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냉동물류창고 화재로 한국인 23명과 중국 동포 17명이 목숨을 잃은 지 꼭 1년째인 7일, 서울 가리봉동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 이 화재로 가족을 잃은 중국 동포 세 사람이 모였다. 당시 사고 수습을 도운 김해성 목사(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표)가 중국 동포 유가족 가운데 아직 연락이 닿는 사람들을 불러 저녁을 대접했기 때문이다.
먼저 임춘월(여·46)씨가 얼굴에 가면처럼 생긴 살구색 마스크를 쓰고 햇빛가리개 모자를 눌러쓴 채 사무실에 들어섰다. 이어 김용진(61)·장고분(여·60)씨 부부가 도착했다. 이날 처음 만난 이들은 통성명을 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이천 화재로 임씨는 함께 일하던 남편을 잃고 자신도 온몸의 절반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김씨 부부는 이 화재로 아들과 사위 등 가족과 친척 6명의 장례를 한꺼번에 치렀다.
김씨 부부는 "죽은 아들 생각이 나는 것도 겁나고, 남편을 잃은 딸(32)에게 괜히 옛 기억을 불러일으킬까 봐 아들과 사위의 제사도 안 지냈다"고 했다.
임씨는 "작년 7월 병원에서 퇴원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피부과 치료를, 3주에 한 번씩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는데 지난달부터 병원에 못 가고 있다"고 했다. 화재 책임이 있는 코리아냉장측이 임씨가 다니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회사 사정이 너무 어려워져서 더는 피부이식 치료비를 댈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의사가 일그러진 턱과 귀를 복원하려면 최소한 세 번은 더 수술해야 한다고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씨 부부는 벌써 1년째 일도 쉬면서 월세 22만원짜리 오류동 집에 틀어박혀 지낸다고 했다. 남편 김씨는 아들이 숨지기 두 달 전, 공사장 6층에서 떨어져 왼쪽 다리 근육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해 막일도 못한다.
아내 장씨는 "모두 잊고 살아보려고 식당에서 허드렛일도 해보고 파출부도 나가봤다"며 "하지만, 지하철이나 식당에서 아들 또래의 청년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흘러 서 있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첫댓글 가족을 잃으신분들에게 심심한위로의 말씀을 .......부디다시 평안한 마음 찿으시길 기원합니다 ...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찌...