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정 우 민
난파되어 파손된 큰 배를 수 백 명의 죄수들이 밧줄로 끌어당기며 노래를 부른다.
‘고개를 숙여라, 고개를 숙여라. 너는 영원히 노예 일거다. 고개를 숙여라, 여기가
바로 너희들의 무덤이다.’
이것이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의 첫 장면이다.
병들고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치다 잡힌 장발장(휴 잭맨 분)은
19년간의 옥살이를 하다 가석방된다. 그날 간수 자베르(러셀 크로우 분)는
부러진 깃대를 들고 오라고 명령한다. 상상을 초월한 힘으로 무거운 깃대를
들고 온 장발장에게 자베르는 서류를 주며 말한다. ‘네게 달린 이 수치스러운
꼬리표는 네가 죽을 때 까지 너를 따르고, 네가 위험한 놈이라는 것을 경고한다.’
그가 들고 온 증명서에는 ‘극히 위험한 인물’이라고 적혔고, 취직자리를 구하지만
아무데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는다. 마침내 어느 성당의 신부님이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는데, 자다가 깬 그는 성당의 은 식기를 훔쳐 달아난다. 얼마 후
경찰관에게 잡혀온 장발장에게 미리엘 신부는 그 은 식기들은 자기가 선물한 것이
맞으며, ‘왜 내가 준 이 은촛대는 안 가져 가셨오?’라고 장발장에게 되묻는다.
신부의 용서와 도움을 받은 장발장은 자신이 19년간의 옥살이로 어떤 인간으로
변했는지 깨닫게 되고 회개하고 새로운 인간이 되기로 작심한다.
8년 뒤, 신분을 감춘 장발장은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으로 성공하고 그가 사는
도시의 시장이 된다. 보호관찰에서 도망친 장발장을 추적하던 자베르는 그 도시의
경찰국장으로 부임한다. 장발장의 공장에서 일하던 판틴(앤 해서웨이 분)은
동료직원들의 모함으로 쫒겨 나게 된다. 늘 주변사람을 도와주던 장발장이 판틴을
못 도와준 것은 때마침 방문한 자베르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그 자리를 황급히
떠났기 때문이었다.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 한 남자를 사랑해서 아이를 가졌지만
남자에게 버림받고 병든 딸을 돌봐야 했던 판틴은 홍등가에서 머리를 잘라 팔고
어금니를 빼서 돈을 마련했지만, 턱없이 부족해서 몸을 팔게 된다. 판틴은 ‘사랑에
눈먼 시절에, 세상이 날위해 노래하는 줄 알았지’ 라며 ‘I dreamed a dream'란
애절한 노래를 부른다.
판틴의 기구한 운명을 뒤늦게 목격한 장발장이 그녀를 병원에 데려갔지만 그녀는
그녀의 딸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 분)를 부탁하며 숨을 거둔다.
코제트는 사악한 여관주인 테나르디에가 맡아 키우고 있었는데, 테나르디에의 딸
에포닌(사만다 바크스 분)에 비하면 영락없는 팥쥐 신세이다. 장발장은 판틴에게
잘 못해준 죄책감에 코제트를 테나르디에에게 큰 돈을 지불하고 데려가서 아버지
역할을 다하여 훌륭한 숙녀로 키운다.
세계 최초로 민중이 주체가 돼 타락한 왕조를 몰아낸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에도
민중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814년 나폴레옹이 물러나고 왕정복고 시대가
시작되면서 소득 불평등은 여전했으며, 마찬가지로 빈부의 격차도 줄어들지 않았다.
노동자들과 서민의 삶의 질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 이에 분노한 학생들의 주도하에
1832년 6월 항쟁이 일어난다. 이 항쟁을 주도하던 마리우스(에디 레드메인 분)는
D-day 며칠전에 우연히 코제트를 보고 한 눈에 반한다.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던
에포닌은 하루아침에 연적이 된 코제트가 이전에 자신의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코제트임을 알고 슬픈 운명을 직감한다. 때마침 나타난 자베르는 장발장 모녀를 추적한다.
‘매일 아침 눈 뜨지만, 평생을 그와 상상 속에 살아’ 비 맞으며 부르는 에포닌의 애절한
짝사랑 테마곡 ‘On my own(나홀로)’이다.
마침내 학생들이 무기를 들고 봉기하고 진압군과 바리케이트를 치고 대치한다.
학생들 속에 잠입하여 활동하던 자베르는 스파이임이 탄로나 죽음직전에 이르는데
학생들을 도우려 나섰던 장발장은 그를 아무 댓가 없이 풀어준다. 가차 없는 법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자베르는 평생을 추적하던 장발장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도움을 받게 되자 자신의 원칙과의 괴리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
같이 호응할 줄 알았던 주민들의 차가운 냉대에 접한 학생혁명군은 진압군에
괴멸되어 몰살당한다. 이때 영화관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가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한다.
아마도 길바닥에 일렬로 쭉 눕혀놓은 학생들의 시체를 보고 슬퍼하는 것 같다.
에포닌은 마리우스에게 오는 총탄을 몸으로 막다 죽는다. 코제트가 진정으로
마리우스를 사랑하는 내용의 편지를 접한 장발장은 목숨을 걸고 부상한 마리우스를
구한다.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결혼을 성사시킨 장발장은 마지막으로 행복한 그들을
보면서 편안한 죽음을 맞는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레미제라블>은 <캣츠>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힌다.<킹스 스피치>의 감독 톰 후퍼가
뮤지컬계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레미제라블>의 영화화에 성공했다.
<레미제라블>은 뮤지컬 영화의 일반적인 관행을 버리고 뮤지컬 영화 역사 사상 최초로
라이브 녹음을 시도했다. “관객들이 실제 공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라는 감독의 주문이 있었기에 외부 촬영 시에 배우들은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이어폰을 꼈고, 피아니스트들은 모니터를 통해 배우들이 제대로 노래하고 있는지,
그들의 동작과 멜로디와 템포가 맞는 지 지켜보며 배우들의 감정과 속도에 맞춰 피아노
연주를 진행했다.
현장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해야 했던 배우들이 가장 고생했을 것 같다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배우들은 감독의 촬영 방식에 오히려 만족감을 표했다. 피아니스트가 배우를
직접 보면서 연주를 하기 때문에 휴 잭맨은 “박자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자신의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고, 러셀 크로우 역시 “라이브로 진행하는 것의 장점은
감정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거다. 연기하는 순간에 모든 걸 쏟아 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발장 역을 맡은 휴 잭맨은 '엑스맨'의 '울버린'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했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소몰이꾼으로 열연했다. 카메론 매킨토시의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세 번이나 보았을 정도로 열렬한 팬이다. 토니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뮤지컬 배우로도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자베르 역을 맡은 '글래디에이터'로 잘 알려진 러셀 크로우는 단호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데 중후한 목소리로 노래하지만 노래실력은 별로인 것 같다.
판틴 역의 눈이 큰 배우 앤 해서웨이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신입사원으로
온갖 고생을 하며 사회의 쓴 맛을 보는 역할을 해냈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바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판틴 역을 한 적이 있었다.
코제트 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에서 세 명의 남자 중
진짜 아버지를 찾는 소피 역할을 했다. 눈부신 금발의 미모에 부담스런 큰 눈을 가진
그녀는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다 바리케이드위에서 죽어가는 에포닌의 열연과
열창에 자신의 존재가 묻혀버린 느낌이다.
에포닌 역을 맡은 22살 사만다 바크스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이미 에포닌 역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던 배우다. 감독은 왠지 코제트보다
조금은 못 생긴 에포닌에게 카메라 포커스를 많이 두는 것 같다.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왕정에 맞서는 정의의 청년 마리우스는 코제트에게 반해 혁명과
사랑사이를 갈등하는 주끈깨 투성이의 얼굴이지만 나름 매력남으로 열연한다.
혁명 하루 전 모두들 열창하는 ‘One day more'에서 ’그녀를 따라가야 하는가?‘
’형제들과 함께 해야 하는가‘를 부른다.
맺음
1. 뮤지컬 특히 해외 수입 뮤지컬을 보면 멀리서 잘 안 보이는 배우 얼굴 보랴 ,
극장 side의 자막 화면 보랴 정신이 없었는데, 배우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까지
클로즈업하여 그로테스크하게 볼 수 있어 너무 편하고 더욱 감동적이었다.
뮤지컬에서 한계를 보인 바리케이드 민중봉기 장면을 영화의 장점을 살려
스펙터클하게 잘 연출하였다.
2. ‘Do You Hear The People Sing(민중의 노래소리가 들리는가)’
가장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테마곡으로 영화의 엔딩부분에서 모두가
함께 부른다.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분노에 찬 사람들의 외침이?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다짐이로다.’ ‘오늘 우리가 죽으면 다른 이들이 일어서리.
이 땅에 자유가 찾아올 때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