 → 범바위약수터 → 주능1봉 → 주능2봉 → [정개산] ⇒ 주능3봉 → [천덕봉] ⇒
[원적산] → 삼거리 → 원적사 → 산수유마을 [4시간]
모질게 이어지는 시간의 깊이가 지칠 줄 모른다. 고독감에 몸부림치는 시기의 단상이자 층층대로 펼쳐진 그 앞에선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단출한 한 부분이 스러지지 않고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 깊이에 움츠러드는 것은 자연스러움이 되어버린 것인가. 문득 공허함이 묻어나는 세월 속 긴 연속이 앞을 가린다.
늘 그렇듯이 이맘때가 되면 스산한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시기가 변하는 과정에 늙어지는 자연의 범주가 그 속 깊숙이 안착하기 때문이다. 새롭지는 않지만 시간 속 변화가 이루어지는 알고도 속는 속물인 것이다. 모순처럼 되어버릴 수는 없는 것인가. 寂寂한 마음만이 생겨난다.
소쇄하게 다가오는 산정의 단아함이 산정의 맑은 기운이 되어 편안함으로 비추어낸다. 그 한 장의 온유함으로 빚어내는 부드러운 풍경은 싱싱한 빛이 되어 눈을 잡는다. 그만큼 맑은 빛은 겨울인 것이다. 그 위 저 산봉 넘어 능선 빗장에 걸린 한 조각 흰 겨울구름이 유유히 떠다니기 시작한다.
무심히 세월 속을 흐르는 능선 따라 깊어지는 겨울시간을 생각한다. 스산한 냉기와 소슬한 바람과 숙성된 눈(雪)들을 저어대는 시간으로서 부드러운 것에서부터 가장 거친 힘을 이루기도 한다. 즉 세월을 닦는 마지막 시간으로서의 겨울은 깊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기도 한다.
운무에 뒤척이는 산맥들이 그간 잉태했던 시간들을 토해내며 또 다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계조의 빛을 띠면서 투영하게 비춰지는 이 산정도 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간을 형용하고 있다. 깡마른 몸체에서 드러나는 누런빛과 형체가 세월 속에 박힌 늙어감으로 비유된다. 서서 기다린다. 후미진 고요만이 산정을 에워싼다.
산 아래 깔린 자그마한 도시의 풍경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서서히 저물어가는 시간 속을 유유하고 여릿하게 누벼대는 그 풍경은 순정한 담채화 같은 색조를 이루기도 한다. 그윽한 흰빛과 미지로 투사되는 단출한 미감이 느껴진다. 빠르게 흘려지는 시간 속 고요함이기도 하다.
흰 눈을 가득 이고 있는 산정. 엊그제 밤새 소북이 내려앉은 이 산정에 흰 구름들이 걸친 듯 하다. 겨울의 기운을 가둔 산중은 그 구름들을 모아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듯 단아한 향기로 물들어 있다. 눈꽃들이 바람결에 나풀대며 화르르 불붙고 있다. 마치 봄꽃이 핀 듯한 순박함이 빛에 반사되어 더없이 화사하다.
현실의 존재감이 정지되어 있는 듯 산중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더 빨리 흐르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야 하는 고된 여정이 깔려 있다. 그 안을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은 잠시일 뿐, 그 속에 기대여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돌아온 길, 그 길속엔 시간의 손실을 치유하는 감정이 스며 있음을 알았다. 자연 속에서 생성되는 모든 것처럼 스스로의 손실을 치유하듯 여린 감성의 사유가 생성되어 있는 것이다. 유연한 산정에 고요히 잠겨 있는 그 길, 홀로선 듯 빛과 바람에 일렁이는 고독한 그 위에는 오랜 세월의 깊이를 향하는 뒤안길이기 서려 있기도 하다. 점점 멀어진다.
「눈가에 어리었던 시간은 흔들리며 가슴 뛰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또 한 시절이 가는 가슴 아픈 사연만 맺어지네요.」
「왠지 슬픈 소리가 산정을 타고 뒷산으로 넘어가듯 애틋해집니다.」
「… 그 어떤 간절함이 떠돕니다.」
殘雪의 향내가 짙게 배여 들었던 지난시간, 제한적인 시간 속 한줄기이었던가. 군데군데 쌓여든 여린 시간이 세월 빛에 가려 홀로이 자생하고 있는 듯하다. 너무나 먼 그늘 속 그림자이지만 세월의 축적으로 생겨지는 시간의 단상인 셈이다. 음울할 수밖에. … 어서 길을 가야겠다.
깊이 쌓였던 雪層이 시간 속에 내려 앉아 있다. 세월은 언제든 무감각하게 바꿔놓는 운명을 지녔다. 그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우리들도 그 운명에 처해 늘 갈림길로 좌우된다. 왜? 그러하여만 되는 것인가. 고독하게 스러지는 마지막 상차림이던가. … ??? 무엇보다 순간순간 시간이 발산하는 느낌으로 대신하련다. 뒷나절이 기울어진다.
열린 하늘에 유유히 떠나가는 솜 같은 구름이 자적하기만 하다.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지난시간 속에 핀 茫然한 삶처럼 뚝뚝 떠나가는 찬바람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자연스럽고 물 흐르는 듯한 그 바람 속 산 풍경, 분명 많은 좌중의 마음에 어떤 애수를 자아나게 하는 공허감이 되어주는 것은 아닌지….
「여분이 필요 없는 시속의 명료함이 빠르게 다가옵니다.」
「가시는 건가요, 정녕 가시는가요. 낙엽처럼 머물며 빛처럼 새로이 밝혀줄 수는 없는 건가요.」
「속절없이 떠나는 그리움처럼 이 시간이 물밀 듯 밀려듭니다.」
「세월은 짬이라 생각됩니다. 시렸던 마음을 서서히 내려놓겠습니다.」
허대장님, 첨마음님,덕화형등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해맑은 웃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
◈◈◈
따스했던 시간들은 자꾸만 멀어진다. 희미한 조명과 빛바랜 LP판처럼 오랜 사연을 간직한 그 시간들이 희미해져 오는 것이다. 부박함 속에서 피어낸 짧은 간극이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좋은 기억으로 승화시킬 것이다. 그러면서 설익은 꿈처럼 설렘을 간직할 것이다.
계사년, “종주”를 위하여 한 해 동안 지극 정성을 다하신 고문님, 회장님, 부회장님, 산대장님이하 집행부와 회원님들께 진심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갑오년에도 내내 무탈하시기를 소원하면서 그간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의 말씀]
종주에서 정성껏 준비하신 계사년 식 마지막 뒤풀이 소고기 육개장 성찬이었습니다. 진정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늘 아낌없는 수고와 성의껏 해주신 이년헌 고문님과 여성회원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3. 12. 23
첫댓글 늘 내공이큰 글과사진 감사를 드립니다.산 안산 하시고 행복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새해에도
산행기볼때마다 느낀점이 언제나 종주를 위해서
좋은 영상의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해 무탈하게
산행을 마쳐주시고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회장님, 대장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한 투지에 새삼 경의를 표합니다.
종주의 건아답습니다. 허전한 마음에 마치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느낌이네요.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미진하나마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